글_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책표지
최초의 페미니즘 책으로 꼽히는 <여성의 권리 옹호>의 저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와 과학소설의 고전인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1797~1851)가 모녀 관계라는 것을 알았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읽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훌륭한 책이라고 평가받는 책들이 가진 요소라고 하면 몇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메리와 메리>와 같은 전기傳記류의 책이 갖춰야 할 중요한 것들 중의 하나는 인물의 생애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자료와 객관적인 시선을 꼽고싶다. 저자 ‘샬럿 고든’은 ‘메리와 메리’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의 관련 자료를 풍부하게 인용하고, 역사적 사실과 잘 연관 지어 인물과 시대를 객관적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전기문학의 요소를 잘 충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석과 참고문헌을 빼고도 700페이지가 넘는 책 <메리와 메리>가 전기문학 특유의 딱딱한 느낌으로 읽히지 않고 여느 소설 못지않게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두 인물의 극적인 생애도 있겠지만 어머니 메리와 딸 메리의 이야기를 한 장씩 교대로 배치한 작가의 능력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용도 단순히 시대별로 배치한 것이 아니라 각 장의 이야기가 서로 호응을 하면서 재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최초'와 '천재적'이라는 단어에 함몰되지 않고 두 모녀의 삶에 깃든 실수와 부정적인 사건도 빠짐없이 불러낸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딸 메리 고드윈을 출산하자마자 산욕열로 사망했기 때문에 두 모녀의 본격적인 활동기를 중심으로 해도 시간 차가 30년~40년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성의 시대라고 하는 19세기에도 여전히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부차적인 존재로 여기는 인습에 대항하는 두 모녀의 저항과 투쟁은 비슷하게 읽힌다. 물론 시대가 비슷하고 등장인물도 상당히 많아서 종종 모녀의 삶이 헷갈리기도 한다.ㅎㅎ

메리 울스턴크래프트(John Opie_1797)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페미니즘의 고전이라고 평가받는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최초의 페미니스트이자 정치사상가였고 글을 써서 생계를 꾸린 최초의 여성작가였다. 딸 메리 셸리는 열아홉의 나이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SF소설을 써 남성적 가치가 가져오는 불행을 비판한 최초의 시도를 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메리 모녀는 결코 평탄하거나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생애를 살다 간 공통점 외에도 뛰어난 글쓰기 재능과 세상을 페미니즘과 진보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감수성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또한 메리 모녀는 자신들의 사상과 글을 삶과 떨어진 것으로 만들지 않고 당시 여성이 처했던 인습과 억압에 행동과 실천으로 맞섰다는 닮은 점도 있다. 물론 그로 인한 급진적인 자유연애와 잇따른 금기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인해 도덕적 비난도 받았지만 두 메리는 그럼에도 도전과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18세기와 19세기를 살다 간 두 여성의 도전적인 삶을 글쓰기를 매개로 해서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풍부한 자료를 통해 당시 유럽의 실제 생활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려준다.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임신’과 ‘돈 문제’였다. 먼저 임신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두 메리와 같이 여성의 독립과 자유연애를 추구하는 여성들에게는 재앙과 같이 다가왔다. 어머니 메리도 그랬지만 딸 메리 셸리는 당대의 유명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의 동거와 결혼 기간동안 모두 네 번의 임신과 출산을 하지만, 마지막에 낳은 퍼시를 제외하고 세 명을 모두 잃는다.
아이들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한참 일하고 글을 써야 하는 시기마다 번번이 찾아 오는 임신은 메리 셸리의 삶에 긴 시간 정지 버튼을 누르며 육체적 심리적 고통도 같이 선사한다. 반면에 남편인 셸리는 임신 기간에도 사회생활 중지는커녕 평소의 생활을 그대로 잘 유지한다. 피임약이 여성해방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란 평가가 실감 나는 장면들이었다.

메리 셸리( Rothwell_1839)
두 번째 인상적인 모습은 ‘돈 문제’였다. 그냥 돈 문제가 아니라 돈을 주는 문제였는데 당시만의 정서였는지 몰라도 자매간과 부모와 자식 간에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너무 당연시 되는 것이 신기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성인이 된 이후 거의 전 생애 동안 여동생들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시달림을 받아야 했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그 요구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돈을 제때 주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한다. 딸 메리 셸리 역시 아버지 월리엄 고드윈에게 돈을 달라는 요구를 자주 받았고 고드윈은 심지어 정식 사위도 아니었던 동안의 퍼시 셸리에게도 거리낌 없이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아마도 그때는 지금의 메마른 자본주의 정서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메리 셸리와 비슷한 시대를 산 마르크스도 역시 거의 평생을 엥겔스에게 지금 가치로 매년 수천만 원을 받으며 살았다고 하니 말이다.
자기가 태어난 것이 어머니가 사망한 원인이었기 때문에 딸 메리 셸리는 어머니에 대해 죄의식도 있었지만, 그런 감정을 넘어서는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존경과 자랑스러움이었다.
진보적인 사상가의 면모와 당시에는 거의 없었던 탁월한 여성 전업 작가였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정체성은 딸 메리 셰리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내 삶의 자랑이고 기쁨이었어. 내가 누린 행복의 대부분은 … 어머니를 향한 다른 사람들의 흠모에서 비롯되었지. 어머니의 위대한 영혼은 나를 낳아준 분들로부터 내가 가급적 퇴보하지 않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었지” (p. 697)
시대의 인습에 용감하게 맞섰고 그런 생각을 글로 옮기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던 모녀의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 대전충남인권연대 이상재 사무국장의 블로그 글입니다.
[출처]https://blog.naver.com/tjtong/223635484292
글_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책표지
최초의 페미니즘 책으로 꼽히는 <여성의 권리 옹호>의 저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와 과학소설의 고전인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1797~1851)가 모녀 관계라는 것을 알았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읽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훌륭한 책이라고 평가받는 책들이 가진 요소라고 하면 몇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메리와 메리>와 같은 전기傳記류의 책이 갖춰야 할 중요한 것들 중의 하나는 인물의 생애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자료와 객관적인 시선을 꼽고싶다. 저자 ‘샬럿 고든’은 ‘메리와 메리’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의 관련 자료를 풍부하게 인용하고, 역사적 사실과 잘 연관 지어 인물과 시대를 객관적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전기문학의 요소를 잘 충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석과 참고문헌을 빼고도 700페이지가 넘는 책 <메리와 메리>가 전기문학 특유의 딱딱한 느낌으로 읽히지 않고 여느 소설 못지않게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두 인물의 극적인 생애도 있겠지만 어머니 메리와 딸 메리의 이야기를 한 장씩 교대로 배치한 작가의 능력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용도 단순히 시대별로 배치한 것이 아니라 각 장의 이야기가 서로 호응을 하면서 재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최초'와 '천재적'이라는 단어에 함몰되지 않고 두 모녀의 삶에 깃든 실수와 부정적인 사건도 빠짐없이 불러낸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딸 메리 고드윈을 출산하자마자 산욕열로 사망했기 때문에 두 모녀의 본격적인 활동기를 중심으로 해도 시간 차가 30년~40년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성의 시대라고 하는 19세기에도 여전히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부차적인 존재로 여기는 인습에 대항하는 두 모녀의 저항과 투쟁은 비슷하게 읽힌다. 물론 시대가 비슷하고 등장인물도 상당히 많아서 종종 모녀의 삶이 헷갈리기도 한다.ㅎㅎ
메리 울스턴크래프트(John Opie_1797)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페미니즘의 고전이라고 평가받는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최초의 페미니스트이자 정치사상가였고 글을 써서 생계를 꾸린 최초의 여성작가였다. 딸 메리 셸리는 열아홉의 나이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SF소설을 써 남성적 가치가 가져오는 불행을 비판한 최초의 시도를 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메리 모녀는 결코 평탄하거나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생애를 살다 간 공통점 외에도 뛰어난 글쓰기 재능과 세상을 페미니즘과 진보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감수성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또한 메리 모녀는 자신들의 사상과 글을 삶과 떨어진 것으로 만들지 않고 당시 여성이 처했던 인습과 억압에 행동과 실천으로 맞섰다는 닮은 점도 있다. 물론 그로 인한 급진적인 자유연애와 잇따른 금기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인해 도덕적 비난도 받았지만 두 메리는 그럼에도 도전과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18세기와 19세기를 살다 간 두 여성의 도전적인 삶을 글쓰기를 매개로 해서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풍부한 자료를 통해 당시 유럽의 실제 생활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려준다.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임신’과 ‘돈 문제’였다. 먼저 임신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두 메리와 같이 여성의 독립과 자유연애를 추구하는 여성들에게는 재앙과 같이 다가왔다. 어머니 메리도 그랬지만 딸 메리 셸리는 당대의 유명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의 동거와 결혼 기간동안 모두 네 번의 임신과 출산을 하지만, 마지막에 낳은 퍼시를 제외하고 세 명을 모두 잃는다.
아이들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한참 일하고 글을 써야 하는 시기마다 번번이 찾아 오는 임신은 메리 셸리의 삶에 긴 시간 정지 버튼을 누르며 육체적 심리적 고통도 같이 선사한다. 반면에 남편인 셸리는 임신 기간에도 사회생활 중지는커녕 평소의 생활을 그대로 잘 유지한다. 피임약이 여성해방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란 평가가 실감 나는 장면들이었다.
메리 셸리( Rothwell_1839)
두 번째 인상적인 모습은 ‘돈 문제’였다. 그냥 돈 문제가 아니라 돈을 주는 문제였는데 당시만의 정서였는지 몰라도 자매간과 부모와 자식 간에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너무 당연시 되는 것이 신기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성인이 된 이후 거의 전 생애 동안 여동생들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시달림을 받아야 했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그 요구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돈을 제때 주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한다. 딸 메리 셸리 역시 아버지 월리엄 고드윈에게 돈을 달라는 요구를 자주 받았고 고드윈은 심지어 정식 사위도 아니었던 동안의 퍼시 셸리에게도 거리낌 없이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아마도 그때는 지금의 메마른 자본주의 정서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메리 셸리와 비슷한 시대를 산 마르크스도 역시 거의 평생을 엥겔스에게 지금 가치로 매년 수천만 원을 받으며 살았다고 하니 말이다.
자기가 태어난 것이 어머니가 사망한 원인이었기 때문에 딸 메리 셸리는 어머니에 대해 죄의식도 있었지만, 그런 감정을 넘어서는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존경과 자랑스러움이었다.
진보적인 사상가의 면모와 당시에는 거의 없었던 탁월한 여성 전업 작가였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정체성은 딸 메리 셰리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시대의 인습에 용감하게 맞섰고 그런 생각을 글로 옮기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던 모녀의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 대전충남인권연대 이상재 사무국장의 블로그 글입니다.
[출처]https://blog.naver.com/tjtong/223635484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