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임병안(중도일보)

출처_증도일보
환이가 병원에 머무는 동안에 성장했대요. 키도 크고 몸무게도 조금 더 무거워지고요. 생후 9개월 보통의 아이들은 몸무게 8.9㎏쯤 되는데 환이는 7.5㎏ 무척 왜소한 몸으로 대학병원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했죠. 의식이 없어 눈을 뜨거나 옹알이도 안하고 스스로 호흡할 수 없을 정도 깊은 잠에 든 상태였어요.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중환자실에서 가냘픈 촛불을 지켜가던 환이는 의식을 되찾지 못했음에도 키가 크고 몸무게도 불어났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게 참 대견하게 여겨져요. 그러나 환이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소식을 아이의 장례식에서 듣게 됐어요.
네, 환이는 우리 곁을 떠났어요. 생후 9개월 되던 때 대학병원에 입원해 2년간 치료를 받다가 2024년 11월 8일이었어요. 11월 21일 대전시립 추모공원에서 그를 보내는 조촐한 장례식에 다녀왔어요. 한 줌 되는 유골은 수목장의 소나무 뿌리 곁에 고이 안치되었죠. 병실에서 눈을 감은 채 지내다보니, 마지막으로 보내는 장례에서만큼이라도 고통 없는 환이를 보고 싶어 환이를 손으로 그린 그림이 영정에 걸려 있었죠. 제가 환이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아이가 지내는 대학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소아중환자실에 있을 그를 간간이 떠올렸는데, 상상보다 영정 속 환이가 편안한 모습이어서 떠나보내는 제 마음도 한풀 놓였죠. 안장식에 또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주스가 놓였고,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놨는데, 환이가 영혼으로나마 즐거움을 맛보기를 바라는 안장식을 준비하는 이의 마음이 읽혔어요.
이날 안장식에 상주는 대전지방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었고, 아이를 배웅하는 조문객은 대전서부 아동보호전문기관 선생님들이었지요. 환이는 학대를 받은 아이였고, 안타깝게도 그의 친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학대한 피해자이었어요. 2022년 11월 숨을 쉬지 못하는 위급 상황임에도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신고하지 않아, 지인의 신고로 아이가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에 도착했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환이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죠. 친모는 아이가 분유를 삼키지 못하고 토하자 4개월 넘게 약간의 쌀미음과 보리차, 또 이온 음료만 주고 분유나 다른 대체 식품을 먹이지 않았고요. 이 때문에 3개월 전 영유아 검진에서 키 70.5㎝와 체중 9㎏이었던 아이가 신장 71㎝에 체중은 7.5㎏으로 성장을 멈추거나 오히려 체중이 빠져 탈진 상태였고요. 친모는 아동유기와 방임의 아동복지법 위반죄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교정시설에 복역 중이에요.
119구급대가 환이를 데리고 대학병원 소아중환자실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자발적으로 호흡할 수 없는 위중한 상태였어요. 이곳 대학병원에는 소아병동 여러 베드 중에 소아중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부착해 밀착 진료할 수 있는 베드는 두 개였고, 환이는 그중 한 곳에서 진료받았죠. 간호사와 전문의가 24시간 환이 곁을 지키고, 인공호흡기에 숨이 주입되는 소리를 확인하며 육성은 아니지만 마음의 대화를 나눴다고 해요. 대전서부 아동보호전문기관 선생님들은 실질적 보호자가 되어 잠든 환이를 찾아가 인사 나누고, 병원생활에 필요한 기저귀와 물티슈를 의료진에게 드리고요. 학대한 친모는 교정시설에 수형되고, 친부는 연락이 닿지 않는 환경 속에서 환이는 대전 서구청의 후견을 받아 비용에 관계 없이 진료받을 수 있었고요.
환이 소식이 한번 더 세상에 전해진 일이 있는데, 병원 측이 아이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의견을 내었고 친모에게서 동의를 받았다는 뉴스였어요. 의식을 잃고 치료를 통해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 내려질 만큼 아이를 학대하고 방임해 재판을 받는 친모에게 병원이 구치소까지 찾아가 연명의료 중단 동의서를 받아 큰 논란이 되었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안내를 보면, 연명의료 중단하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 한해 담당의사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하고 환자가족의 동의 그리고 전문의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요. 해당 친모는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친권은 정지된 상태였죠. 병원은 논란이 되면서 연명의료 중단 의견을 취소해 모든 진료를 다해 2년간 환이를 지켜냈고요.
제가 환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환이가 그렇게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았음에도, 어떤 결정이 환이를 위한 일이었을까 지금껏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해서예요. 아이가 진료를 통해 소생하거나 회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연명의료에 의미가 없다고 의료진이 의견을 내었을 때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한 학대 친모는 아이에게 두 번 위해 가하는 행위를 했던 것이었을까? 친모를 대신해 친권을 대행하게 된 지자체가 의료진의 의견을 받아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생명에 대한 권한까지 친권을 대행하는 후견 기관에 위임될 수 있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아이를 보조장치를 통해 우리 곁에 더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인가? 스스로 질문을 반복하면서도 혼자서는 답을 내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르게 돼요. 그래서 이렇게 여러 명이 읽을 수 있는 공개된 글로 제 생각을 정리해 의견을 구해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매년 2만 건 이상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해요. 예전에 체육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때 제 앞에 줄을 섰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나왔는데 옷차림도 추운 계절에 맞지 않아 보였고 순서를 기다리는 내내 할아버지에게 꾸중을 듣고 있었죠. 각 가정의 고유한 문화는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아이가 충분한 돌봄은 받고 있는 것일까, 학대는 혹시 아닐까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죠. 방임과 학대받는 아이를 조금 더 일찍 발견해 구조하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환이를 보낸 후에도 여전히 제게 질문으로 남아 있어요.
글_임병안(중도일보)
출처_증도일보
환이가 병원에 머무는 동안에 성장했대요. 키도 크고 몸무게도 조금 더 무거워지고요. 생후 9개월 보통의 아이들은 몸무게 8.9㎏쯤 되는데 환이는 7.5㎏ 무척 왜소한 몸으로 대학병원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했죠. 의식이 없어 눈을 뜨거나 옹알이도 안하고 스스로 호흡할 수 없을 정도 깊은 잠에 든 상태였어요.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중환자실에서 가냘픈 촛불을 지켜가던 환이는 의식을 되찾지 못했음에도 키가 크고 몸무게도 불어났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게 참 대견하게 여겨져요. 그러나 환이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소식을 아이의 장례식에서 듣게 됐어요.
네, 환이는 우리 곁을 떠났어요. 생후 9개월 되던 때 대학병원에 입원해 2년간 치료를 받다가 2024년 11월 8일이었어요. 11월 21일 대전시립 추모공원에서 그를 보내는 조촐한 장례식에 다녀왔어요. 한 줌 되는 유골은 수목장의 소나무 뿌리 곁에 고이 안치되었죠. 병실에서 눈을 감은 채 지내다보니, 마지막으로 보내는 장례에서만큼이라도 고통 없는 환이를 보고 싶어 환이를 손으로 그린 그림이 영정에 걸려 있었죠. 제가 환이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아이가 지내는 대학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소아중환자실에 있을 그를 간간이 떠올렸는데, 상상보다 영정 속 환이가 편안한 모습이어서 떠나보내는 제 마음도 한풀 놓였죠. 안장식에 또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주스가 놓였고,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놨는데, 환이가 영혼으로나마 즐거움을 맛보기를 바라는 안장식을 준비하는 이의 마음이 읽혔어요.
이날 안장식에 상주는 대전지방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었고, 아이를 배웅하는 조문객은 대전서부 아동보호전문기관 선생님들이었지요. 환이는 학대를 받은 아이였고, 안타깝게도 그의 친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학대한 피해자이었어요. 2022년 11월 숨을 쉬지 못하는 위급 상황임에도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신고하지 않아, 지인의 신고로 아이가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에 도착했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환이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죠. 친모는 아이가 분유를 삼키지 못하고 토하자 4개월 넘게 약간의 쌀미음과 보리차, 또 이온 음료만 주고 분유나 다른 대체 식품을 먹이지 않았고요. 이 때문에 3개월 전 영유아 검진에서 키 70.5㎝와 체중 9㎏이었던 아이가 신장 71㎝에 체중은 7.5㎏으로 성장을 멈추거나 오히려 체중이 빠져 탈진 상태였고요. 친모는 아동유기와 방임의 아동복지법 위반죄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교정시설에 복역 중이에요.
119구급대가 환이를 데리고 대학병원 소아중환자실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자발적으로 호흡할 수 없는 위중한 상태였어요. 이곳 대학병원에는 소아병동 여러 베드 중에 소아중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부착해 밀착 진료할 수 있는 베드는 두 개였고, 환이는 그중 한 곳에서 진료받았죠. 간호사와 전문의가 24시간 환이 곁을 지키고, 인공호흡기에 숨이 주입되는 소리를 확인하며 육성은 아니지만 마음의 대화를 나눴다고 해요. 대전서부 아동보호전문기관 선생님들은 실질적 보호자가 되어 잠든 환이를 찾아가 인사 나누고, 병원생활에 필요한 기저귀와 물티슈를 의료진에게 드리고요. 학대한 친모는 교정시설에 수형되고, 친부는 연락이 닿지 않는 환경 속에서 환이는 대전 서구청의 후견을 받아 비용에 관계 없이 진료받을 수 있었고요.
환이 소식이 한번 더 세상에 전해진 일이 있는데, 병원 측이 아이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의견을 내었고 친모에게서 동의를 받았다는 뉴스였어요. 의식을 잃고 치료를 통해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 내려질 만큼 아이를 학대하고 방임해 재판을 받는 친모에게 병원이 구치소까지 찾아가 연명의료 중단 동의서를 받아 큰 논란이 되었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안내를 보면, 연명의료 중단하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 한해 담당의사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하고 환자가족의 동의 그리고 전문의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요. 해당 친모는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친권은 정지된 상태였죠. 병원은 논란이 되면서 연명의료 중단 의견을 취소해 모든 진료를 다해 2년간 환이를 지켜냈고요.
제가 환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환이가 그렇게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았음에도, 어떤 결정이 환이를 위한 일이었을까 지금껏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해서예요. 아이가 진료를 통해 소생하거나 회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연명의료에 의미가 없다고 의료진이 의견을 내었을 때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한 학대 친모는 아이에게 두 번 위해 가하는 행위를 했던 것이었을까? 친모를 대신해 친권을 대행하게 된 지자체가 의료진의 의견을 받아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생명에 대한 권한까지 친권을 대행하는 후견 기관에 위임될 수 있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아이를 보조장치를 통해 우리 곁에 더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인가? 스스로 질문을 반복하면서도 혼자서는 답을 내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르게 돼요. 그래서 이렇게 여러 명이 읽을 수 있는 공개된 글로 제 생각을 정리해 의견을 구해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매년 2만 건 이상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해요. 예전에 체육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때 제 앞에 줄을 섰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나왔는데 옷차림도 추운 계절에 맞지 않아 보였고 순서를 기다리는 내내 할아버지에게 꾸중을 듣고 있었죠. 각 가정의 고유한 문화는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아이가 충분한 돌봄은 받고 있는 것일까, 학대는 혹시 아닐까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죠. 방임과 학대받는 아이를 조금 더 일찍 발견해 구조하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환이를 보낸 후에도 여전히 제게 질문으로 남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