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

출처_연합뉴스
교육복지사가 조심스럽게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학교에 갖가지 지원을 해 주시는 지역 단체들인데 연말에 감사장을 드리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감사장뿐 아니라 학교에서 감사를 표할 뭐라도 있다면 하자고 답했다. 마땅한 예산도 없으니 교장이 각 단체에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감사장도 전달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런데 복지사가 나가고 나서 두고 간 지원단체 목록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많은 단체(개인)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학교를 돕고 있었구나. 이후 각 단체에 감사장을 전하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지난 10여 년간 학교와 지역을 연계하는 관련 일을 해 왔다고 자부했는데 공염불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우체국 봉사단
봉사단을 운영한 지 20년도 넘었어요. 처음에는 우편배달 갔다가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댁 전등도 갈아 드리고, 문도 고쳐 드리면서 시작을 했죠. 지금도 소소한 것을 하고는 있지만,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집은 시청에 신고도 하고 회원들이 월급에서 매월 3천 원씩 떼서 적립했다가 연말에 기부도 해요. 오늘 그 적립금으로 학생들 겨울방학 동안 먹을 컵밥이랑 즉석밥, 라면, 생필품 등을 학교에 가져왔어요.
# 헝겊 원숭이
매월 후원금이 천만 원 정도 들어와요. 그런데 그중에 800만 원 정도가 식자재값으로 나가죠. 요즘엔 식자재값이 올라서 후원금 대부분이 밥 지어 먹이는데 들어가요. 후원회원들의 봉사로 음식을 하는데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아 그나마도 넉넉하지는 않아요. 주변 눈치 때문에 못 오는 학생들을 위해 인근 교회에 도시락을 만들어 갖다 두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초등학교 졸업 후 여기저기 중학교로 흩어진 아이들이 우리 밥터에서 만나 즐겁게 밥 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남은 예산은 연말에 각 학교에서 필요한 것을 신청받아 물건으로 사서 갖다 드려요. 이 학교는 몇 명 학생들 옷과 신발을 사 줬어요.
# 00 생협
생협 회원들이 십시일반 해서 학생들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을 가져왔어요. 복지사님이 학생들 인스턴트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걱정하셔서 좋은 음식들 준비했으니 필요한 학생들 나눠주세요.
# 00 빵집
팔고 남은 빵인데 저녁 복지실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 주세요. 당일 만든 것만 드리는 것이니 안심하고 드세요.(몇 년째 매주 1회씩 기부해 주고 계신다.)
00 지역아동센터, 00성당, 조기축구회, 매달 일정금액을 후원해 주시는 분들....
A4 용지에 빼곡히 적힌 후원단체들과 사람들은 나라가 해 주지 않는(해줄 수도 없는) 살핌과 연대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렇게 고마운 지역의 어른들에게 학교가 보답하는 길은 정성껏 학생들을 가르치고 살피는 일이리라. 이 학생들이 좋은 어른으로 자라서 다시 누군가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게 하겠다는 결연한 다짐과 함께 어려서 잠시 다녔던 교회에서 들었던 말이 밑도 끝도 없이 떠올랐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예수는 어디든 계시며 살핀다고 했던가?
입춘 한파가 심하다고 떠들썩한데 아무도 모르게 배고프고, 춥고, 무서워 웅크린 사람들 옆에 우리 학교에 왔던 예수들의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다.
글_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
출처_연합뉴스
교육복지사가 조심스럽게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학교에 갖가지 지원을 해 주시는 지역 단체들인데 연말에 감사장을 드리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감사장뿐 아니라 학교에서 감사를 표할 뭐라도 있다면 하자고 답했다. 마땅한 예산도 없으니 교장이 각 단체에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감사장도 전달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런데 복지사가 나가고 나서 두고 간 지원단체 목록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많은 단체(개인)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학교를 돕고 있었구나. 이후 각 단체에 감사장을 전하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지난 10여 년간 학교와 지역을 연계하는 관련 일을 해 왔다고 자부했는데 공염불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우체국 봉사단
봉사단을 운영한 지 20년도 넘었어요. 처음에는 우편배달 갔다가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댁 전등도 갈아 드리고, 문도 고쳐 드리면서 시작을 했죠. 지금도 소소한 것을 하고는 있지만,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집은 시청에 신고도 하고 회원들이 월급에서 매월 3천 원씩 떼서 적립했다가 연말에 기부도 해요. 오늘 그 적립금으로 학생들 겨울방학 동안 먹을 컵밥이랑 즉석밥, 라면, 생필품 등을 학교에 가져왔어요.
# 헝겊 원숭이
매월 후원금이 천만 원 정도 들어와요. 그런데 그중에 800만 원 정도가 식자재값으로 나가죠. 요즘엔 식자재값이 올라서 후원금 대부분이 밥 지어 먹이는데 들어가요. 후원회원들의 봉사로 음식을 하는데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아 그나마도 넉넉하지는 않아요. 주변 눈치 때문에 못 오는 학생들을 위해 인근 교회에 도시락을 만들어 갖다 두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초등학교 졸업 후 여기저기 중학교로 흩어진 아이들이 우리 밥터에서 만나 즐겁게 밥 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남은 예산은 연말에 각 학교에서 필요한 것을 신청받아 물건으로 사서 갖다 드려요. 이 학교는 몇 명 학생들 옷과 신발을 사 줬어요.
# 00 생협
생협 회원들이 십시일반 해서 학생들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을 가져왔어요. 복지사님이 학생들 인스턴트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걱정하셔서 좋은 음식들 준비했으니 필요한 학생들 나눠주세요.
# 00 빵집
팔고 남은 빵인데 저녁 복지실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 주세요. 당일 만든 것만 드리는 것이니 안심하고 드세요.(몇 년째 매주 1회씩 기부해 주고 계신다.)
00 지역아동센터, 00성당, 조기축구회, 매달 일정금액을 후원해 주시는 분들....
A4 용지에 빼곡히 적힌 후원단체들과 사람들은 나라가 해 주지 않는(해줄 수도 없는) 살핌과 연대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렇게 고마운 지역의 어른들에게 학교가 보답하는 길은 정성껏 학생들을 가르치고 살피는 일이리라. 이 학생들이 좋은 어른으로 자라서 다시 누군가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게 하겠다는 결연한 다짐과 함께 어려서 잠시 다녔던 교회에서 들었던 말이 밑도 끝도 없이 떠올랐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예수는 어디든 계시며 살핀다고 했던가?
입춘 한파가 심하다고 떠들썩한데 아무도 모르게 배고프고, 춥고, 무서워 웅크린 사람들 옆에 우리 학교에 왔던 예수들의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