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김 선(교사 / 대전충남인권연대 운영위원)
꾸지람 속에 자란 아이 책망하는 법을 배우고,
미움 받고 자란 아이 싸움질을 배운다.
공포 속에 자란 아이 불안함을 배우고,
연민 속에 자란 아이 자기 자신을 불쌍히 여기게 되며,
조롱 받고 자란 아이 소심함을 배운다.
그러나 절망하지 마십시오.
관용 속에 자란 아이 참을성을 배우고,
격려 속에 자란 아이 자신감을 갖게 된다.
칭찬받고 자란 아이 감사할 줄 알게 되며,
공정함을 보고 자란 아이 정의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안전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 신뢰를 갖게 되고,
인정을 받으며 자란 아이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된다.
포용과 우정 속에 자란 아이 이 세상 어디나 사랑이 있음을 알게 된다.
(도로시 로오 놀트(Dorothy Law Nolte), 아이들은 그대로 배운다)
Ⅰ 들어가며
학교는 학생들이 삶을 배우는 공간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행복한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미래인재상은 “인문학적 상상력,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학생의 삶은 어떤가? 학교에서 학생은 과연 교육부에서 제시한 미래인재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학교가 진정 학생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배움터인가? 우리 모두는 쉽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학교는 이미 끝없는 입시경쟁의 전쟁터이기에 학생은 학교 생활하는 동안은 인간이기보다 입시경쟁의 전사가 되어야 함을 부인할 수 없다. 미래를 담보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말 잘 듣고 좋은 대학갈 때까지 참으면 미래인재가 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면 안 된다고......
인터넷에서 학생인권조례를 검색해보면 “학교에서,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재만으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만든 조례”라고 어학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학교에서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재만으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조례가 학생인권조례이므로 어떤 정치적 쟁점도 논쟁도 거두어 내고 우리 학생들을 인간으로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므로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환영하며 적극 지지한다.
Ⅱ 학교에서 인권을 말하다!
1. 학생은 인간으로서 그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의 주체이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에 명시된 인간의 존엄성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미성년자이거나 학생이라는 이유로 이 기본권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교육목적 달성을 이유로 학교가 갖는 특수성을 들어 학생의 기본권을 필요이상 침해해 온 것이 사실이며 학생은 통제하고 관리되어야 할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 학생도 인간이며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의 주체이며 단지 보호,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결정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에서 이런 주장에 대해 학생인권조례제정 후 10여 년 동안 학교현장에서는 이미 충분히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줬으며 심지어 너무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여 학교가 흔들린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10여 년 전에도 우리나라의 청소년자살률은 세계1위였으며 최근 5년간 청소년자살률은 연평균 5.2% 증가하였고 청소년 3명 중 1명은 자살충동에 시달린다. 아이들이 우울한 나라인 것이다.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주고 학생인권을 너무 보장해주었는데도 여전히 아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우울한 것일까? 김누리 교수는 저서「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 “한국인들의 자아가 약한 것은 자아를 유린하고 파괴하는 교육 때문입니다. 입시 무한 경쟁으로 모멸감, 자괴감, 열등감을 일상적으로 느끼고 내면화하지 않을 수 없는 학교에서 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을까요? “ 라고 물으며 한국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학교에서 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로 키우기 위한 출발점은 학생을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고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로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것보다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실효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2. 학생인권과 교권은 충돌하는가?
지난 5월13일 교총에서 발표한 '2019학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교권침해는 학부모에 의한 침해가 46.4%, 같은 교직원에 의한 침해가 18.3%, 학생에 의한 침해가 17%순으로 나타났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전년도 보다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학생이 교권침해의 주범이라고 말하기에는 모순이다. 학생인권의 보장으로 교권침해가 많아졌다고 주장하기에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지난 5월12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권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 중 교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복수 선택)로는 교권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부족(77.6%), 교사를 경시하는 교육정책과 정부 당국(74.5%), 교사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63.1%) 등이 꼽혔다. 교권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학생인권을 덜 강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경시하는 교육정책과 정부당국이 교사를 경시하는 태도를 반성하고 교권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교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며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상생해야 하는 관계이다.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되돌려주고 그에 합당한 책임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듯 당연히 다른 사람의 인권도 침해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 제4조 ④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만약 다른 학생이나 교사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면 마땅히 제지받아야 하고 공격적인 문제행동에 대해 교육당국은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3.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가꿔야 한다.
누군가 학교와 감옥, 군대의 공통점은 사람을 번호로 부른다, 통제하기 쉬운 건물구조, 제복이나 교복을 입는다, 급식을 먹는다 등이라고 말하는데 웃기는 이야기 같지만 웃을 수가 없다. 학생들의 삶과 성장의 터전인 학교가 왜 감옥이나 군대와 비교될까? 우리나라 근대학교는 대부분 일본의 식민교육전략으로 세워져 복종을 내면화하고 일본의 식민을 키우는 역할을 한 아픈 역사를 가졌다. 학생은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학생을 때려서라도 말 잘 듣게 만드는 교사가 능력 있는 교사로 인정받았다. 타시도의 학생인권조례와 시대의 변화요구가 이런 학교현장을 많이 변화시킨 것도 사실이지만 학교는 여전히 교장이 교사 위에 군림하고 교사는 다시 학생을 통제하는 복종과 위계적인 학교문화가 작동한다. 이제 권위주의적 통제의 원리가 작동하는 학교에서 인권과 존중의 원리가 작동하는 학교로 변화하여야 한다. 학교는 학생을 교복을 입은 시민으로 존중하여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하여 미래 사회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4. 학교에서 학생은 자치와 참여를 보장받아 민주주의를 경험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을 교육한다는 명분하에 학생다움을 규정한 교칙이나 각종 생활규정, 상벌점제 등으로 학생의 일상을 강제하는 규율에 학생이 적극 의사를 개진하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 당연히 학생회가 있고 학교행사나 학교운영에 설문지 등을 통해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지만 그 실효성을 보면 미미하다. 학생들에게 학생자치활동은 시간이 남거나 내신 성적의 가산점을 위해 필요한 활동영역이며 학교에서도 잘 운영되면 좋지만 입시에 중요한 영역도 아닌 선택사항일 뿐이다. 하여 교육과정에 학생자치활동을 편성하지만 정작 필요한 예산배정이나 공간 확보, 행정적 지원 등 활동을 적극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생활협약이나 학교생활규정 등 자신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에 의견을 내고 학생회에 참여하며 학생 스스로 대표를 선출하고 학생자치회의 운영, 집행 등을 경험하는 것과 학교의 모든 정책결정에 의사를 표현하고 논의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학생의 삶에 중요한 경험이다.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성장과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인권조례에 보장된 학생의 자치와 참여의 권리가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반드시 학교현장에서 그 실효성을 거두도록 학교생활규정개정, 학생자치활동 보장, 정책결정에 참여보장 등 필요한 조치가 정교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5. 충남 학생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이유는 결국 충남의 학생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충남 학생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지방자치시대에 맞게 자치교육행정을 펼침에 있어 우리 충남의 교육현장에 맞는 근간을 세우기 위함이다. 이런 상황에 조례를 부정하고 조례만능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일일 것이다. 학교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교육의 최소한의 기준점이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일은 충남 학생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준점을 만드는 일이며 이를 자율성 침해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충남수준 교육과정, 학교수준의 교육과정이 교육내용의 기준점이라면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생활전반에 토대가 되는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6. 학교의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의 인권감수성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생인권침해의 가해자가 된 것처럼 생각되어 억울함을 호소하며 오히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한다고 강변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학부모도 학생이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까 앞선 걱정이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갈등과 혼란의 원인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교육방식,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는 교육현장의 지체, 입시경쟁으로 인한 학부모의 조급한 욕심, 가정교육의 부재, 학생의 무기력, 학교관리자의 무책임, 필요한 절차의 부재 등 다양한 원인이 혼재되어 있다. 학생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학교에서 여전히 약자의 지위임을 부정할 수 있을까? 교사와 학부모가 대립하면 발생하는 피해는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 제4조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서로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는 학생인권보장을 위해 학교와 협력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2020-06-10
글_김 선(교사 / 대전충남인권연대 운영위원)
꾸지람 속에 자란 아이 책망하는 법을 배우고,
미움 받고 자란 아이 싸움질을 배운다.
공포 속에 자란 아이 불안함을 배우고,
연민 속에 자란 아이 자기 자신을 불쌍히 여기게 되며,
조롱 받고 자란 아이 소심함을 배운다.
그러나 절망하지 마십시오.
관용 속에 자란 아이 참을성을 배우고,
격려 속에 자란 아이 자신감을 갖게 된다.
칭찬받고 자란 아이 감사할 줄 알게 되며,
공정함을 보고 자란 아이 정의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안전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 신뢰를 갖게 되고,
인정을 받으며 자란 아이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된다.
포용과 우정 속에 자란 아이 이 세상 어디나 사랑이 있음을 알게 된다.
(도로시 로오 놀트(Dorothy Law Nolte), 아이들은 그대로 배운다)
Ⅰ 들어가며
학교는 학생들이 삶을 배우는 공간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행복한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미래인재상은 “인문학적 상상력,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학생의 삶은 어떤가? 학교에서 학생은 과연 교육부에서 제시한 미래인재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학교가 진정 학생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배움터인가? 우리 모두는 쉽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학교는 이미 끝없는 입시경쟁의 전쟁터이기에 학생은 학교 생활하는 동안은 인간이기보다 입시경쟁의 전사가 되어야 함을 부인할 수 없다. 미래를 담보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말 잘 듣고 좋은 대학갈 때까지 참으면 미래인재가 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면 안 된다고......
인터넷에서 학생인권조례를 검색해보면 “학교에서,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재만으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만든 조례”라고 어학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학교에서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재만으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조례가 학생인권조례이므로 어떤 정치적 쟁점도 논쟁도 거두어 내고 우리 학생들을 인간으로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므로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환영하며 적극 지지한다.
Ⅱ 학교에서 인권을 말하다!
1. 학생은 인간으로서 그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의 주체이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에 명시된 인간의 존엄성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미성년자이거나 학생이라는 이유로 이 기본권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교육목적 달성을 이유로 학교가 갖는 특수성을 들어 학생의 기본권을 필요이상 침해해 온 것이 사실이며 학생은 통제하고 관리되어야 할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 학생도 인간이며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의 주체이며 단지 보호,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결정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에서 이런 주장에 대해 학생인권조례제정 후 10여 년 동안 학교현장에서는 이미 충분히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줬으며 심지어 너무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여 학교가 흔들린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10여 년 전에도 우리나라의 청소년자살률은 세계1위였으며 최근 5년간 청소년자살률은 연평균 5.2% 증가하였고 청소년 3명 중 1명은 자살충동에 시달린다. 아이들이 우울한 나라인 것이다.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주고 학생인권을 너무 보장해주었는데도 여전히 아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우울한 것일까? 김누리 교수는 저서「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 “한국인들의 자아가 약한 것은 자아를 유린하고 파괴하는 교육 때문입니다. 입시 무한 경쟁으로 모멸감, 자괴감, 열등감을 일상적으로 느끼고 내면화하지 않을 수 없는 학교에서 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을까요? “ 라고 물으며 한국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학교에서 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로 키우기 위한 출발점은 학생을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고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로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것보다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실효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2. 학생인권과 교권은 충돌하는가?
지난 5월13일 교총에서 발표한 '2019학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교권침해는 학부모에 의한 침해가 46.4%, 같은 교직원에 의한 침해가 18.3%, 학생에 의한 침해가 17%순으로 나타났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전년도 보다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학생이 교권침해의 주범이라고 말하기에는 모순이다. 학생인권의 보장으로 교권침해가 많아졌다고 주장하기에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지난 5월12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권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 중 교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복수 선택)로는 교권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부족(77.6%), 교사를 경시하는 교육정책과 정부 당국(74.5%), 교사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63.1%) 등이 꼽혔다. 교권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학생인권을 덜 강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경시하는 교육정책과 정부당국이 교사를 경시하는 태도를 반성하고 교권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교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며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상생해야 하는 관계이다.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되돌려주고 그에 합당한 책임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듯 당연히 다른 사람의 인권도 침해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 제4조 ④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만약 다른 학생이나 교사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면 마땅히 제지받아야 하고 공격적인 문제행동에 대해 교육당국은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3.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가꿔야 한다.
누군가 학교와 감옥, 군대의 공통점은 사람을 번호로 부른다, 통제하기 쉬운 건물구조, 제복이나 교복을 입는다, 급식을 먹는다 등이라고 말하는데 웃기는 이야기 같지만 웃을 수가 없다. 학생들의 삶과 성장의 터전인 학교가 왜 감옥이나 군대와 비교될까? 우리나라 근대학교는 대부분 일본의 식민교육전략으로 세워져 복종을 내면화하고 일본의 식민을 키우는 역할을 한 아픈 역사를 가졌다. 학생은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학생을 때려서라도 말 잘 듣게 만드는 교사가 능력 있는 교사로 인정받았다. 타시도의 학생인권조례와 시대의 변화요구가 이런 학교현장을 많이 변화시킨 것도 사실이지만 학교는 여전히 교장이 교사 위에 군림하고 교사는 다시 학생을 통제하는 복종과 위계적인 학교문화가 작동한다. 이제 권위주의적 통제의 원리가 작동하는 학교에서 인권과 존중의 원리가 작동하는 학교로 변화하여야 한다. 학교는 학생을 교복을 입은 시민으로 존중하여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하여 미래 사회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4. 학교에서 학생은 자치와 참여를 보장받아 민주주의를 경험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을 교육한다는 명분하에 학생다움을 규정한 교칙이나 각종 생활규정, 상벌점제 등으로 학생의 일상을 강제하는 규율에 학생이 적극 의사를 개진하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 당연히 학생회가 있고 학교행사나 학교운영에 설문지 등을 통해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지만 그 실효성을 보면 미미하다. 학생들에게 학생자치활동은 시간이 남거나 내신 성적의 가산점을 위해 필요한 활동영역이며 학교에서도 잘 운영되면 좋지만 입시에 중요한 영역도 아닌 선택사항일 뿐이다. 하여 교육과정에 학생자치활동을 편성하지만 정작 필요한 예산배정이나 공간 확보, 행정적 지원 등 활동을 적극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생활협약이나 학교생활규정 등 자신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에 의견을 내고 학생회에 참여하며 학생 스스로 대표를 선출하고 학생자치회의 운영, 집행 등을 경험하는 것과 학교의 모든 정책결정에 의사를 표현하고 논의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학생의 삶에 중요한 경험이다.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성장과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인권조례에 보장된 학생의 자치와 참여의 권리가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반드시 학교현장에서 그 실효성을 거두도록 학교생활규정개정, 학생자치활동 보장, 정책결정에 참여보장 등 필요한 조치가 정교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5. 충남 학생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이유는 결국 충남의 학생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충남 학생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지방자치시대에 맞게 자치교육행정을 펼침에 있어 우리 충남의 교육현장에 맞는 근간을 세우기 위함이다. 이런 상황에 조례를 부정하고 조례만능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일일 것이다. 학교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교육의 최소한의 기준점이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일은 충남 학생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준점을 만드는 일이며 이를 자율성 침해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충남수준 교육과정, 학교수준의 교육과정이 교육내용의 기준점이라면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생활전반에 토대가 되는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6. 학교의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의 인권감수성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생인권침해의 가해자가 된 것처럼 생각되어 억울함을 호소하며 오히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한다고 강변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학부모도 학생이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까 앞선 걱정이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갈등과 혼란의 원인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교육방식,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는 교육현장의 지체, 입시경쟁으로 인한 학부모의 조급한 욕심, 가정교육의 부재, 학생의 무기력, 학교관리자의 무책임, 필요한 절차의 부재 등 다양한 원인이 혼재되어 있다. 학생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학교에서 여전히 약자의 지위임을 부정할 수 있을까? 교사와 학부모가 대립하면 발생하는 피해는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 제4조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서로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는 학생인권보장을 위해 학교와 협력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20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