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안선영(군포중학교장)
이른 아침부터 1학년 교실이 시끌시끌하다.
“그렇게 좋아?”
“네!!! 엄청 기대돼요!!!”
“뭐가 제일 기대돼?”
“밤에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며 노는 거요. 저희 오늘 안 잘 거예요.”

출처_ⓒ 연합뉴스
지난한 과정을 거쳐 1학년이 1박 2일 체험학습을 떠나는 날이다. 지난 2월 춘천지방법원이 교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이후부터 많은 학교가 상상 이상의 갈등과 혼란을 겪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고가 나자마자 선생님들의 학사일정 변경 요구가 있었고 교장은 학사일정 변경안에 대한 임시 운영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운영위원들이 회의 개최 자체를 거부한 학교, 못 간다는 교사와 가야 한다는 관리자가 팽팽하게 맞서는 학교, 6월 학교안전법 시행 이후로 연기하는 학교 등 학교마다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했다. 우리 학교는 전교조 분회장의 요청으로 학년 부장들과 협의를 했지만, 충분히 공감되는 우려 앞에서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이때 교장은 어때야 하는 걸까? 제대로 된 ‘교장 노릇’이 도대체 뭘까?
선생님들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학생들의 간절함을 생각하면 쉽게 교사 편을 들 수가 없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가(교장이) 어떻게 방어해 줄 것인지, 절대 선생님 혼자 법적 책임을 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약속으로 학년 부장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담임교사들은 이 무책임한 감언이설에 쉽게 넘어가 주질 않았다. 1학년 숙박형 체험학습은 물론 2, 3학년 당일형 체험학습도 거부하는 선생님들이 한편 야속하기도 했지만 결국 교사에게 최종 책임을 묻는 현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아 보이는 ‘만약에’까지 일일이 답하고 문서로 남긴 끝에 떠나는 체험학습이라 사실 학생들의 흥분을 보는 내가 더 기쁘고 설레였다.
체험학습을 갈지 말지 선생님들과 여러 차례 토론하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단어가 ‘노릇’이었다. 세상이 질서 있게 돌아가려면 각자가 맡은 ‘노릇’을 잘해야 할 텐데, 초보 교장은 매 순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매고 있는 것 같아 속상했다. 사실 교장의 임무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력자들도 교장의 역할에 대해 본인들의 경험과 취향대로 주장한다.
‘최소 한 학기, 아니면 1년은 지켜보세요. 섣불리 교장의 교육철학을 적용하려 하지 말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가자마자 교장선생님이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을 펼치고 적용하기에도 모자라고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법에는 교장의 임무를 ‘교무를 총괄하고, 민원 처리를 책임지며,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고,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애매한 문구 앞에서 ‘노릇’이라는 단어가 더더욱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선생님들이 교사 노릇을 잘 해준 덕에 전교생이 이 찬란하게 아름다운 봄날에 친구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맡은 바 구실을 하며 사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글_안선영(군포중학교장)
이른 아침부터 1학년 교실이 시끌시끌하다.
출처_ⓒ 연합뉴스
지난한 과정을 거쳐 1학년이 1박 2일 체험학습을 떠나는 날이다. 지난 2월 춘천지방법원이 교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이후부터 많은 학교가 상상 이상의 갈등과 혼란을 겪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고가 나자마자 선생님들의 학사일정 변경 요구가 있었고 교장은 학사일정 변경안에 대한 임시 운영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운영위원들이 회의 개최 자체를 거부한 학교, 못 간다는 교사와 가야 한다는 관리자가 팽팽하게 맞서는 학교, 6월 학교안전법 시행 이후로 연기하는 학교 등 학교마다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했다. 우리 학교는 전교조 분회장의 요청으로 학년 부장들과 협의를 했지만, 충분히 공감되는 우려 앞에서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이때 교장은 어때야 하는 걸까? 제대로 된 ‘교장 노릇’이 도대체 뭘까?
선생님들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학생들의 간절함을 생각하면 쉽게 교사 편을 들 수가 없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가(교장이) 어떻게 방어해 줄 것인지, 절대 선생님 혼자 법적 책임을 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약속으로 학년 부장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담임교사들은 이 무책임한 감언이설에 쉽게 넘어가 주질 않았다. 1학년 숙박형 체험학습은 물론 2, 3학년 당일형 체험학습도 거부하는 선생님들이 한편 야속하기도 했지만 결국 교사에게 최종 책임을 묻는 현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아 보이는 ‘만약에’까지 일일이 답하고 문서로 남긴 끝에 떠나는 체험학습이라 사실 학생들의 흥분을 보는 내가 더 기쁘고 설레였다.
체험학습을 갈지 말지 선생님들과 여러 차례 토론하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단어가 ‘노릇’이었다. 세상이 질서 있게 돌아가려면 각자가 맡은 ‘노릇’을 잘해야 할 텐데, 초보 교장은 매 순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매고 있는 것 같아 속상했다. 사실 교장의 임무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력자들도 교장의 역할에 대해 본인들의 경험과 취향대로 주장한다.
‘최소 한 학기, 아니면 1년은 지켜보세요. 섣불리 교장의 교육철학을 적용하려 하지 말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가자마자 교장선생님이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을 펼치고 적용하기에도 모자라고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법에는 교장의 임무를 ‘교무를 총괄하고, 민원 처리를 책임지며,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고,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애매한 문구 앞에서 ‘노릇’이라는 단어가 더더욱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선생님들이 교사 노릇을 잘 해준 덕에 전교생이 이 찬란하게 아름다운 봄날에 친구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맡은 바 구실을 하며 사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