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모두 축하합시다. 그리고…

관리자
2025-06-11

글_이채민(회원)1)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시작 

대선이 끝났다. 12월 3일부터 시작된 이 여정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1960년대식 권위주의와 과거로 회귀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지켜본 탄핵의 순간, 나 역시 눈물을 흘렸고 분노했으며 허탈했다. 

만일 내란이 성공했더라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격변을 넘어서,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했다. 21세기 응원봉 세대가 주도한 이 변화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정치적 관행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특히 소셜미디어(Social Media)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시민 참여의 확산은 전통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K- 민주주의는 이런 모습이길… 

 이번 대통령 탄핵 과정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1987년 6월 항쟁에서 시작된 민주화의 여정이 2016년 촛불집회를 거쳐 2024년 탄핵에 이르기까지, 한국 시민 사회의 성숙도와 민주적 역량을 지속적으로 증명했다. 이러한 경험은 동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민주화 운동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그렇게 따라왔던 서구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경험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서술해야 할 만큼의 귀중한 경험이다. 

한국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은 특히 20대 여성들의 역할에 주목한다. '촛불 혁명'에 이어 '응원봉 혁명'을 이끈 주체가 바로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2) 이들은 전통적 동원 방식을 거부하고,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모습의 시민 참여를 보여주었다. K-pop 문화와 결합된 이들의 저항방식은 기존의 정치 참여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했다. 

그러나 한국 정치 지형을 냉정히 분석해보면 기대했던 근본적 혁명까지는 갈 길이 멀다. 대선 후보들이 모두 남성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응원봉'의 주역이었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정작 정치 무대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 많던 ‘응원봉’ 여성들은 어디있나. 아니다. 질문을 달리해야 한다. 앞으로  ‘응원봉’ 주역들의 정치적 대표성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진짜를 만들어갑시다 

검찰개혁도 중요하고 언론개혁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 다시 없는 소중한 기회가 진짜 ‘혁명’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여기서 말하는 혁명은 단순한 정권 교체나 정치인 교체가 아닌 우리 사회의 가치 체계와 구조변화를 의미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이 양적 확장 중심의 교육 정책이 아니라 대학을 가지 않고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 청소부와 대학교수의 월급이 동등한 가치로 인정받는 사회를 상상한다. ‘장관의 ⅔ 이상이 여성과 청년, 장애인으로 구성되면 안되는 이유가 있나? 진짜 혁명은 그때부터가 아닐까? 곳곳에 있는 ‘응원봉’ 주역들과 이를 위해 함께 치열하게 논의하고 만들어나가자. 그게 민주주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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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단비뉴스, 2022년 10월 21일자 기사, “청년 장관 많은 나라에 여성 장관도 많다”   

이 표에 근거하면, 한국은 지금까지 돈 많은 할아버지 내각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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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5년 전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처음 왔다. 이후 여성정책 관련 일을 하다가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떠나 한국국제협력단 봉사단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지금은 다시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다.)  

2) 자주 이를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혁명’은 ‘체제 변혁’을 의미한다. 어떤 ‘체제’가 변하였는가?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바뀐 것은 없다. 중앙집권체제, 의사결정 주체의 동질성, 사회경제적 불평등 , AI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교육 시스템, 정치적 대표성의 편향 등 그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다. 이를 ‘혁명’이라는 부르는 것은 마치 우리의 시민적 의미가 이미 완수되었고, 더 이상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위험한 안주감을 조장한다. 나는 이를 ‘혁명의 함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