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어디 의사 없나요?

관리자
2023-02-22

글_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사진_대전세종충남넥스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조감도

"네? 지원서를 낸 의사가 없다고요?"

물어보고 대답을 듣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기자가 웬만한 상황에서도 놀라는 일은 드물다. 어디서 불이 나고 자동차 추돌사고가 발생하고, 빗물이 넘친대서 놀랄 일은 아니다. 원인이 으레 짐작되고 노력에 시간을 더하면 대부분 해결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 재활 병원을 어렵게 만들었는데 이곳에서 어린이 환자를 돌볼 의사가 모집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건설 중인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3월 문을 연다. 2020년 12월 공사를 시작해 지하2층에 지상 5층 70병상 규모인데 넥슨 재단의 후원금 100억 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 447억이 소요됐다. 시공업체의 임금 체납 문제로 한때 공사가 중단되는 기간도 있었으나, 지금은 웬만한 공사를 마무리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발달장애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다. 근골격계와 근육, 신경 회복을 도와주는 물리치료가 이뤄질 수 있고, 뇌 손상과 질병 등으로 발달이 늦은 아동에게는 감각, 인지 지각회복의 작업치료도 이뤄지는 조금은 특수한 병원이다. 물리치료사에게 문의해보니 성인들의 물리치료와 달리 소아 등 어린이의 재활치료는 전문적인 분야라고 한다. 어른들은 근육이 또는 감각이 어떻게 움직이거나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한 상태서 물리치료를 받는다면, 어린이에게는 근육의 낯선 움직임과 감각을 정상적인 것으로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 골격도 성인과 달라 오히려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한다. 그래서 대전에서도 어린이 재활을 제공하는 병원은 대학병원이라고 다 있는 것은 아니며 재활병원 중에서도 1~2곳뿐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간절하게 바라던 곳이라는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에 재활치료사와 간호사 등은 필요한 인력만큼 지원자가 찾아와 인력을 수급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아이들을 진찰하고 적절한 치료를 처방할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사에서 다뤄졌듯이,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치과, 당직의 등 5명의 의사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까지 재활의학 의사 1명이 지원했을 뿐 나머지 진료과목에 필요한 의사는 세 차례 모집공고에도 불구하고 원서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3차 모집공고를 종료한 날 몇 명의 의사가 지원했는지 담당자에게 문의해 '지원자 0명'이라고 들은 때부터 약간의 공황 같이 멍해졌다. 연봉은 2억5000만 원에서 3억 원이고, 당직도 없는 근무형태에 섬마을도 아닌 대전에서 생활할 수 있는데 지원하는 의사가 없다니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스스로 설명되지 않았다. 물론 시청 담당자는 개원하는 병원에서 첫 근무자가 겪게 되는 어려움 때문에 등 추정되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납득되지 않았다.   

병원에 근무하겠다는 의사 지원자가 왜 없을까. 이 질문을 며칠째 머릿속에 가지고 다녔다. 그러다 최근 응급의학과 교수와 대화를 나누던 중 이 문제가 재활병원의 인력난 차원이 아니라, 지방의료 소멸의 현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의 논리를 쫓아가 설명해본다면, 최근들어 의사들에 대한 민사소송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금고형 이상의 처벌만 받아도, 의사면허를 박탈하는 법안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의사들은 위험부담 있는 수술을 기피하고 환경이 좋은 곳에서 근무를 더욱 희망하게 됐다. 또 어린이재활병원에서 의사에게 연봉 3억 원씩 지급해 의사를 구한대서 끝이 아니라 주변 의료인력들의 임금인상을 초래해 결국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문 닫는 병원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수도권에 여러 병원들이 확장해 올해부터 최대 6300병상이 수도권에 더 만들어질 예정인데, 그러면 지방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지금보다 빠르게 수도권으로 유출될 것이다. 의사 인력난은 더욱 가중돼 연봉을 더 높여 제시하는 수밖에 없고, 문 닫는 병원이 여럿 생기며 지방의료는 더욱 나빠지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데,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의사 난이 하나의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연봉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고, 의료를 향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그의 여러 분석 중에서 지방의료를 황폐화하는 전조 현상 중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의사 구인난을 해석한 부분에 공감하고 있다. 충남지역 의료원에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는 소식은 예전부터 들어온 것이고, 이제는 대전까지 확대된 것인지 모른다. 

건강에서도 비수도권 차별을 몸으로 느끼는 때가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