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세종, 충남 지역 인권의 현안과 현실, 대안의 목소리들이 담긴 칼럼을 싣습니다. 

인권‘연대’만으로도

관리자
2023-12-27
조회수 143

부제_대전시인권센터 종료라는 승전보를 울린다


글_이혜선


제1조(목적) 이 조례는 대전광역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대전광역시민의 인권이 생활 속에서 실현되며 행복한 도시공동체 구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4조(시장의 책무) ① 대전광역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은 시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관련 시책을 발굴하여 이에 필요한 행정상 및 재정상 조치를 하여야 한다.

- 대전시인권보호 및 증진조례 중 일부


정치가 삶을 송두리째 휘두른다는 말을 실감하는 2023년이다. 이장우 시장의 당선부터 공공연하게 들려왔던 인권센터의 폐지는 지금은 현실이 되어 한 장 공문으로도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위탁사무였고, 센터였고, 인권이었구나 싶어 너덜너덜해진 조례를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지금 읽고 있는 페이퍼가 대전시의 인권조례가 맞는지 아닌지 알고 또는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붙들고 또 붙들게 된다. 대전시장은 애초에 인권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자신의 선거에 대한 유불리만을 따지다가 자신을 공개 지지한 인권을 반대하는 단체에게 인권센터의 위탁사무를 맡겼고 결국 올해 말일 자로 업무를 종료한다.


 위탁업무가 3년에서 1년으로 줄었을 때부터 센터를 종료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는 말이 있었으니 2023년은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식의 발언들은 사실과 다르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만약 센터 내 외부에서 혐오세력에 대응하지 않고 휘둘렸다면 센터는 절대 폐쇄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법인에서 가장 먼저 시도하려던 것은 규정에도 없는 비상임센터장의 급여 지급을 위해 상근활동가 3명의 급여를 조정하려 들었다가 대전시의 제지를 받은 것이다. 그러다 9월에 시 관계자가 센터 폐쇄에 대해 상근활동가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센터장을 만나기까지 1주일 사이에 2차 인권교육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센터장은 센터종료를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기존 위원들을 모두 해촉할 것이고 강사단과 해설사단을 자를 것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며 2024년의 사업구상에 대해 조언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갔다. 이장우 시장의 최종결정이 9월 1일이었고 상근활동가가 전달받은 것이 4일, 센터장에게 전달한 것이 11일이었으니, 시장도 혐오세력에게 주었던 보은을 거두는 것에 고민이 많았음을 시사한다.


대전시인권센터의 종료는 시장의 최종결정이긴 하나 종료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어떤 힘이었을까? 연대의 힘이다. 센터에 남아서 싸우기로 한 고작 3명이었지만 전부였던 실무자, 실무자를 믿고 센터장과 정면승부를 펼친 강사단, 교육위원회, 운영위원회, 그리고 대전인권비상행동을 조직해 시시각각 대응했던 지역인권시민단체는 인권에 이어서 가능한 ‘연대’의 힘이었다. 

 물론 혐오세력을 몰아내고 인권센터를 정상화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문을 닫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라고 처음부터 각오한 투쟁이었던 만큼 센터종료는 결코 쓸쓸하지 않다.


여전히 ‘혐오’는 견고해 보이는 바벨탑을 세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당화하는 이권싸움으로 인권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권으로 시작한 그들의 움직임은 센터 내부에서 위원회 세력다툼으로부터 벌써 삐걱거림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인권센터의 종료로 또 다른 바람은 일고 있다. 인권센터에서 인권교육 사업의 한 파트에 불과했던 인권교육강사단이 한 우물을 깊이 파는 단체로 세워질 준비를 하고 있다. 인권센터를 위해 모인 연대의 힘은 센터라는 중간조직의 창살을 털어내고 시민의 힘으로 다시 시작한다. 

또 다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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