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레터_339호]대전·충남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것들

관리자
2026-03-15

소소레터 339호
(2026. 2. 12. 목)
86587_3196751_1770779424964477901.jpg
[칼럼]전인권_대전·충남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것들(양해림)
[칼럼]인권만사_그늘진 땅에 따뜻한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안선영)
[하필왈리] 2월 안내_남쪽으로 튀어1, 2권(오쿠다 히데오 저)
[인권이슈 확대경] 16세 선거권 하향 논란 
[인권칼럼]
 1  전인권
대전·충남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것들
- 우리 삶의 인권을 묻는다.
글_양해림(충남대 철학과)
86587_3196751_1770777945947820272.jpg

최근 여당은 충남·대전통합특위가 통합 지자체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약칭 대전특별시)로 확정했다. 충남·대전통합특위는 오는 2월 30일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다. 이번 법안은 기존 안보다 대폭 보강된 280개의 특례를 담아 실질적인 자치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2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속도전을 예고했다. 민주당의 안에 따르면,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초대 통합시장을 선출하고, 그해 7월 1일 통합특별시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여기서 발의된 대전–충남 통합법안은 ‘성장’과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다. 행정 효율, 광역 경제권, 미래 먹거리라는 그럴듯한 말들이 나열된다. 그러나 이 통합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정작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이곳에 살아가는 시민의 삶, 곧 인권이다.

인권은 거창한 선언이나 법 조항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은 내가 사는 동네가 하루아침에 개발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 우리 가족이 숨 쉬는 공기가 오염되지 않을 권리, 노인이 멀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병원과 돌봄을 받을 권리, 여성과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에서 살아갈 권리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인권은 생활의 조건이며, 도시의 구조 속에 스며 있다. 그런 점에서 대전–충남 통합법안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통합은 누구의 삶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있는가. 성장과 개발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의 삶은 과연 더 안전해지는가?

그동안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성장 중심’의 지역 정책은 반복해서 약속했다. 더 큰 도시, 더 많은 투자, 더 높은 경쟁력이 곧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개발은 토지와 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공공성은 축소되었으며, 기후위기는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의 확충을 머뭇거린다면, 일상 속 재난이 될 가능성이 짙다. 삶의 기반이 흔들릴수록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였다.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인권의 문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2  인권만사 

그늘진 땅에 따뜻한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

글_안선영(군포중학교장)
86587_3196751_1770777963678125283.jpg

 그녀는 젊은 나이에 사고로 남편과 사별했다. 어린 두 아들을 키워야 했기에 친정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돈을 벌러 다녔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림은 늘 빠듯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둘째 아들의 방황은 심해져만 갔다. 결국 둘째 아들은 중학생 때 딸을 낳아 데리고 왔다. 딸의 엄마도 중학생이었다. 이후 두 딸을 더 낳아 맡기고 아들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딸들의 엄마도 사라졌는데 그녀는 모든 원망을 딸들의 엄마에게 퍼부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때문에 아들이 인생을 망쳤고 자신이 손녀 셋을 떠안게 되었다고 울부짖는다. 망상인지 실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날로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는다. 도박, 술담배, 남자 등 할 수 있는 온갖 일탈을 저지른 사람이 되었고 세 딸은 할머니에게 자신들의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이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고 자랐다. 

  그녀의 두 아들 중 큰아들도 살림을 차렸고 남매를 낳았다. 그 남매도 그녀에게 맡겨졌다. 그래서 지금은 다섯의 손주를 키우고 있다. 새벽에 청소일을 다니며 나라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수 있을 만큼만 번다. 세 딸은 우리 학교를 거쳐 갔거나 거쳐 가는 중이라 생리대 지원, 방과 후 바우처, 저녁 도시락(지역 시민단체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일주일에 두 번 학교에 가져다 준다.) 등 할머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을 복지사 선생님이 열심히 챙겨주고 있다. 

  그녀의 사연을 알기 전에는 그녀를 원망했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만 나와도 돌변하며 손주에게 험하게 굴고, 친구나 귀가 시간 등 강박에 가까울 만큼 아이의 일상을 통제하는 것이 이해 가지 않았다. 그런 할머니에게 반항하며 둘째 딸은 통제 불능 상태로 점점 더 빠져드는데, 할머니의 집착과 고집을 꺾을 방법이 없었다. 손녀가 제 엄마의 전철을 밟을까 봐 두려워 귀가 시간이 조금만 늦어지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지구대에서는 할머니 전화로 다른 일을 못 볼 지경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급기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까지 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교육지원청에 교육복지안전망 회의를 요청했다. 노인 보호, 아동보호, 정신건강 등 지역 전문기관과 동사무소, 상담센터 등 관계기관이 모여 대책 회의를 했고, 할머니의 상담과 치료가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번도, 누구에게도 자신의 힘듦을 이야기하지 못했던 할머니는 봇물이 터졌고 그녀의 고단하고 외로웠던 삶이 위로받자, 문제가 하나씩 풀려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고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아니! 어쩌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함께 노력하면 뭔가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서로에게 생겼다는 것이 큰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2월 하필왈리 안내]
86587_3196751_1770778060625225157.jpg
[인권이슈 확대경] 16세 선거권 하향 논란
86587_3196751_1770778222394401015.jpg

*대전KBS 5시N대세남에 출연해 방송된 내용입니다.

1.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오셨습니까?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정치권은 정말 역동적이고 또 그만큼 시끄럽고 또 변화무쌍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야당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 여러 가지 정책을 제안하는 가운데 올해 지방선거부터 만 16세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 의견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당사자인 청소년 단체는 물론 시민의 의견도 분분한데요. 오늘은 16세 투표권의 의미와 투표권과 나이에 대한 관계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정치권에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은 가운데 놀랍고 어쩌면 좀 의외의 제안이 나온 것 같은데,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뭐라고 하나요?

- 장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사회적 판단력에 있어서 성인들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16세 이상이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정당의 당원까지 될 수 있다.” 이어 "직업을 가질 수도 있고, 근로소득에 따른 세금도 납부한다"고 말하며 '만 16세'가 미성숙한 나이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며 선거권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3. 열여섯 살이면 생일이 지난 고등학교 1학년도 투표권을 가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들 의견, 특히 학부모들은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 제가 이번 사안을 준비하면서 관련한 언론 기사를 찾아봤는데 모 언론사에서는 ‘16세 투표권’ 제안을 기사로 다루면서 아예 “선거권 나이를 만 16세로 하향',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투표 코너를 만들어서 기사를 읽는 시민들이 투표할 수 있게 해 놨더라고요. 물론 이 투표는 성별, 나이, 지역과 같은 것을 조율하는 정식 여론조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시민 의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해 드리면 만 16세 선거권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11.16%이고 반대하는 비율이 88.84%로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이 높았습니다.

기사에서 소개한 반대 이유를 살펴보면 "철없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얘 우파래, 얘 좌파래' 하면서 싸우는 걸 상상하니 벌써 어지럽다."

 "16세면 고등학교 1학년인데, 내 고1 시절을 떠올려봐도 걔한테는 투표권 못 준다"라면서 "16세가 투표하기엔 너무 미성숙하다."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대 의견은 주로 이른 정치화로 인한 학업 방해와 선거권을 행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사실 이런 반대 의견은 선거권이 만 18세로 하향될 때도 비슷했습니다.

장 대표는 이런 우려를 알고 있는 듯  "보수·진보 교원단체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확립하고, 주입식 정치교육을 엄격히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대전전충남인권연대의 지속가능한 활동은 
시민 여러분의 지지후원의 손길로 가능합니다.
지역을 중심으로, 인권을 기준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함께 해 주세요.
대전충남인권연대 
southbound00@gmail.com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530 바열 3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