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2025년이여 오라

관리자
2025-01-08

글_이채민 (여성정책 관련 일을 하다가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떠나

한국국제협력단 봉사단 코디네이터를 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 있다.)  


출처_오마이뉴스 ⓒ 윤성효 


2025년의 새해가 이토록 무겁게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축하와 기쁨 대신 침통함이 가득한 새해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총 13명의 대통령 중 5명의 대통령을 뽑았으니 어느덧 중년이 되었다. 

돌아보면, 20대 대통령 선거는 참으로 희한했다. 손에 ‘王’자를 쓰고 나왔을 때, 대통령이 전두환 옹호 발언을 공식적으로 사과한 뒤 배우자가 조롱하듯 개사과를 올렸을 때, 2022년 8월 9일 길가 창문에서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홍수에 휩쓸려 간 비참한 죽음을 내려다보았을 때, 이태원 압사 사고 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을 때 안타깝지만, 그는 늘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일은 그런 그를 국민의 반이 뽑았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서, 검사라서, 집값은 잡을 것 같아서, 개저씨 같은 모습에 리더십이 느껴져서 등의 이유다. 남북이 갈리듯, 좌우가 갈리듯, 독재와 민주가 갈리듯 말이다.  

그는 우리가 만들었던 세계를 그대로 보여준 사람이었다. 서울대 법대라는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을 나와, 아무리 말이 안되는 일이더라도 권력과 돈이 있다면 언제든 뒤집기가 가능했던, 본인이 우기면 없던 물길도 만들어버리는 신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틀릴 수 없다는, 틀릴 일이 없다는, 설혹 틀렸어도 온갖 학연, 지연, 부모 연으로 무마시킬 수 있는. 아. 익숙하다. 그는 한국 사회의 성공 표본이 아니던가.

그랬던 그의 모습도 죽기 싫어하는 이무기처럼 지저분하기 그지없지만 점차 침몰하는 중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후의 변화다. 지금까지 차마 무서워서 열 수 없었던 우리의 치부가 열렸으니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사회 곳곳의 뿌리 박힌 이무기(들)를 정리해야 한다. 

외우는 인간, 순종하는 인간만을 배출해 왔던 교육, 질문하지 않았던 문화, 무소불위의 권력과 다름없는 대통령제, 책임없이 제 몸만 사리는 관료주의의 폐단 등 빠름만이 강조했던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이 얼마나 허망하고 모래성 같은 것이었는지 우리는 처철하게 경험하는 중이다. 이렇게 된 이상 포기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어 인도네시아 지인들이 현재 한국 상황에 대해 묻는다. 부끄러워 “지금 한국이 많이 아프다”라고 에둘러 표현하면, 그래도 한국인들은 정말 대단하고 용기있다면서 응원의 말을 듣는다. 멀리 있지만, 버티고 있는 모두를 응원한다.

그래,  2025년이여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