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안선영(장곡중학교 교감)

1차 지필평가가 끝나고 한 달 새에 여러 명의 학생이 자퇴를 하거나 학업 중단 숙려기간을 갖고 있다. 1학기 1차 지필평가 후 학업 중단율과 청소년 자살률이 급증한다는 것은 이미 통계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다. 2월에 새 학기를 준비하며 전 교사가 김현수박사(정신과 의사)의 강의를 들었다. 남·녀 학생의 특성에 따라 집중해서 관찰해야 할 사항과 특히 1차 지필평가가 끝난 후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들을 때만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실제 매일 매일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과 그 학생들을 학교에 남기고 싶어 하는 담임교사의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우리 학교만의 상황은 아닐 텐데 어떤 대책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학생들의 자퇴 사유는 대부분 검정고시를 보기 위해서다. 한 번의 시험으로 이미 내신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학교에 다니는 것은 시간 낭비이니 검정고시와 정시를 준비하러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을 보고 자퇴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한탄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고등학교 3년은 오직 대학에 가기 위해 보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깊으니 3년의 추억, 친구, 경험 등은 하나 마나 한 소리이기 일쑤다.
그런데 최근 한 학생이 다른 이유로 자퇴를 고민하며 부모님과 선생님께 쓴 글을 보았다. 첫 문장부터 숨이 턱 막혀 어렵게 읽어야 했다. 다음은 그 글의 일부다.
나는 공부를 상상 이상으로 자학적으로 했어. 시험 기간에는 하루종일 카페인 음료를 두 캔, 세 캔 마시면서 밤을 새웠고 문제가 안 풀릴 때는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바람에 매일을 울었지. ...중략.. 그렇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를 비난하면서 살았어. 그때는 정말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내 인생이 망해버리는 줄만 알았으니까.... 모두들 내가 인서울을 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했거든. 엄마 아빠는 그게 아니라고 항상 나를 타일렀는데도 그때의 나는 그 말들이 귀에 안 들어왔어. 내 꿈은 직업이 아니라 그냥 좋은 대학이었던 것 같아. 오로지 대학. 오로지 서울 안. 내가 꿈꾸는 성공이란 그런 거였어
엄마가 먼저 공부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권유했을 때는 솔직히 엄마가 나처럼 미친 건가 싶었어. 한국 사회에서 공부를 그만하고 꿈을 좇아가라는 말은 낭만도 아니고 허상에 가깝잖아. 하지만 결정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은 엄마가 던진 질문 하나 때문이었지. ‘너는 언제 행복한데? 잘 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정답이라면 하고 싶은 걸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이 학생은 학업 중단 숙려기간 없이 자퇴를 원해 바로 학적을 정리했다. 그리고 지금 학교에 다닐 때 보다 더 시간을 쪼개서 바쁘게 살고 있다. 시험공부로 하던 영어는 머리를 쥐어뜯게 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영어 회화 공부에 푹 빠져 있단다. 하고 싶었던 걸 잘하기 위해 나름의 장기계획도 세운 듯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학교가 정답일 수는 없지만, 학교를 피해 도착한 곳이 더 지옥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특히 부모의 욕심이 아이를 더 힘들게 하는 일은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위 학생의 부모가 자녀를 믿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해 줬던 것처럼 학생들이 본인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말로, 마음으로 도와줬으면 한다.
늙나 보다.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예쁘다. 떼를 쓰며 우는 아기들도, 말 안 듣고 찻길을 뛰어 등교하는 초등학생들도, 자전거 곡예를 하며 지나가는 중학생, 버젓이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며 등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뛰어나가 마주친 고딩들 조차 보고만 있어도 그냥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잘’하며 행복하길….
글_안선영(장곡중학교 교감)
1차 지필평가가 끝나고 한 달 새에 여러 명의 학생이 자퇴를 하거나 학업 중단 숙려기간을 갖고 있다. 1학기 1차 지필평가 후 학업 중단율과 청소년 자살률이 급증한다는 것은 이미 통계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다. 2월에 새 학기를 준비하며 전 교사가 김현수박사(정신과 의사)의 강의를 들었다. 남·녀 학생의 특성에 따라 집중해서 관찰해야 할 사항과 특히 1차 지필평가가 끝난 후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들을 때만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실제 매일 매일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과 그 학생들을 학교에 남기고 싶어 하는 담임교사의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우리 학교만의 상황은 아닐 텐데 어떤 대책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학생들의 자퇴 사유는 대부분 검정고시를 보기 위해서다. 한 번의 시험으로 이미 내신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학교에 다니는 것은 시간 낭비이니 검정고시와 정시를 준비하러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을 보고 자퇴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한탄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고등학교 3년은 오직 대학에 가기 위해 보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깊으니 3년의 추억, 친구, 경험 등은 하나 마나 한 소리이기 일쑤다.
그런데 최근 한 학생이 다른 이유로 자퇴를 고민하며 부모님과 선생님께 쓴 글을 보았다. 첫 문장부터 숨이 턱 막혀 어렵게 읽어야 했다. 다음은 그 글의 일부다.
나는 공부를 상상 이상으로 자학적으로 했어. 시험 기간에는 하루종일 카페인 음료를 두 캔, 세 캔 마시면서 밤을 새웠고 문제가 안 풀릴 때는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바람에 매일을 울었지. ...중략.. 그렇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를 비난하면서 살았어. 그때는 정말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내 인생이 망해버리는 줄만 알았으니까.... 모두들 내가 인서울을 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했거든. 엄마 아빠는 그게 아니라고 항상 나를 타일렀는데도 그때의 나는 그 말들이 귀에 안 들어왔어. 내 꿈은 직업이 아니라 그냥 좋은 대학이었던 것 같아. 오로지 대학. 오로지 서울 안. 내가 꿈꾸는 성공이란 그런 거였어
엄마가 먼저 공부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권유했을 때는 솔직히 엄마가 나처럼 미친 건가 싶었어. 한국 사회에서 공부를 그만하고 꿈을 좇아가라는 말은 낭만도 아니고 허상에 가깝잖아. 하지만 결정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은 엄마가 던진 질문 하나 때문이었지. ‘너는 언제 행복한데? 잘 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정답이라면 하고 싶은 걸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이 학생은 학업 중단 숙려기간 없이 자퇴를 원해 바로 학적을 정리했다. 그리고 지금 학교에 다닐 때 보다 더 시간을 쪼개서 바쁘게 살고 있다. 시험공부로 하던 영어는 머리를 쥐어뜯게 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영어 회화 공부에 푹 빠져 있단다. 하고 싶었던 걸 잘하기 위해 나름의 장기계획도 세운 듯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학교가 정답일 수는 없지만, 학교를 피해 도착한 곳이 더 지옥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특히 부모의 욕심이 아이를 더 힘들게 하는 일은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위 학생의 부모가 자녀를 믿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해 줬던 것처럼 학생들이 본인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말로, 마음으로 도와줬으면 한다.
늙나 보다.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예쁘다. 떼를 쓰며 우는 아기들도, 말 안 듣고 찻길을 뛰어 등교하는 초등학생들도, 자전거 곡예를 하며 지나가는 중학생, 버젓이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며 등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뛰어나가 마주친 고딩들 조차 보고만 있어도 그냥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잘’하며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