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안선영(장곡중학교 교감)

출처_한국교육신문
어느 학교에 방문했는데 지나가던 학생이 두 손을 배꼽에 모으고 정중하게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너무 당황스러워 “나를? 정말요?”라는 답변이 튀어 나왔다. 또 어느 학교에서는 “효도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는 학생에게 “나한테 왜요?”라고 인사를 받았다. 지금 6주 간의 긴 연수를 받고 있는데 연수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디지털 시대’이다. 디지털 시대에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답변은 학생 저마다의 소질과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분반 토론 시간에 각 학교에서 하고 있는 인성교육(생활교육) 우수사례를 발표하는데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결코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위와 같은 사례였다.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들이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사랑한다는 인사가 복도까지 큰소리로 들리지 않으면 제가 쫓아 들어가 다시 하라고 하면 학생들이 모두 큰 소리로 “사랑합니다.”를 외칩니다.
우리 학교는 여학교인데 치마 길이와 머리 길이를 잽니다. 복장이 흐트러지면 생활교육이 엉망이 되는 단초가 되기 때문에 바른 용의복장을 우선시 합니다.
몸이 불편한 학생만 타야 하는 엘리베이터를 일반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타는 문제를 학생회에서 스스로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 해결했습니다.
"내 발표 차례가 왔을 때 그만 참지 못하고 앞 사람들의 발표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복장이 아니라면 신체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습니다. 교복 지원비가 있어 교복은 있으나 입고 안 입고는 학생들 자유입니다. 학생들이 사는 아파트는 2층이어도 자유롭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데 왜 학교에서는 안 되는지 납득이 될까요? 학생 수 대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게 오히려 미안한 일이지요. 시설이 부족하니 몸이 불편한 학생이 우선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하자 정도가 우리학교의 규칙입니다. 규칙이 많을수록 갈등의 소지도 늘어나니 가급적 규칙 대신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 생활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너 잘났다. 싶었을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200시간 이상 AI기반 교육, 에듀테크 활용 교육, 저출산 시대의 교육변화 방향 등을 귀에서 피가 나도록 들었으면 기존에 하던 방식의 교육을 돌아보는 시간은 있어야 하는데 듣는 것 따로 실천하는 것 따로라면 ‘이런 연수를 이렇게 길게 편성해서 주최 측이나 수강생이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배움과 실천의 괴리, 말과 실제의 모순 사례는 도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연수에 참석하느라 수영장 등록을 두 달 미뤘다.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인데 두 달 후에 재수강하려면 신청 기간에 카드를 들고 직접 방문해야 한단다. 그 기간에 국내에 없으니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비용은 계좌이체 하겠다고 했더니 안 된단다. 본인이 직접 와서 카드로 현장 결제를 해야만 한다기에 왜 그래야 하냐고 물으니 그냥 그래야 한단다. 교육도시로 유명한 이 시는 요즘 에듀테크 관련 교육을 개설하고 자율주행, 드론을 특화하고 있는 곳이다.
교사가 징계를 받고 징계가 과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징계 사실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청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기간제교사를 채용할 때 처음엔 한 달만 계약을 하고 징계를 받은 선생님이 소청을 하지 않았으면 그 이후는 결원 기간만큼 계약을 할 수 있다. 한 달 후 계약 연장을 위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당 교사의 소청 여부를 물으니 소청을 하는 선생님들이 워낙 많아 확인이 불가하단다. 아니 5천만 국민도 주민번호와 이름만 알면 검색이 되는 디지털 시대에 장부를 뒤져보는 것도 아니고 대상이 많아 확인이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따지는데 화가 아니라 헛웃음이 나왔다. 결국 학교는 세 번째 한 달씩 계약 연장을 하고 있고 해당 선생님은 연가도 퇴직금도 없는 부당한 근무를 하고 계신다.
온라인, 디지털, 4차산업혁명, AI가 난무하는 시대.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못하는 어르신을 디지털맹이라고 주눅 들게 만드는 시대에 누가 진짜 디지털맹이며 학교와 행정은 얼마나 시대에 발맞추고 있는지 묻고 싶다.
글_안선영(장곡중학교 교감)
출처_한국교육신문
어느 학교에 방문했는데 지나가던 학생이 두 손을 배꼽에 모으고 정중하게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너무 당황스러워 “나를? 정말요?”라는 답변이 튀어 나왔다. 또 어느 학교에서는 “효도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는 학생에게 “나한테 왜요?”라고 인사를 받았다. 지금 6주 간의 긴 연수를 받고 있는데 연수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디지털 시대’이다. 디지털 시대에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답변은 학생 저마다의 소질과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분반 토론 시간에 각 학교에서 하고 있는 인성교육(생활교육) 우수사례를 발표하는데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결코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위와 같은 사례였다.
"내 발표 차례가 왔을 때 그만 참지 못하고 앞 사람들의 발표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복장이 아니라면 신체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습니다. 교복 지원비가 있어 교복은 있으나 입고 안 입고는 학생들 자유입니다. 학생들이 사는 아파트는 2층이어도 자유롭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데 왜 학교에서는 안 되는지 납득이 될까요? 학생 수 대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게 오히려 미안한 일이지요. 시설이 부족하니 몸이 불편한 학생이 우선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하자 정도가 우리학교의 규칙입니다. 규칙이 많을수록 갈등의 소지도 늘어나니 가급적 규칙 대신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 생활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너 잘났다. 싶었을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200시간 이상 AI기반 교육, 에듀테크 활용 교육, 저출산 시대의 교육변화 방향 등을 귀에서 피가 나도록 들었으면 기존에 하던 방식의 교육을 돌아보는 시간은 있어야 하는데 듣는 것 따로 실천하는 것 따로라면 ‘이런 연수를 이렇게 길게 편성해서 주최 측이나 수강생이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배움과 실천의 괴리, 말과 실제의 모순 사례는 도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연수에 참석하느라 수영장 등록을 두 달 미뤘다.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인데 두 달 후에 재수강하려면 신청 기간에 카드를 들고 직접 방문해야 한단다. 그 기간에 국내에 없으니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비용은 계좌이체 하겠다고 했더니 안 된단다. 본인이 직접 와서 카드로 현장 결제를 해야만 한다기에 왜 그래야 하냐고 물으니 그냥 그래야 한단다. 교육도시로 유명한 이 시는 요즘 에듀테크 관련 교육을 개설하고 자율주행, 드론을 특화하고 있는 곳이다.
교사가 징계를 받고 징계가 과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징계 사실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청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기간제교사를 채용할 때 처음엔 한 달만 계약을 하고 징계를 받은 선생님이 소청을 하지 않았으면 그 이후는 결원 기간만큼 계약을 할 수 있다. 한 달 후 계약 연장을 위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당 교사의 소청 여부를 물으니 소청을 하는 선생님들이 워낙 많아 확인이 불가하단다. 아니 5천만 국민도 주민번호와 이름만 알면 검색이 되는 디지털 시대에 장부를 뒤져보는 것도 아니고 대상이 많아 확인이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따지는데 화가 아니라 헛웃음이 나왔다. 결국 학교는 세 번째 한 달씩 계약 연장을 하고 있고 해당 선생님은 연가도 퇴직금도 없는 부당한 근무를 하고 계신다.
온라인, 디지털, 4차산업혁명, AI가 난무하는 시대.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못하는 어르신을 디지털맹이라고 주눅 들게 만드는 시대에 누가 진짜 디지털맹이며 학교와 행정은 얼마나 시대에 발맞추고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