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이 여름 '탄소 사회의 종말' 다시읽기

관리자
2025-07-09

글_임병안(중도일보 기자)


43bd744c5253b.jpg사진_임병안 @


앉으나 서나, 잠을 잘 때도 무더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름이다. 샤워는 그때뿐 모든 활동을 포기하고 거실 중에 바람이 지나는 길목을 찾아 의자를 놓고 살며시 앉는다. 에어컨은 가족이 모였을 때 튼다는 묵언의 약속이 있으니, 한동안은 이렇게 버티는 수밖에 없다. 책꽂이를 대충 훑어보니 조효제 작가의 책이 당당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탄소 사회의 종말' 이 여름 이보다 시의적절한 책은 없을 것 같아 펼쳐본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처장이 사회를 보고 조효제 작가가 출연해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별관에서 개최한 2021년 북콘서트에서 구매했던 책이다. 이때 북콘서트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2023년 3월 기상의날에 맞추어 '2081년 대전 겨울은 열흘뿐…탄소 줄이면 사계절 지킬수도', '2081년 사계절은 사라질까…기후변화 진행중' 이라는 기사를 연속적으로 내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에서 예상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예측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다. 지금처럼 고탄소 배출 사회가 유지되면 58년에서 77년 후에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은 현재(2000~2019년)보다 폭염일은 15.4일~70.7일 최대 9배 증가한 날씨를 경험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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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조효제 작가의 책으로 돌아와, 지금처럼 무더울 때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하는 게 나뿐만은 아니었다. 

'일반 시민이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게 된 계기가 자연재해라고 한다. 녹색연합이 일반 시민을 상대로 2020년 9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그해의 폭우와 코로나19를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느끼는 계기였다고 답한 바 있다.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5위, 유엔분담금 비율 11위인 한국은 기후 악당국가를 벗어나 국제사회에 대해 책무를 져야 마땅한 나라입니다.'(탄소 사회의 종말 인용)

2016년 미국 알링턴국립묘지를 취재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쌀밥에 완두콩 스프를 얹어서 먹는 메뉴로 기억되는데, 식탁에서 식사를 마친 뒤 한국처럼 식기를 가져가서 씻은 후 다시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식사를 마친 그릇은 모두 플라스틱이었고, 잔반과 함께 모두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것을 보며 크게 놀랐다. 한국에서는 재활용 분리수거에 애쓰는데 미국에서는 분리수거도 없이 배출하면서 이렇게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조효제 작가는 그의 책에서 전 지구적으로 1880~2012년에 평균 지표온도가 0.85도 상승한 반면 한국에서는 1912~2017년에 약 1.8도가 상승했다고 말한다. 전 세계 기온 상승의 2배 이상으로 기온이 오른 것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자료에서도 2022년 국내 전 해상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17.3도로 최근 10년(17도)보다 0.3도 높았으며, 최근 10년간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해역별로는 모든 해역에서 최근 10년보다 수온이 상승하였고 특히 남해에서 0.7도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조효제 작가는 기후위기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지금껏 제시된 과학적 증거를 이렇게 표현한다. '지구가 둥들다'는 사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실하다고 말이다. 기후행동에 대해 일반적인 평가를 물으면 높은 지지도가 나오지만, 비용을 부담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라도 온실가스를 줄일 의향이 있는지를 물으면 그때부터 답변이 달라지는 게 우리 현실이다. 

'탄소사회의 종말'을 다시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 있었는데 기후의 변화와 위기의식을 많은 이들이 체험하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의 탁월한 시각이 담긴 부분에서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기후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사회문화적 장벽을 들 수 있는데 '슈퍼밈'의 관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고안한 용어인 '밈(meme)'은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 속에서 마치 유전자처럼 선택, 변이, 복제되어 전파되는 문화적 모방 유전자를 말한다. 인간은 화석연로로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의 밈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상이변과 이상기후를 두려워하면서도 현재의 시스템이 제공하는 편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슈퍼밈에 사로집힌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탄소사회의 종말 인용)

지금도 나는 대전과 충남에서 재배되는 작물의 종류가 바뀌었다든지, 지금처럼 폭염과 폭우가 이어질 때 기후위기 관련 기사를 내곤하는데 기사의 결말은 항상 비관적 전망으로 치닫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인다 해도 그 효과는 빨라야 몇 십 년 후에야 나타날 수 있다거나, 진드기에 의한 라임병처럼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내용뿐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희망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이 한 문장 덕분이다. '희망은 객관적 조건의 산물이 아니라 실천적 행동의 창조물임을 기억하자'라고 조효제 작가는 말하는데, 과학의 법칙이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인간의 연대심, 정의감, 그리고 창의적인 적응력이 있다며 기후변화를 맞은 우리를 위로한다. 그리고 이렇게 주문한다. 

'모든 시민이 참여하고 발언해야 한다. 이 사태는 전문가와 지도자가 이끄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보통 사람이 기후행동을 시작하기는 아주 쉽다. 일단 지인들과 기후이야기를 나누는 첫 단추를 끼우면 된다. 기후문제를 풀기 어려운 이유는, 기후침묵의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이 벽을 허물기만 하면 작은 기적이 일어나느 것은 시간문제다.'(탄소사회의 종말 인용) 


<사진설명=폭염에 따른 기후변화를 겪는 지금 조효제 작가의 ‘탄소사회의 종말’을 다시 읽으며 2025년 살아가는 현대인의 의무를 생각해본다. 사진은 가뭄을 피해를 입는 대전의 한 농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