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군포중학교 교장)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양심적 사회복무 거부는 처벌 대상인가

관리자
2024-10-23

글_임병안 중도일보 기자



출처_중도일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사회복무요원 출근을 거부하는 행위는 처벌될 수 있을까요? 총을 드는 훈련이나 소집이 없는 사회복무 역시 군에 종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일까요? 

우리지역 한 청년이 소집해제까지 6개월 앞두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더는 복무하기를 거부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이라는 것이 군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워 종교적 신념과 개인의 양심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이 청년은 병역법 위반죄로 재판에 넘겨졌고, 사건은 '대전지법-대전고법-대법원 그리고 다시 대전지법 환송심-대법원 또다시 대전지법 재환송심'을 마치고 대법원에서 세 번째 심리 중입니다. 9년째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안 나왔고, 대법원의 지난 두 차례 판결도 엇갈렸습니다. 각각의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 청년을 A(32)씨라고 부르겠습니다. A씨는 2014년부터 세종시에 있는 정부 부처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자신이 믿는 여호와의증인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2015년 12월부터 출근하지 않아 2016년 2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습니다. 피고인이 된 A씨는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밝힌 복무 거부 이유는 이렇습니다. "여호와의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의무의 일환인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거부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므로, 입영을 거부한 것에는 병역법 제89조의2 제1호 소정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말이죠. 그렇다면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대전지법 형사1단독 재판부는 2016년 7월 선고에서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란, 구체화된 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의무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헌법상의 국토방위 조항, 병역의무 조항 등에 의해 인정되는 병역의무는 국가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 가장 기초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서,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 등이 이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반드시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A씨는 기초군사훈련을 면제받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었던 경우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의 공익목적에 필요한 행정업무 등의 지원 업무에 복무하는 것이 피고인의 종교적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고, 사건은 법관 3명의 대전지법 형사2부로 이송돼 2017년 11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A씨는 상소를 제기해 사건은 대법원 제1부로 이송됐습니다. 대법원 제1부는 2018년 12월 판결을 통해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며 앞선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환송심을 맡은 대전지법 제3-3형사부는 2020년 10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고,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판결문에 서술했습니다. A씨의 주장 중 재판부가 인정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A씨가 속한 종교단체 신도들은 성경의 교리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다수가 실형을 선고 받아왔다. ▲A씨는 신도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교리를 접하며 성장하고 지금도 종교활동을 하고 있다. ▲4년 이상의 기간 동안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고 일관되게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 성향을 보였던 자료도 찾을 수 없다.

무죄가 선고되자 이번에는 검사가 상소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대법원 제3부는 2023년 3월 판결을 통해 앞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재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사회복무요원으로 하여금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지 않는 복무의 이행을 강제하더라도 그것이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회복무요원은 복무와 관련해 소속기관장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병무청장이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한다고 볼 수도 없다. 병무청장이 현장복무실태 점검 및 교정지도 등을 관리·감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병무행정에 관한 사항일 뿐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요받았다거나 그것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보이지 않으며 병무청장으로부터 직접적·구체적으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며 파기환송했다. 

대전지법 제4형사부는 A씨에 대한 병역법 위반혐의 사건을 다시 심리해 2024년 9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하급심은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 기속된다고 봤습니다. 그러한 연장선에서 대전지법 4형사부는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이행을 거부하는 것은 이 사건 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병역법을 위반한 것인지 다투는 재판은 다시 대법원으로 이송돼 대법원 제3부에 배당됐습니다. 대한민국에 평화는 언제 찾아올까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북한이 대규모 군인을 파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포탄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남북이 남의 나라에서 대리전을 치르는 것은 아닌지, 그게 한반도로 불똥 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국제정세와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저는 군을 대체한 형태의 의무복무 거부가 정당한 것이냐 따지는 이번 사건에서 스스로가 폭넓게 고려하는 게 아니라 안보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은 불안과 공포라는 감정에 자리를 쉽게 빼앗기는 것을 느끼며 연말을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