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피해자’와 작별하지 않는다

관리자
2024-11-19

글_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한국 사회에서 권력, 특히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자의 문제는 ‘여-야’나 ‘진보-보수’의 문제, 승자와 패자의 역사로 착각되고 환원되는 경향이 있다. 5.18 항쟁, 4.3 항쟁 등이 논란이 되는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피해 구제나 역사적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최근의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국가권력의 피해자 문제의 해결이 ‘피해자의 인정’이 아니라 ‘정치권 등의 합의’에 의해 마무리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 물론 정치권 등의 합의에 피해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희생과 노력이 뒷받침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찌 됐든 피해자의 고통은 여전히 우리에게 아픔으로만 기억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의 작품 배경이 되는 5.18 항쟁과 4.3 항쟁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자들은 두 역사적 사건의 서사보다 그 사건들 속의 인간을 만나고 있다. 5.18 항쟁 속에서 중학생 소년을 만나고, 제주에서 인선의 엄마를 통해 4.3항쟁의 속을 경험하게 된다. 국가권력, 국가폭력 사건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데, 그동안 누군가 정치적 이념이나 승자와 패자논리로 덧씌워 사건을 덮고 있었다. 피해자의 고통이 보이지 않게 했다. 피해자에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합의서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빨갱이, 사회적 패배자란 사회적 낙인을 찍었다. 이들에게 구체적 관심을 갖는 것도 터부시 했다. 국가권력의 피해자는 제대로 된 피해 배상은 고사하고 사회적 오명을 뒤집어쓰고 사회에서 고립되었다. 오늘 우리가 찾아가기 어려운 피해자들을 소설을 통해 만나고 있다. 


잠들지 않는 남도

밀려오는 파도 

발목에 잠기는 

뒤돌아서야 하는데


성근 눈이 내린다

너의 잘린 우듬지에 내려앉은

비벼보지만 

녹지않는


계속 피가 흐르고 고통을 느껴야한대

내가

안그러면

죽어버린다고


너는 

거기 서서

바라보고 있지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일부 인용)


 역사적 서사에 보이지 않는 ‘피해자의 삶’이 역사의 진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에서 국가폭력을 동원해 국민을 피해자로 만든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도, 역사적 단죄도 받지 못하는 이유는 ‘피해자의 고통’이 묻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 사건은 너무나 단순하고 명백한데, 정치적 이념 등으로 덧씌우고 복잡하고 알 수 없게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이 ‘가해자’다. 우리가 가해자의 힘과 혀에 휘둘려 피해자의 상처에 아픔을 더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아프게 기억하길 바란다. 작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