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불편한 기후변화? 인권 앗는 불평등

관리자
2023-05-17

글_임병안(중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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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임병안 기자(중도일보)


최근 제가 취재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비슷한 시점에 만나 친구가 된 이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달 23일이 기상의 날이었죠. 바람, 구름, 비, 눈, 더위, 추위 따위를 기상이라고 하나, 최근에는 기후변화를 추적하고 대응방안을 찾는 것도 기상의 범주에 들어갔습니다. 기상의날을 앞두고 기후변화 그 중에서 우리 지역의 기상이변은 무엇이 있었는지 조사했습니다. 지난해 6월 서산에 시간당 105㎜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고 올해 1월 중순엔 며칠 사이 영상 9.2도에서 영하 10.9도까지 극심한 기온변화를 보였으며, 지난해 6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7월도 되기 전에 열대야를 겪었더군요. 어렵지 않게 기상이변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장래의 계절 변화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대전지방기상청은 자동차 사용을 줄이지 않고 일회용품을 지금처럼 남용해 탄소배출을 지속한다는 가정에서 60년 후(2081~2100년)의 날씨를 전망했는데 결과는 다소 놀랍습니다. 탄소배출을 지속하는 환경일 때 60년 후 대전에 여름 날씨는 일 년의 절반가량인 182일까지 지속할 것이고, 같은 시기 겨울은 1월 중순 10일간 비친 후 초여름 같은 봄으로 바뀌리라 전망했습니다. 충남에서도 기후행동 없이 고탄소 배출이 이뤄질 때 같은 시기 여름은 176일 계속되고 겨울은 41일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고요. 폭염은 15.4일~70.7일 발생해 지금의 최대 9배 증가하고요, 온난일은 33.8일~94.3일 늘어난 여름을 대전에서 경험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나라 평균 강수량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현재 대비 +4~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강수일수는 오히려 10일~14일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금보다 짧은 기간에 지금보다 더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경험하지 못한 폭우를 마주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서, 최근 제가 만난 희찬이를 소개합니다. 엄희찬 군은 올해 9살인 초등학생인데 뇌병변과 지적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저는 그를 지난달 22일 대전 갑천변에서 개최된 '기적의 마라톤'에서 만났고, 그의 부모를 통해 희찬 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희찬 군은 바깥출입이 어려워 방문교사가 집을 찾아와 초등 과정의 정규교육이 이뤄지는데 최근에 그가 속한 학교에 특수학급이 폐지되면서 집에서 멀리 있는 학교 소속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희찬 군은 이날 부모와 함께 야외나들이를 하려고 의료장비인 석션기를 두 대나 준비해야 했고, 미세먼지 심한 날씨에 행사를 마치기도 전에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저는 희찬 군의 이야기를 듣고 가족의 사진을 촬영하고자 했고, 그의 부모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저는 "아이 얼굴은 나오지 않도록 사진을 촬영할게요"라고 양해를 구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으나, 오히려 무례한 행동이 되고 말았습니다. 희찬 군 부모는 "아니 왜요, 희찬이도 사진에 함께 나와도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희찬 군을 차별하였던 것은 아닌지 지금도 돌아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면서 희찬 군 소식을 전한 것은, 앞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폭염과 폭우, 전과 다른 계절 등이 희찬 군처럼 작은 변화에도 스스로 대처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어떠한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인지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건강한 시민은 재해현장을 벗어날 수 있어도 취약계층은 그렇지 못할 것이고, 긴 여름은 누군가에게 지치는 일이겠지만 취약한 이들에게는 숨을 쉬기 어려운 날씨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가수 인순이 씨의 '거위의 꿈' 노랫말은 이렇습니다.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말이죠. 기후변화라는 결말은 어쩌면 정해졌는지 모릅니다. 글을 뱉어내는 저 역시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에 그다지 나서지 않는 방관자에 가까우니까요. 에어컨을 켜면 되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되며, 조금 더 안전해 보이는 집을 구하면 된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노년이 되었을 나와 그때 지구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저의 자녀 그리고 희찬 군을 생각하면 기후변화를 대하는 자세는 달라집니다. 기후변화는 인권을 위협할 것입니다. 기후 인권위기를 생각하며 조금씩 기후행동을 실천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