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요즘 당신의 인권 대화는?

관리자
2026-01-21


요즘 만나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해 어떤 대화를 나누시나요. 저는 새해가 되었으니 건강과 복 받으시라는 덕담을 건네고는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수영부터 허리에 가끔 통증이 있다는 잡다한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고 마무리합니다. 얼마 전 같은 분야를 출입하는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한 일이 있는데, 한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업무 이야기도 있었지만 역시나 서로 공감하고 다소나마 가볍고 즐거울 수 있는 이성 이상형이라든가 늦은 밤에 귀가해 다음 날 새벽 정상 출근한 영웅담 같은 내용으로 대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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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중도일보


내가 평소에 이웃의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거울을 비추듯 스스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 송오용 소장과 나눈 대화가 왠지 낯설고 잊고 있던 인권을 생각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대전 서구 탄방동에 있는 대전인권사무소를 찾아간 것은 오랜만이었고, 새해 연례적인 일이었고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전인권사무소는 지난해 대전교도소의 수형인 처우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대화에서도 당연히 교정시설의 인권감시와 수형 환경에 관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충북에 있는 정신질환 치료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조사 사례에 대해서도 대화하며, 충청권에 수용시설이 상당히 많고 세상에 비치지 않고 있을 인권 피해에 대해 잠시나마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전인권사무소장은 교육청과의 협력관계를 잘 맺어 학생과 교사들의 인권 감수성 교육을 확대해보려 했지만, 대전교육청 진입장벽이 워낙 견고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사무소마저 대전 교사와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대화도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인권사무소 기관이 침해사건을 조사해 재방을 방지하는 기능도 있으나 지역사회에 인권 증진 분위기를 고조하고 대중의 관심이 끊어지지 않도록, 퇴보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인권을 생각하는 분위기 또는 관심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시험처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도 혹시 있을 수 있겠으나, 저는 내가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인권 관련 주제가 얼마나 언급되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으로 짐작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가령 얼마 전 황사에 안개까지 끼면서 시야가 매우 좁고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적이 있지요. 기후변화 또는 환경오염, 개발지상주의에서 초래된 문제로 여겨질 수 있겠으며, 동시에 짙은 미세먼지에 낮에 햇볕도 제대로 내려오지 못하는 상태가 며칠만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주제는 대화의 주제로 선택받지 못합니다. 또 대전에서도 외국인 학생부터,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외국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실은 이들 유학생들이 비싼 학비를 부담하고 한국 대전의 구성원으로 지내고 있음에도 취업이나 장래의 정착에 있어서는 여전히 혼자이고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대화를 오래 이어갈 수 없는 분위기이죠. 대신 네이버 포털 상단에 올려진 가십 기사, 주식시장 변화, 새롭게 알게 된 맛집에 대한 대화가 잠시나마 위안이 되는지 그러한 대화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지금은 폐쇄되어 사라졌지만, 대전시에는 대전인권센터라는 기관이 있었고 이곳에서는 인권 증진 교육과 침해 구제 활동 외에도 시민기자와 함께 대전인권신문을 분기에 한 번씩 발생했습니다. 저도 인권신문을 제작하는 데에 2년 가까이 동참했고 시민기자가 작성한 글을 읽고 의견을 제시해 지면을 구성하는 편집위원 역할이었습니다. 편집위원은 저처럼 기자도 있었고 출판사 대표도 계셨고 시민단체 활동가도 있었습니다. 대전시가 2023년 말 대전인권센터를 폐쇄하면서 인권신문 발행도 중지되었고요. 그러함에도 편집위원들은 정례적으로 만나서 점심을 나누며 서로 그간의 안부를 묻고 인권신문 만들 때를 회상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1월 초 이뤄진 만남에서는 드디어 인권신문을 우리 힘으로 다시 제작해보자는 의견이 제시돼 '그래 해보자'라며 대략의 인권신문 발간 방향과 형식에 대해 생각을 모았습니다. 인권신문 제작 때 기사를 작성한 인권 시민기자단도 지금껏 모임이 깨지지 않고 교류하고 있다고 하니, 기관의 지원이 없어도 안정된 사무실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인권을 주제로 한 글과 생각을 담을 그릇을 다시 만들 때가 되었다고 생각을 모은 것이죠. 지자체에 인권옹호와 제도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1명뿐이고, 그나만 전문 위탁기관마저 폐쇄된 마당에 시민들의 대화에서도 인간의 기본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몇몇 활동가와 출판사 대표, 기자가 머리를 맞대고 대전인권신문을 다시 창간할 수 있을까요, 그 신문은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갈까요, 그리고 진정 작은 불씨가 되어줄까요? 올해 사뭇 기대되는 해입니다.    

참고로 지난 1월 9일 대전인권사무소 찾아갈 때 사무소가 입주한 주식회사 KT 탄방빌딩 1층에서 이름과 직장, 방문 목적, 연락처의 개인정보를 적으라는 요구에 싫다고, 도저히 적지 못하겠다고 버티다가 대전인권사무소장이 1층에 내려온 일이 있는데 이것은 '안 비밀'입니다. 인권사무소와 사전에 약속을 하고 찾아왔음에도 구구절절 제 신상정보를 누가 보는 지도 모르는 장부에 기록하는 게 싫었고,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분들에게는 출입금지의 선이 처진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