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양해림(충남대 철학과 교수)

출처_ⓒ 오마이뉴스 장재완
최근 여당은 충남·대전통합특위가 통합 지자체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약칭 대전특별시)로 확정했다. 충남·대전통합특위는 오는 2월 30일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다. 이번 법안은 기존 안보다 대폭 보강된 280개의 특례를 담아 실질적인 자치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2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속도전을 예고했다. 민주당의 안에 따르면,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초대 통합시장을 선출하고, 그해 7월 1일 통합특별시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여기서 발의된 대전–충남 통합법안은 ‘성장’과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다. 행정 효율, 광역 경제권, 미래 먹거리라는 그럴듯한 말들이 나열된다. 그러나 이 통합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정작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이곳에 살아가는 시민의 삶, 곧 인권이다.
인권은 거창한 선언이나 법 조항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은 내가 사는 동네가 하루아침에 개발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 우리 가족이 숨 쉬는 공기가 오염되지 않을 권리, 노인이 멀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병원과 돌봄을 받을 권리, 여성과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에서 살아갈 권리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인권은 생활의 조건이며, 도시의 구조 속에 스며 있다. 그런 점에서 대전–충남 통합법안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통합은 누구의 삶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있는가. 성장과 개발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의 삶은 과연 더 안전해지는가?
그동안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성장 중심’의 지역 정책은 반복해서 약속했다. 더 큰 도시, 더 많은 투자, 더 높은 경쟁력이 곧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개발은 토지와 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공공성은 축소되었으며, 기후위기는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의 확충을 머뭇거린다면, 일상 속 재난이 될 가능성이 짙다. 삶의 기반이 흔들릴수록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였다.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인권의 문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출처_ⓒ 연합뉴스 자료 그래픽
행정 통합은 단순한 지도 위의 선 긋기가 아니다. 행정 체계가 바뀌면 예산의 흐름이 바뀌고, 정책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이는 곧 교육, 복지, 주거, 환경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통합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와 숙의가 배제된다면,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이며 인권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시민들이 참여할 권리, 결정 과정에 목소리를 낼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통합법안이 전제하고 있는 가치다. ‘일류 경제도시’, ‘초광역 경쟁’이라는 구호는 도시를 삶의 공간이 아닌 투자 대상, 관리 단위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그 안에서 시민은 주체가 아니라 수치와 통계 속의 존재로 환원된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은 획일적인 성장률로 측정될 수 없다. 인권은 효율성이나 능률지상주의 보다 앞서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거대한 도시가 아니라 더 인간미를 요구하는 사람다운 도시를 필요로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것은 개발 가속이 아니라 생태적 전환이며, 경쟁이 아니라 돌봄과 연대다. 지역의 미래는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대통령 발언을 기점으로 대전 ·충남통합을 비롯해 광범위하게 논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반드시 시민의 주체가 우뚝 서야 한다. 충분한 정보 공개, 폭넓은 공론화, 그리고 다양한 시민적 삶의 진솔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통합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대전 ·충남 통합이 인권을 침해한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후퇴다.
도시는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이 통합을 통해 비대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삶이 안전하고 지역에 사는 우리를 얼마나 존엄하게 여기는 지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대전· 충남의 통합은 우리 삶의 인권을 확장하는가, 아니면 축소하는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는 통합은 멈춰야 한다.
글_ 양해림(충남대 철학과 교수)
출처_ⓒ 오마이뉴스 장재완
최근 여당은 충남·대전통합특위가 통합 지자체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약칭 대전특별시)로 확정했다. 충남·대전통합특위는 오는 2월 30일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다. 이번 법안은 기존 안보다 대폭 보강된 280개의 특례를 담아 실질적인 자치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2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속도전을 예고했다. 민주당의 안에 따르면,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초대 통합시장을 선출하고, 그해 7월 1일 통합특별시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여기서 발의된 대전–충남 통합법안은 ‘성장’과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다. 행정 효율, 광역 경제권, 미래 먹거리라는 그럴듯한 말들이 나열된다. 그러나 이 통합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정작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이곳에 살아가는 시민의 삶, 곧 인권이다.
인권은 거창한 선언이나 법 조항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은 내가 사는 동네가 하루아침에 개발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 우리 가족이 숨 쉬는 공기가 오염되지 않을 권리, 노인이 멀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병원과 돌봄을 받을 권리, 여성과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에서 살아갈 권리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인권은 생활의 조건이며, 도시의 구조 속에 스며 있다. 그런 점에서 대전–충남 통합법안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통합은 누구의 삶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있는가. 성장과 개발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의 삶은 과연 더 안전해지는가?
그동안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성장 중심’의 지역 정책은 반복해서 약속했다. 더 큰 도시, 더 많은 투자, 더 높은 경쟁력이 곧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개발은 토지와 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공공성은 축소되었으며, 기후위기는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의 확충을 머뭇거린다면, 일상 속 재난이 될 가능성이 짙다. 삶의 기반이 흔들릴수록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였다.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인권의 문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출처_ⓒ 연합뉴스 자료 그래픽
행정 통합은 단순한 지도 위의 선 긋기가 아니다. 행정 체계가 바뀌면 예산의 흐름이 바뀌고, 정책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이는 곧 교육, 복지, 주거, 환경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통합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와 숙의가 배제된다면,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이며 인권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시민들이 참여할 권리, 결정 과정에 목소리를 낼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통합법안이 전제하고 있는 가치다. ‘일류 경제도시’, ‘초광역 경쟁’이라는 구호는 도시를 삶의 공간이 아닌 투자 대상, 관리 단위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그 안에서 시민은 주체가 아니라 수치와 통계 속의 존재로 환원된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은 획일적인 성장률로 측정될 수 없다. 인권은 효율성이나 능률지상주의 보다 앞서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거대한 도시가 아니라 더 인간미를 요구하는 사람다운 도시를 필요로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것은 개발 가속이 아니라 생태적 전환이며, 경쟁이 아니라 돌봄과 연대다. 지역의 미래는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대통령 발언을 기점으로 대전 ·충남통합을 비롯해 광범위하게 논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반드시 시민의 주체가 우뚝 서야 한다. 충분한 정보 공개, 폭넓은 공론화, 그리고 다양한 시민적 삶의 진솔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통합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대전 ·충남 통합이 인권을 침해한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후퇴다.
도시는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이 통합을 통해 비대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삶이 안전하고 지역에 사는 우리를 얼마나 존엄하게 여기는 지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대전· 충남의 통합은 우리 삶의 인권을 확장하는가, 아니면 축소하는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는 통합은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