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이봉주 마라토너님,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토닥토닥 대표 건우아빠 김동석입니다.
제9회 기적의 마라톤에서 건우가 이봉주 마라토너님과 함께 뛰길 간절히 바라며 편지를 씁니다.
2014년 4월, 건우와 아빠가 처음으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당시 6살 건우는 2살 때 사고로 인해 사지마비 상태였고 위로 음식을 직접 투여하고 수시로 썩션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 건우와 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니 주변 사람들은 불가능한 일로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휠체어 탄 아이가 뛸 수 없다고 생각했고 설사 휠체어에 탄 채로 참가한다고 해도 아이의 상태가 걱정된다고 말렸습니다. 사실 아빠도 무서웠습니다. 건우의 건강도 걱정이지만,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무서웠고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지 두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사고 후 병원과 집 외에는 밖에 나가지 못했던 건우에게 봄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또 세상에 어린이재활병원이 없어서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 조차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알리고 싶었습니다.
건우와 마라톤 연습을 하며 아빠만 휠체어를 밀며 뛰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건우는 햇빛에 눈을 뜨기 어려워했고, 달리는 휠체어에서 벨트 하나로 버티며 온몸이 땀범벅이 됐습니다. 아빠가 뒤에서 휠체어 밀다 보니 건우의 상태를 볼 수가 없어 엄마도 옆에서 뛰어야 했습니다. 엄마는 건우의 손을 잡고 옆에서 뛰며 수시로 틀어지는 몸을 바로잡아야 했고 호흡상태를 살피며 힘들면 멈춰서 썩션도 해주어야 했습니다.
마라톤 당일, 비가 내렸습니다. 하늘이 우리의 마라톤을 막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비가림막을 하고 뛰어보자고 했습니다. 건우가 빗소리를 들으며 뛰는 걸 좋아할 수도 있다며 용기를 주었습니다. 마리톤 대회장에 가니, 건우네와 함께 뛰겠다고 장애아동인 다인이, 수희, 화영이, 채민이, 시율이의 가족들도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우의 마라톤 소식을 들은, 약 60명의 시민들도 장애아동을 지원하며 함께 뛰러 나왔습니다. 건우와 5km를 함께 완주하고 들어올 때 행사장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건우의 목에 완주 메달을 걸어주었고 많은 이들이 축하해 주었습니다. 불가능이 기적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건우가 함께하니 달릴 수 있었습니다.
2014년 4월 이후로 두 번 더 마라톤대회에 참여했고, 오를 수 없다는 산에도 사람들이 함께 휠체어를 들고 올라 정상에 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들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시민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제1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기적의 마라톤’을 직접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4월, 장애아동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려 달렸습니다. 기적의 마라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애아동이 참가하는 대회가 되었고,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이끌어냈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기적처럼 현실이 되었습니다.
2023년 대전에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건립되어 개원했지만, 건우를 비롯한 많은 중증장애아동의 치료와 교육 현실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건우가 뛰었기에 대한민국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했습니다. 전국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제대로 건립돼 어린이재활난민이 사라지고 모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다시 달리려고 합니다.
이봉주 마라토너님께서 건우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함께 뛰어 주시길 바래봅니다. 요즘 이봉주 마라토너님을 기적의 마라토너라 부릅니다. 난치병을 이겨내고 다시 허리를 세운 당신의 모습을 보며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10여 년 마라톤을 달려온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이 생각났습니다. 함께 뛰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건우를 비롯한 장애아동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다시 달리는 시작이 ‘기적의 마라톤’이 되길 소망합니다.
기적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영웅과 건우가 함께 뛰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김동석 이사장의 기고글입니다.
글_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이봉주 마라토너님,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토닥토닥 대표 건우아빠 김동석입니다.
제9회 기적의 마라톤에서 건우가 이봉주 마라토너님과 함께 뛰길 간절히 바라며 편지를 씁니다.
2014년 4월, 건우와 아빠가 처음으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당시 6살 건우는 2살 때 사고로 인해 사지마비 상태였고 위로 음식을 직접 투여하고 수시로 썩션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 건우와 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니 주변 사람들은 불가능한 일로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휠체어 탄 아이가 뛸 수 없다고 생각했고 설사 휠체어에 탄 채로 참가한다고 해도 아이의 상태가 걱정된다고 말렸습니다. 사실 아빠도 무서웠습니다. 건우의 건강도 걱정이지만,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 무서웠고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지 두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사고 후 병원과 집 외에는 밖에 나가지 못했던 건우에게 봄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또 세상에 어린이재활병원이 없어서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 조차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알리고 싶었습니다.
건우와 마라톤 연습을 하며 아빠만 휠체어를 밀며 뛰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건우는 햇빛에 눈을 뜨기 어려워했고, 달리는 휠체어에서 벨트 하나로 버티며 온몸이 땀범벅이 됐습니다. 아빠가 뒤에서 휠체어 밀다 보니 건우의 상태를 볼 수가 없어 엄마도 옆에서 뛰어야 했습니다. 엄마는 건우의 손을 잡고 옆에서 뛰며 수시로 틀어지는 몸을 바로잡아야 했고 호흡상태를 살피며 힘들면 멈춰서 썩션도 해주어야 했습니다.
마라톤 당일, 비가 내렸습니다. 하늘이 우리의 마라톤을 막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비가림막을 하고 뛰어보자고 했습니다. 건우가 빗소리를 들으며 뛰는 걸 좋아할 수도 있다며 용기를 주었습니다. 마리톤 대회장에 가니, 건우네와 함께 뛰겠다고 장애아동인 다인이, 수희, 화영이, 채민이, 시율이의 가족들도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우의 마라톤 소식을 들은, 약 60명의 시민들도 장애아동을 지원하며 함께 뛰러 나왔습니다. 건우와 5km를 함께 완주하고 들어올 때 행사장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건우의 목에 완주 메달을 걸어주었고 많은 이들이 축하해 주었습니다. 불가능이 기적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건우가 함께하니 달릴 수 있었습니다.
2014년 4월 이후로 두 번 더 마라톤대회에 참여했고, 오를 수 없다는 산에도 사람들이 함께 휠체어를 들고 올라 정상에 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들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시민모임이 결성되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제1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기적의 마라톤’을 직접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4월, 장애아동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려 달렸습니다. 기적의 마라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애아동이 참가하는 대회가 되었고,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이끌어냈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기적처럼 현실이 되었습니다.
2023년 대전에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건립되어 개원했지만, 건우를 비롯한 많은 중증장애아동의 치료와 교육 현실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건우가 뛰었기에 대한민국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했습니다. 전국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제대로 건립돼 어린이재활난민이 사라지고 모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다시 달리려고 합니다.
이봉주 마라토너님께서 건우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함께 뛰어 주시길 바래봅니다. 요즘 이봉주 마라토너님을 기적의 마라토너라 부릅니다. 난치병을 이겨내고 다시 허리를 세운 당신의 모습을 보며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10여 년 마라톤을 달려온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이 생각났습니다. 함께 뛰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건우를 비롯한 장애아동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다시 달리는 시작이 ‘기적의 마라톤’이 되길 소망합니다.
기적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영웅과 건우가 함께 뛰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김동석 이사장의 기고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