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당신들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되지 않길

관리자
2023-06-14

글_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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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전 세종 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홈페이지(https://dpcrh.or.kr/kor/index.do)


지난 5월 30일, <대전세종충남 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개원식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처음으로 건립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고 장애어린이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이 이끌어낸 병원이기에 공공의 의미가 더욱 빛나고 시민들이 주인공인 개원식이 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긴 병원명칭에서 가까스로 끼어있는 듯한 공공은 애매하게 위치하고 있었고, 시민의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린이가 한 명도 없었지만 흥겹게 울려퍼지는 ‘아기 상어’ 노래에 어른들이 박수를 칩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민간에서 수익이 되지 않아 기피하지만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운 병원입니다. 그런데 개원식 날부터 운영비 걱정을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이에 맞춰 정부에 대한 읍소와 민간의 후원이 얘기됩니다. 공공이라는 것이 이름만이고 실제는 비어있는 것인지, 공공이라는 것이 시혜를 말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경찰서와 소방서에서 적자를 얘기하지 않는데, 같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공공병원에서는 왜 첫날부터 적자 얘기가 나올까요? 이 자리에 어린이들이 없는 게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전에서 2013년부터 시작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시민운동이 결실을 맺는 자리에 시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10여년 동안 시민들과 노력해온 것은 알지만 시민에게 줄 마이크는 없다고 했습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비판적 언론플레이를 일삼고 위험한 발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개원식에서 시민은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충남대병원과 대전시 공무원들이 보건복지부 표창장을 받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넥슨재단 이사장의 축사를 듣습니다. 개원 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위원회에서 토닥토닥을 제외한 대전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데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하며 공정하게 추첨을 통해 치료를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추첨이라는 말도 어색했지만 여기에 붙은 ‘공정’이라는 말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공공에서 필수의료를,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운으로 결정하겠다는 말에 어떻게 공정이란 말을 쓸 수 있는지 무서웠습니다. 사과와 대책이 없는 무책임이 공정으로 바뀔 수 있는 현실에 참담함도 느꼈습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 읽은 부분이 떠오릅니다.

“공원은 원생들을 위해 원생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정수와 섬을 다녀간 엉뚱한 구경꾼들의 것이었다... 그들의 이기적인 소문 속에서만 소록도의 천국은 존재하고 있었다. 명분은 믿을 것이 못 되었다."

우리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당신들의 병원'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공공이 당신의 선의와 시혜로 변질되고, 적자 얘기에 장애어린이의 현실이 다시 가라앉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도 말입니다.

공공은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의무입니다.

장애를 이유로 치료받을 기회조차 운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입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장애어린이가 나서고 시민들이 함께 이끌어 낸 병원이란 사실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장애어린이가족과 시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을 때 제대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운영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들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아니라 <우리들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