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와 충청남도의 미래를 결정할 '행정통합' 논의가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듯' 추진되고 있다. 지역민의 삶보다는 '지방선거 성과'라는 정치적 일정에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 높다. <'규모의 경제'라는 장밋빛 환상… 창원의 교훈 잊었나> 통합을 추진하는 측의 논리는 명쾌하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덩치를 키워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 통합=경쟁력 강화'라는 공식은 논리적 비약에 가깝다. 실제 사례는 냉정하다. 2010년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해 출범한 창원시를 보라. 당시 108만 명에 달하던 인구는 2024년 말 1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행정 구역을 합친다고 일자리가 생기고 인구가 유입되는 것이 아님을 방증한다. 오히려 통합 이후 지역 간 주도권 싸움과 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만 깊어졌다. 영남권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대한 포부로 시작했으나 경남도의 반대와 각 지자체의 이해관계 충돌로 추진 6개월 만에 중단됐다. 대구·경북 또한 통합의 효과가 모호하다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광역 협력 모델로 방향을 틀었다. 이처럼 타 지역에서도 공론화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을 왜 대전과 충남만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지 의문이다. <프랑스의 역설과 일본의 신중함… "광역 통합은 세계적 유례 없어"> 지방자치 선진국으로 불리는 프랑스조차 2015년 초광역 행정 개혁 이후 효율성 저하와 비용 증가라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 부경대 오창룡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통합 이후 행정 서비스 접근 비용은 늘고 의사결정 속도는 오히려 저하됐다고 한다. 3만 6천 개의 기초지자체(코뮌)가 탄탄히 뿌리내린 프랑스조차 이 모양인데, 풀뿌리 자치가 박탈된 한국에서 광역 단위만 합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지방 소멸로 골머리를 앓는 일본도 기초지자체 간 통합(헤이세이 대합병)은 추진했을지언정, 광역 단위인 '도도부현' 간의 통합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광역 자치단체가 커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과 주변 지역이 더욱 소외되는 '빨대 효과'를 경계했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 서남부권(논산, 부여, 서천 등) 도민들의 우려는 깊다. 통합이 되면 모든 인프라와 자원이 '경제과학수도'라는 이름 아래 대전으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
Pink 히잡과 촛불 사이
(15년전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처음 왔다. 이후 여성정책 관련 일을 하다가
2025년 4월, 우리는 탄핵으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해 8월, 인도네시아는 불타고 있었다. 같은 해, 서로 다른 땅에서 민주주의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험받았다. 작년 이맘때 나는 인도네시아 친구들에게 '대한민국이 많이 아프다'라고 했었지만, 2025년의 인도네시아 역시 그만큼 아팠다.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그 같은 해 인도네시아는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도 매해 노동권 확보와 여러 사회적 합의를 위한 움직임은 늘 있어왔다. 하지만 8월은 장갑차가 도로 한가운데에서 시위대 안에 있던 오젝 배달기사를 깔아 뭉갰다. 인도네시아판 백남기 농민같은 있어서는 안될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 시위는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580명의 국회의원들의 매월 약 50,000,000루피아(한화 약 430만원)의 주택 수당을 받아온 사실에서 촉발됐다. 여기에 각종 세금이 250%나 인상되면서 결국 폭발한 것이다. 시위는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들불처럼 확산되었고 시위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을 ‘바보같다’라고 발언했던 국회의원 집은 초토화 됐다. 과거 여러 차례 화교 폭동을 겪었던 중국계 주민들은 출국을 준비했고, 하루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안에 휩싸였다. 모든 학교는 휴교를 감행했고,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평온한 일상이 너무나 그리웠던 날들이었다.
‘Brave Pink’ 로 대표되는 이번 시위는 이 비극적인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그들의 용기를 잇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Pink 히잡의 주인공은 이부 ‘아나’로 이 시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부 ‘아나’는 전문 활동가나 정치인이 아닌 평범한 주부로 당시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다. 일각에서는 폭력 시위를 그대로 방치한 이유가 이를 근거로 정부의 진압을 정당화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워낙 크다. 어지간해서 들어줄 리 만무하고, 어지간하면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이처럼 거세게 항의하지 않는다. 때때로 한국 촛불시위 등을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하는데 사실 한국의 시위 문화는 한국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구현된 것이지 어디서나 같은 사례로 대입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큰 나라의 경우 비폭력 시위는 구현되기 쉽지 않다. 자식을 국가폭력으로 잃은 부모에게 촛불을 들고 마음을 다스리라면 할 수 있겠는가. 이 거센 시위 이후 인도네시아 시위대는 17+8 총 25개 요구조건을 내세웠다. 주요 요구는 책임자 처벌, 국회의원 특권 폐지, 세금 인상 철회, 경찰 개혁 등이다.
이후 문제가 되었던 일부 국회의원들의 특권 폐지 요구는 일부 수용되었다. 그러나 부패척결, 조세 정의, 경찰 개혁 등의 묵직한 사안들은 논의중이거나 사실상 답보 상태다. 이 이유 역시 지금 우리나라가 겪는 검찰 개혁과 그 궤가 같다. 눈치보는 척 하다가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사람들이 정신없어지면 그만이다.
결국 분노는 순간처럼 흩어졌고, 어찌됐든 언제 그랬냐는듯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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