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고려대 명예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방산산업의 활황과 보편인권

관리자
2025-12-16

글_강수돌(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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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페루 육군이 한국 방산업체, 페루 국영기업과 협업해 내년까지 K2전차 54대와 차륜형 장갑차 141대 등 지상 장비 195대를 도입하겠다는 총괄 합의서를 체결했다 한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K2전차의 첫 중남미 진출 사례가 된다. 이미 K2전차는 65억 달러 규모 2차 공급계약을 체결한 폴란드와 튀르키예 등 유럽 일부 지역에서 고성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12월 7일, K-방산의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으며 대통령실 중심의 ‘방산 컨트롤타워’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을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의 국방·방산 협력을 획기적으로 격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페루가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K-방산’을 선택한 만큼,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방산 협력 모델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지고 보면, (전시 아닌 평화 시에도 군비 경쟁이 일어나지만) 현실의 전쟁은 방산산업 내지 군산복합체의 자본축적에 최대 호기다. 한편으로 무기나 군수용품을 팔 기회이고 다른 편으로는 전쟁 이후 재건 사업이란 명목으로 건설자본이 돈을 벌 기회이다(우크라이나 전쟁과 삼부토건 주가 조작을 상기해 보시라).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미국이 영국을 따돌리고 세계 최강으로 올라섰으며,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으로 일본과 미국의 군수자본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K-방산’에도 기회가 왔으니,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좋은 사례다. 전쟁이 오래 갈수록 방산산업은 ‘조용한 환호성’을 지른다. 

  이 전쟁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서유럽 무기 대신 빠르고 ‘가성비’ 좋은 한국산 무기를 찾는 수요가 폭발했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수출 계약이 연이어 체결됐다. 자주포·전차·로켓 발사기 등 K-방산의 주요 제품은 신속한 납기와 현장 적응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고, 한국 방산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나란히 치솟았다. 이제 방산은 자동차·조선·반도체에 이어 새로운 수출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예컨대, 국산 방공유도무기(‘천궁’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신궁’ 휴대용 지대공미사일)도 수출에 활황을 맞고 있다. 실제로 천궁Ⅱ는 아랍에미리트에 4조7000억 원, 사우디아라비아에 4조2000억 원, 이라크에 3조7000억 원 등 누적 12조 원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렸으며, 신궁은 인도네시아와 루마니아에 1조5000억 원 규모를 수출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0월, 루마니아 대통령과 취임 후 처음으로 통화하고 한국의 방위산업, 원전 역량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루마니아는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을 도입한 국가다. 현재 동유럽 안보 강화와 맞물려 한국산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 등을 추가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K-방산의 한 기업인 LIG넥스원도 11월 말, 공시를 통해 방위사업청과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Long-range Surface-to-Air Missile)의 양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규모는 1639억 원이다. LIG넥스원은 2030년까지 체계통합, 교전통제, 대항공기유도탄(AAM) 등을 대상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L-SAM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KAMD의 종말단계 상층방어를 담당하는 무기체계로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하에 개발됐다. 이번 양산이 완료되면 탄도탄, 항공기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대공방어능력도 확장될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근접방어체계 ‘CIWS-II’, 휴대용 대공유도무기 ‘신궁’, 함대공 유도무기 ‘해궁’, 장사정포요격체계 ‘LAMD’,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 ‘천궁-II’,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L-SAM’ 등 저고도에서 고고도를 아우르는 통합방공망 체계개발 및 그간의 양산 경험을 총 집결해 범국가적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이라 한다.

  이제, 전쟁과 방산산업, 그리고 인권 간의 관계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자. 단지 K-방산이 돈벌이(외화벌이)가 잘 된다고 박수칠 일만은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 지구촌 어느 곳에서 전쟁이 터지면 대다수가 울지만 어딘가에선 ‘조용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방산산업 내지 군산복합체가 바로 그 배후자들이다. 이들은 전쟁용 물자를 고가의 상품으로 팔 절호의 기회를 맞는다. 두 차례의 대전을 겪으면서 미국이 그랬고, 한국전과 베트남전을 겪으면서 일본이나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그랬다. 전쟁은 관련 당사국의 가난한 자녀들을 상호 적대적인 병사들로 투입시켜 희생물로 만든다. 하지만 어딘가에 있는 군수 자본은 ‘조용한 환호성’을 내지른다. 한쪽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 가는데, 다른 쪽에서는 환호성을 지르며 돈 잔치와 술잔치를 벌인다. 지옥이 따로 없다.

  둘째, 전쟁이 터진다는 것은 양 당사국 사람들 사이에 증오심과 적개심이 불타오름을 뜻한다. 평소에는 “K-방산”과 같은 용어로 대변되듯이 애국심과 충성심에 불타지만, 위기 시엔 그것이 적개심과 증오심으로 둔갑한다. 크게 보면 애국심과 충성심이란 뿌리로부터 적개심과 증오심이라는 가지들이 자라난다. 그래서 평소에는 온 나라가 애국심과 충성심을 강조한다. 일례로, 한 나라의 수출(외화벌이)이 잘 되거나 국제 경기에서 1등을 하면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K-방산”은 물론 “K-팝”, “K-요리”를 거쳐 “K-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애국심을 함양하는데 이바지한다. 그러나 평소에 앙양되고 당연시된 이런 감정들이 위기가 되면 ‘(우리 편을) 사랑하기에 (적을) 미워한다.’는 논리로 둔갑한다. 이것이 전쟁의 감정학이다. 특히, 우리 편에 누군가 피해를 입으면 적개심과 증오심이 폭발한다. 그런 식으로 전쟁이 전쟁을 낳고 세상은 분열과 분노, 증오와 혐오로 치닫는다.

  셋째, 세상이 분열과 분노, 증오와 혐오로 치달을수록 ‘세계 평화’는 멀어진다. 각국은 군비증강과 패권경쟁에 돌입하고 국민의 복지에 쓸 돈을 엉뚱한 데에 쓰게 된다. 게다가 분열과 분노, 증오와 혐오의 감정은 군비 경쟁으로 말미암아 줄어드는 복지비용(국민 세금에 기초한, 국가적 혜택)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짐을 뜻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극우주의가 등장한다. 이주민이나 난민에 대한 적대 감정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고생해서 일하고 낸 세금이 외국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식의 구호가 바로 그것이다. 나라 간 전쟁도 문제지만, 나라 안 전쟁(인종주의, 차별주의, 극우주의) 역시 큰 문제다. 그리하여, 인간 존엄성을 누리며 복지권과 행복권을 추구할 모든 인간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렇게 국제 세계의 전쟁 분위기가 사람들의 정서적 세계나 영혼의 세계마저 전쟁 분위기로 몰아간다. 그리고 그 배후엔 방위 산업, 군수 산업, 군산복합체 따위가 작동하고 있다. 최근 우리가 보는 트럼프(미)나 윤석열(한), 다카이치(일)의 극우주의 내지 군사주의는 이런 맥락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범지구적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전쟁은 세계 5대 온실가스 배출국 수준의 온실가스 유발자다. 세상이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세계 평화와 인간 존엄의 실현은 가능할까, 라는 근본 질문이 시급하다. 결국, 우리가 강고하게 내면화하고 있는 애국심, 돈벌이 경제, 기득권 마인드, 권력 경쟁 등을 하나씩 성찰하고 털어내지 않는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약 1만 년 전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로 하나씩 역사의 발전의 이뤄왔다는 ‘호모 사피엔스’가 과연 전쟁 경제와 더불어 종말을 고할 것인가, 아니면 획기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낼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