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

관리자
2023-01-12

글_안선영(장곡중 교감)


12월, 한해를 돌아보며 평가하는 달이다. 


학교에서는 대한민국 교사라면 이 시기에 피할 수 없는 평가 2개를 받는다. 학생, 학부모로부터 받는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와 동료 교사와 교장·교감으로부터 받는 근무성적평가(근평)다. 난 9월 1일 자로 학교에 와서 11월에 학부모로부터 교원평가를 받았다. 점수는 해석이 곤란해 차치하고, 서술형 평가내용은 교원 안선영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일반적인 교감이라는 직에 대한 평가 또는 건의 사항이었다. 평가를 통해 반성하고 개선할 것들을 찾아볼 자료로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결과였다. 학부모와 접촉할 기회가 없었으니 당연히 평가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참여율을 높여주신 학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평가가 종료되고 선생님들께 각자의 평가 결과를 열람할 수 있는 기간과 이의제기 방법을 안내했는데 단 한 건의 이의신청이 없어서 다들 평가 결과에 만족하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굳이 평가 결과를 열람하지 않는 교사들이 많았던 것이다. 전교조 등 교원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1년 처음 교원평가가 도입됐다. 교원들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넘어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 좋다! 

평가를 받되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달란 말이다. 교사들이 굳이 평가 결과를 열람하지 않는 것은 그 내용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거나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원평가는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여 실시한다. 교사의 교육활동 전반(학습지도, 생활지도)을 평가하여 자기성찰과 전문성 신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평가의 목적이다. 도입된 지 10여 년 동안 교원들은 이 평가 결과가 전문성 신장과 전혀 관계없음을 학습해 왔다. 전문성 신장은커녕 비수가 되어 꽃인 말들이 학생들 앞에서 더 의기소침하게 만들뿐이다. 평가 결과에 따른 적절한 피드백 방안도 없이 그저 평가를 하고 있는다는 점을 세상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더구나 이런 제도를 만든 사람들은 어떤 평가도 받지 않는다. 교원평가 시행을 위해 담당자가 감당해야 할 행정업무, 학생과 학부모들의 참여 독려, 평가 결과로 받은 교원들의 상처, 전문성 신장과 이어지지 않는 정책 등 당국이 진짜 이런 것들을 몰라서 강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폐는 들추면 감당하기 힘드니 굳이 내가 들추지 않아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다. 특히 교육계의 문제는 들출수록 득이 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 욕 안 먹을 정도만 유지하거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뭔가 하는 척 하고 있다. 교원들이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아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더불어 도저히 학생들 앞에 서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교원은 과감히 교단을 떠날 수 있도록 그래서 전체 교원이 싸잡아 욕먹는 일이 없도록 누군가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 교원단체도 교원평가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

또 하나의 평가가 남았다. 한 학교의 교사들을 한 줄로 세우는 다면평가다. 다면평가 결과는 교사 근무성적평가와 성과급으로 직결된다.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운 후 근무성적을 수, 우, 미, 양으로 매긴다. 전 교사가 투표로 ‘나’를 평가할 평가 동료 교사를 뽑는다. 뽑힌 교사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료를 줄 세워야 하는 난감한 처지가 된다. 승진하려면 이 평가에서 1등을 받아야 하니 승진하려는 교사가 한 명이 아닌 이상 학교는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평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평가를 평가답게 제대로 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을 취할 수 있도록 장치를 보완하자는 말이다. 관행대로 해 오던 것 시끄럽게 손대지 말고 그냥 해오다 10년이 흘렀고, 교원평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은 관심 밖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교사들의 성장은 개인의 취사선택이 됐다. 손가락질하기 전에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 관심 가져 주길 바란다. 올 한해 나는 교사로서 엄마로서 동료로서 또는 무엇인가로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고 내년을 계획하는 진짜 평가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