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제가 요즘에 하는 일은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이뤄지는 재판을 취재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법정의 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가 방청석에 앉아 검사와 변호인, 판사와 피고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귀담아듣습니다. 어떤 사건인지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기사를 작성해 신문에게 송고합니다. 변호사가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되어 증인석에 앉아 검사의 심문을 받고, 음주운전에 적발된 교수가 팔에 깁스를 한 채 "운전을 완전히 끊으려 자전거를 연습하다 넘어졌다"며 판사에게 선처를 호소합니다. 구치소에서 작성한 반성문을 꺼내어 낭독하는 피고의 목소리가 들리다가도, 선고 결과에 흐느끼는 우는 피해자 가족들이 울먹임도 같은 공간에서 어우러집니다.
재판이 이뤄지는 법정은 언제든 자유롭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성폭력사건이나 영업비밀이 담긴 사건에 제한적으로 비공개로 이뤄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나 법정에 입장해 방청할 수 있습니다. 내 사건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검사가 재판을 청구해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의 절차를 공판(公判)이라고 하나봅니다.
법정에서 판사는 피고의 이름과 출생연도를 묻고 대답을 들음으로써 그가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방청객에게 공개되고, 검사는 공소 사실을 낭독함으로써 피고에게 적용된 혐의가 무엇인지 공표합니다. 물론 법정안에서 말이죠. 헌법 제109조에서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라고 규정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누구든지 이렇게 공개된 재판을 받음으로써 사법정의를 실현하려는 뜻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고 법정은 항상 열려있으나, 방청석은 대부분의 재판에서 텅텅 비어있습니다. 소송관계자가 아니고서는 일반 방청인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다수의 공판이 판사와 검사, 소송관계인, 변호사만으로 전개됩니다. 일반 방청객 대부분 특정 사건이나 특정인의 재판이 궁금할 때 사전에 알고 있는 공판기일에 맞춰 법정에 입장해 청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열려 있으나 실은 열려있지 않은 것과 다다름없다고도 여겨집니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에서 또 다른 한 축은 판결문의 공개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주로 판결문을 읽고 내용을 간추려 주요 골자를 기사의 형태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판결문은 원래 대중에 완전히 공개돼야 맞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고민을 나누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판결문은 소송관계인을 제외하고는 받아볼 수 없으며, 기자들도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의 논리는 이러했습니다. "재판이 제대로 이뤄지고 억울한 피고인이 발생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주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중입니다. 대전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판결 중에 법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판결문은 극히 일부입니다. 법원이 판단한 제한적 경우에 당사자 이름 등 인적사항을 가린 비실명화하여 공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예상하건데 100건의 판결이 있다면 그 중에서 0.5개꼴로 공개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적사항은 당연히 가려 비실명화하고 있으며 주요 장소나 특정 명칭까지도 알아볼 수 없게 처리 후 공개해 사건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부 판례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 유료이고, 담당 변호사가 판결문을 올려준 제한적인 경우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환경인데 판결문을 완전히 공개한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어렵지만, 고민할 주제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자신이 당사자가 되어 법원의 판결을 받았을 때 유사한 다른 법원의 판결과 비교해 판결이 적정한 것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택적으로 아주 특별한 사례에서만 공개되는 편향성에서 벗어나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도 같습니다. 물론 판결문의 완전공개 때에도 이름 등 신상정보는 가려지는 조건에서 말이죠. 어떤 이는 공판에서 호명의 방식으로 공개된 이름 등의 신상정보는 더 이상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판결문을 공개했을 때 사법에 대한 국민 이해가 높아져 사법비용을 절감하는 기제가 되는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판결문에 범죄사실이 드러남으로써 모방범죄를 부르거나, 판결문에 신상정보는 가려졌으나 주변 사람들이 알아봄으로써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고통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대전에서 이뤄지는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 공개해볼 만하지 않나요?
글_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제가 요즘에 하는 일은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이뤄지는 재판을 취재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법정의 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가 방청석에 앉아 검사와 변호인, 판사와 피고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귀담아듣습니다. 어떤 사건인지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기사를 작성해 신문에게 송고합니다. 변호사가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되어 증인석에 앉아 검사의 심문을 받고, 음주운전에 적발된 교수가 팔에 깁스를 한 채 "운전을 완전히 끊으려 자전거를 연습하다 넘어졌다"며 판사에게 선처를 호소합니다. 구치소에서 작성한 반성문을 꺼내어 낭독하는 피고의 목소리가 들리다가도, 선고 결과에 흐느끼는 우는 피해자 가족들이 울먹임도 같은 공간에서 어우러집니다.
재판이 이뤄지는 법정은 언제든 자유롭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성폭력사건이나 영업비밀이 담긴 사건에 제한적으로 비공개로 이뤄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나 법정에 입장해 방청할 수 있습니다. 내 사건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검사가 재판을 청구해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의 절차를 공판(公判)이라고 하나봅니다.
법정에서 판사는 피고의 이름과 출생연도를 묻고 대답을 들음으로써 그가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방청객에게 공개되고, 검사는 공소 사실을 낭독함으로써 피고에게 적용된 혐의가 무엇인지 공표합니다. 물론 법정안에서 말이죠. 헌법 제109조에서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라고 규정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누구든지 이렇게 공개된 재판을 받음으로써 사법정의를 실현하려는 뜻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고 법정은 항상 열려있으나, 방청석은 대부분의 재판에서 텅텅 비어있습니다. 소송관계자가 아니고서는 일반 방청인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다수의 공판이 판사와 검사, 소송관계인, 변호사만으로 전개됩니다. 일반 방청객 대부분 특정 사건이나 특정인의 재판이 궁금할 때 사전에 알고 있는 공판기일에 맞춰 법정에 입장해 청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열려 있으나 실은 열려있지 않은 것과 다다름없다고도 여겨집니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에서 또 다른 한 축은 판결문의 공개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주로 판결문을 읽고 내용을 간추려 주요 골자를 기사의 형태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판결문은 원래 대중에 완전히 공개돼야 맞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고민을 나누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판결문은 소송관계인을 제외하고는 받아볼 수 없으며, 기자들도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의 논리는 이러했습니다. "재판이 제대로 이뤄지고 억울한 피고인이 발생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주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중입니다. 대전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판결 중에 법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판결문은 극히 일부입니다. 법원이 판단한 제한적 경우에 당사자 이름 등 인적사항을 가린 비실명화하여 공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예상하건데 100건의 판결이 있다면 그 중에서 0.5개꼴로 공개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적사항은 당연히 가려 비실명화하고 있으며 주요 장소나 특정 명칭까지도 알아볼 수 없게 처리 후 공개해 사건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부 판례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 유료이고, 담당 변호사가 판결문을 올려준 제한적인 경우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환경인데 판결문을 완전히 공개한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어렵지만, 고민할 주제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자신이 당사자가 되어 법원의 판결을 받았을 때 유사한 다른 법원의 판결과 비교해 판결이 적정한 것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택적으로 아주 특별한 사례에서만 공개되는 편향성에서 벗어나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도 같습니다. 물론 판결문의 완전공개 때에도 이름 등 신상정보는 가려지는 조건에서 말이죠. 어떤 이는 공판에서 호명의 방식으로 공개된 이름 등의 신상정보는 더 이상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판결문을 공개했을 때 사법에 대한 국민 이해가 높아져 사법비용을 절감하는 기제가 되는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판결문에 범죄사실이 드러남으로써 모방범죄를 부르거나, 판결문에 신상정보는 가려졌으나 주변 사람들이 알아봄으로써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고통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대전에서 이뤄지는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 공개해볼 만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