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 때 비 내리는 모습을 보셨나요? 우산을 찢을 것처럼,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운전을 더는 못할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7월 10일 정절을 이룬 폭우 때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한 현장 몇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대전 서구 기성동 정방마을은 둑이 무너져 물이 들어차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과정을 들어보면 참사에 가깝습니다. 오전 4시 30분께 마을 앞 제방이 무너져 거센 물이 마을로 들이닥쳤으니 주민들은 잠에서 깨지 못한 채 재난을 맞았고, 당시 주민들이 대피하는 과정을 들으면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지 자칫했다가는 마을에서 줄초상을 치를 뻔 한 대형 사고였습니다. 수압에 눌려 문이 열리지 않아 창문으로 가까스로 집 밖으로 탈출한 가정부터 순식간에 처마 밑까지 들어찬 물에 대피도 못하고 그대로 둥둥 떠다니다가 구조물을 붙들고 고개를 물밖으로 내밀고 버티던 주민들, 그리고 마을 침수 소식을 듣고 달려나온 아들이 몸을 던져 어머니와 이웃 주민을 지붕 위로 밀어올릴 때 체력이 소진돼 아찔했다는 소회까지 정방마을 침수는 예삿일이 아니었습니다.
출처_임병안 @(기성동 산불)
생각해보니, 제가 서구 기성동에서 자연재난을 취재한 게 1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정방마을 주민들이 대피한 기성종합복지관을 찾아갔을 때 "이곳에 언제 왔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뒤따라오는 기억이 2023년 4월 금산과 홍성 그리고 대전 기성동 야산에서 동시다발 번졌던 대형 산불이었습니다. 그때도 기성동 산불피해 주민들은 기성종합복지관으로 대피했습니다. 산불 때 정방마을이 피해장소는 아니었으나, 기성동 여러 곳에 산재한 요양시설에서 900여 명의 입소자들이 대피하고 일부 주택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때 입소자들 대피를 마친 요양원의 풍경은 환자 침대가 1층 로비에 어지럽게 늘어져 있고, 관리자께서 지붕에 연신 물을 뿌리며 화재가 옮겨붙지 않도록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때도 몸이 불편해 혼자서는 대피하지 못하는 요양시설 입소자들이 큰 화를 입을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사회부 소속 기자로 지내면서 재난 현장을 취재할 때 피해 원인을 찾으려고 애를 씁니다. 이번 사고로 무엇이든 하나쯤을 교훈을 얻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똑같은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직업의식 같은 것이죠. 올해 폭우 때 정방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침수가 발생하고 하천 홍수경보가 발령됐는데, 시간당 최대강우량을 기록한 시점부터 몇 시간 뒤에 하천 수위가 정점에 이르는지 조사해봤습니다. 7월 10일 오전 4시께 시간당 84㎜ 폭우의 금산에서 남일면 황풍리에 있는 봉황천은 오후 5시 30분께 최고수위 5.09m를 기록했는데 오전 3시 30분께 수위 2.43m이었던 것에서 불과 2시간 만에 2.66m 높아진 현상이 확인되었습니다. 대략 시간당 최고강우 뒤 2~4시간 사이 하천 수위가 최고조에 이른 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고, 하천이나 그 주변에서 대피하고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 폭우 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나름의 시사점을 전달했습니다. 또 지난해 산불에서는 그해 봄 누적 강우량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평균 110㎜ 대비 43%에 그쳤을 정도로 건조해 산불이 대형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석은 다소 공허한 느낌을 받습니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폭우가 단시간 쏟아져 하천 수위가 2~4시간 만에 최고수위까지 오른다는 것을 알았어도,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에 다가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난은 계속 발생할 것이고 산불부터 침수, 가뭄 등으로 재난의 종류와 모습을 바꿔서 나타날 텐데 그때마다 분석하는 게 다음 재난 예방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여겨집니다. 어딘가에 약한 고리가 있고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재난은 그런 취약한 지점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폭염에 야간 열대야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침묵의 재난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햇볕을 피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거나 냉방장치 없이 여름을 나는 이들과 그늘 아래에서 에어컨을 활용하는 이들 사이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부터 해야할 지, 그것을 알아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 지, 그 실천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 지 우물쭈물하며 오늘을 보내고 있습니다.
글_임병안(중도일보 사회과학부 차장)
출처_임병안 @(정방마을 침수)
올해 장마 때 비 내리는 모습을 보셨나요? 우산을 찢을 것처럼,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운전을 더는 못할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7월 10일 정절을 이룬 폭우 때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한 현장 몇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대전 서구 기성동 정방마을은 둑이 무너져 물이 들어차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과정을 들어보면 참사에 가깝습니다. 오전 4시 30분께 마을 앞 제방이 무너져 거센 물이 마을로 들이닥쳤으니 주민들은 잠에서 깨지 못한 채 재난을 맞았고, 당시 주민들이 대피하는 과정을 들으면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지 자칫했다가는 마을에서 줄초상을 치를 뻔 한 대형 사고였습니다. 수압에 눌려 문이 열리지 않아 창문으로 가까스로 집 밖으로 탈출한 가정부터 순식간에 처마 밑까지 들어찬 물에 대피도 못하고 그대로 둥둥 떠다니다가 구조물을 붙들고 고개를 물밖으로 내밀고 버티던 주민들, 그리고 마을 침수 소식을 듣고 달려나온 아들이 몸을 던져 어머니와 이웃 주민을 지붕 위로 밀어올릴 때 체력이 소진돼 아찔했다는 소회까지 정방마을 침수는 예삿일이 아니었습니다.
출처_임병안 @(기성동 산불)
생각해보니, 제가 서구 기성동에서 자연재난을 취재한 게 1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정방마을 주민들이 대피한 기성종합복지관을 찾아갔을 때 "이곳에 언제 왔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뒤따라오는 기억이 2023년 4월 금산과 홍성 그리고 대전 기성동 야산에서 동시다발 번졌던 대형 산불이었습니다. 그때도 기성동 산불피해 주민들은 기성종합복지관으로 대피했습니다. 산불 때 정방마을이 피해장소는 아니었으나, 기성동 여러 곳에 산재한 요양시설에서 900여 명의 입소자들이 대피하고 일부 주택은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때 입소자들 대피를 마친 요양원의 풍경은 환자 침대가 1층 로비에 어지럽게 늘어져 있고, 관리자께서 지붕에 연신 물을 뿌리며 화재가 옮겨붙지 않도록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때도 몸이 불편해 혼자서는 대피하지 못하는 요양시설 입소자들이 큰 화를 입을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사회부 소속 기자로 지내면서 재난 현장을 취재할 때 피해 원인을 찾으려고 애를 씁니다. 이번 사고로 무엇이든 하나쯤을 교훈을 얻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똑같은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직업의식 같은 것이죠. 올해 폭우 때 정방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침수가 발생하고 하천 홍수경보가 발령됐는데, 시간당 최대강우량을 기록한 시점부터 몇 시간 뒤에 하천 수위가 정점에 이르는지 조사해봤습니다. 7월 10일 오전 4시께 시간당 84㎜ 폭우의 금산에서 남일면 황풍리에 있는 봉황천은 오후 5시 30분께 최고수위 5.09m를 기록했는데 오전 3시 30분께 수위 2.43m이었던 것에서 불과 2시간 만에 2.66m 높아진 현상이 확인되었습니다. 대략 시간당 최고강우 뒤 2~4시간 사이 하천 수위가 최고조에 이른 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고, 하천이나 그 주변에서 대피하고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 폭우 전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나름의 시사점을 전달했습니다. 또 지난해 산불에서는 그해 봄 누적 강우량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평균 110㎜ 대비 43%에 그쳤을 정도로 건조해 산불이 대형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석은 다소 공허한 느낌을 받습니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폭우가 단시간 쏟아져 하천 수위가 2~4시간 만에 최고수위까지 오른다는 것을 알았어도,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에 다가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난은 계속 발생할 것이고 산불부터 침수, 가뭄 등으로 재난의 종류와 모습을 바꿔서 나타날 텐데 그때마다 분석하는 게 다음 재난 예방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여겨집니다. 어딘가에 약한 고리가 있고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재난은 그런 취약한 지점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폭염에 야간 열대야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침묵의 재난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햇볕을 피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거나 냉방장치 없이 여름을 나는 이들과 그늘 아래에서 에어컨을 활용하는 이들 사이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부터 해야할 지, 그것을 알아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 지, 그 실천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 지 우물쭈물하며 오늘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