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이채민(KOICA 태국 사무소 봉사단 코디네이터)
태국 시위대는 그동안 군주제 개혁과 함께 군부 출신인 총리의 퇴임을 요구해왔다. 지난 2022년 8월 24일 쁘라윳 총리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임기 종료일 판단일까지 직무 정지상태가 되었다가 약 한달 뒤 컴백했다. 9월 30일 헌법재판소가 총리직 유지를 승인했기 때문이다.1)
현지 직원에게 총리직 유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켠으로는 이미 체념한 듯 정치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태국은 신분제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배계급 입장에서 태국을 지배하는 두 기둥은 신분과 종교가 아닐까 싶다. 태국에서 신분의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하이소(High Society)’라 불리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어마어마한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하이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돈뿐 아니라 교양이나 지적수준 역시 높아 존경받아야 할 대상으로 인식된다.
이런 믿음을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기둥은 태국민의 95%가 믿고 있는 불교다. 태국 불교에서 일생은 업(業)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현재의 지위, 불운, 운 등은 그 사람이 전생에 한 행위(업)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다음 생을 위해서 현재 공덕을 쌓아야 한다. 또한 현재의 행복과 불행은 모두 과거 선업과 악업의 소산이니 누구에게 후회하거나 원망할 필요가 없다. 이런 태국인이기에 다른 사람들과 직접적인 충돌이나 갈등상황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태국의 빈부격차는 상상을 넘어서지만2), 계급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 보인다. 어쩌면 극복할 수 없는 신분 차이에서 오는 체념이랄까. 수십 층의 고층타워를 바라보며 골목 식당의 한 끼 천원의 국수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 이 모순된 상황이 피부로 느껴진다.
가난이 체념이 돼 버린 현장은 너무도 많은데,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한끼 식사 정도의 돈을 쥐어주는 것 뿐이라 가끔 눈을 감아버릴 때도 있다. 가난은 가난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난해서 죽고, 가난해서 안전을 위협받는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신분제 사회이든 자본주의 사회이든 그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있다. 그런데 이게 왜 이리도 힘들까.
--------
1)소녀시대와 물대포, https://dchr.or.kr/bbs/board.php?bo_table=humanmansa&wr_id=231
2)1만 7천원이 뭐길래... 500밧에 나타난 태국 빈부격차의 현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095820&ref=A
글_이채민(KOICA 태국 사무소 봉사단 코디네이터)
태국 시위대는 그동안 군주제 개혁과 함께 군부 출신인 총리의 퇴임을 요구해왔다. 지난 2022년 8월 24일 쁘라윳 총리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임기 종료일 판단일까지 직무 정지상태가 되었다가 약 한달 뒤 컴백했다. 9월 30일 헌법재판소가 총리직 유지를 승인했기 때문이다.1)
현지 직원에게 총리직 유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켠으로는 이미 체념한 듯 정치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태국은 신분제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배계급 입장에서 태국을 지배하는 두 기둥은 신분과 종교가 아닐까 싶다. 태국에서 신분의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하이소(High Society)’라 불리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어마어마한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하이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돈뿐 아니라 교양이나 지적수준 역시 높아 존경받아야 할 대상으로 인식된다.
이런 믿음을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기둥은 태국민의 95%가 믿고 있는 불교다. 태국 불교에서 일생은 업(業)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현재의 지위, 불운, 운 등은 그 사람이 전생에 한 행위(업)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다음 생을 위해서 현재 공덕을 쌓아야 한다. 또한 현재의 행복과 불행은 모두 과거 선업과 악업의 소산이니 누구에게 후회하거나 원망할 필요가 없다. 이런 태국인이기에 다른 사람들과 직접적인 충돌이나 갈등상황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태국의 빈부격차는 상상을 넘어서지만2), 계급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 보인다. 어쩌면 극복할 수 없는 신분 차이에서 오는 체념이랄까. 수십 층의 고층타워를 바라보며 골목 식당의 한 끼 천원의 국수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 이 모순된 상황이 피부로 느껴진다.
가난이 체념이 돼 버린 현장은 너무도 많은데,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한끼 식사 정도의 돈을 쥐어주는 것 뿐이라 가끔 눈을 감아버릴 때도 있다. 가난은 가난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난해서 죽고, 가난해서 안전을 위협받는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신분제 사회이든 자본주의 사회이든 그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있다. 그런데 이게 왜 이리도 힘들까.
--------
1)소녀시대와 물대포, https://dchr.or.kr/bbs/board.php?bo_table=humanmansa&wr_id=231
2)1만 7천원이 뭐길래... 500밧에 나타난 태국 빈부격차의 현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095820&re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