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인권연대 회원이시고, 대전충남인권연대 회원상을 받으셨어요. 그리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과 경험이 풍부하시고, 특히 여행을 좋아하시는 탁은정 회원을 만났습니다.

사진_ⓒ김정미
소개해 주세요.
- 안녕하세요^^ 대전충남인권연대 회원 탁은정입니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시고 공부하시느라 바빠 보이셨어요~ 근황을 이야기해 주세요.
- 한국어교육과를 올 2월에 졸업했어요. 한국어교육을 전공했고, 이민·다문화도 복수전공했어요~ 올해 3월부터는 인권·시민교육 전공으로 공주교육대학교 대학원을 다닌답니다. ^^ 또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고, 한국어교육을 매개로 다른 나라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만나는 버디 활동도 하고 있어요~
버디라는 말이 뭔가요? - buddy는 동료, 단짝이라는 뜻인데 ‘친구’와 비슷한 말이예요. 한국어교육학과에서는 주 1회 온라인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예요~ 학기가 끝나고 사례발표를 하는데 다들 제가 이상하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온라인으로 만나는 친구들과 서로 이름을 불러가며 정말 친구처럼 이야기 나눴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처럼 하신 분들은 없더라구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친구처럼 수다를 떨었거든요.
저는 버디가 만남을 주도해서 끌고 가거나 뭘 가르치려는 것보다는 그 친구들과 열심히 수다 떨고 싶었어요. 그 친구들은 현지 대학에서 비즈니스 한국어과 공부를 하고 있어요. 2년 정도 학교에 다니고 교환학생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1년 정도 공부를 하고 돌아가요. 한국어교육을 매개로 다른 나라 분들을 만나는 것은 결국 서로 의사소통이고 그 의사소통의 과정은 서로의 정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국가들 중에서 태국분들이 저와 정서적으로 잘 맞는 것 같다고 느껴서 버디 활동을 한다면 태국분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싶어요. 사실 졸업 이후에도 버디 활동을 하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교수님께 받았는데 솔직하게 말씀드렸죠. 태국 친구들과 계속 만나고 싶다고요.(웃음)

사진제공_탁은정 회원
한국어 교육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여러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있지만 이슬람 지역 친구들은 특히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제가 이슬람 정서를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더 확대될 것 같아요.
사실 한국어교육과에 가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넷000에서 드라마를 보는데 중국인의 정서가 이해가 안가는 거예요. 다양한 많은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보는데 중국 드라마는 잘 이해가 안가서 갸우뚱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내용을 상상하고, 예측하는 재미가 있는데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는 그게 안됐어요. ‘저들은 왜 저렇게 생각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와 가깝고 우리나라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중국인데 말이예요.
그리고 중국 드라마 속에서 한국어와 비슷한 말들이 등장해요. 한자문화권이라는 그런거죠. 내가 알아듣는 말인데 이상하게 공감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의문이 생겼어요,
대전충남인권연대에서 한국사 공부모임을 한 적이 있잖아요. 그때 참여하면서 생각이 좀 바뀐 게 있었는데 ‘내가 너무 서구화된 사고방식과 교육에 익숙했구나’하는 거였어요. 글로벌 시대라는데 ‘나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글로벌한 걸까?’하고 생각했어요. 결론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글로벌하다’였어요.(웃음)
지금은 한류열풍이라고 하는데 곧 거품은 꺼질거에요. 그러면 엑기스만 남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왜곡된 교육을 받으며 살았는데 엑기스가 뭔지 파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처음에 일본을 갔을 때는 코피 흘리면서 열심히 다녔는데 일본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리고 두 번째 갔을 때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상차림이 일본의 한 식당에 그대로 나온 거예요. 그때 느낀 게 아버지는 일제시대를 사신 분이셔서 아버지의 어린 시절에 경험한 것들이 아버지의 삶 속에 녹아 있었구나라는 거였어요. 우리가 한국적이라고 생각했고 전통이라고 생각했던 게 어딘가에서 유입되었고, 변화되어 정착했다는 거죠. 다시 말하면 ‘순수한(?) 우리 것은 없다.’는 거였어요.
대전은 일제에 의한 계획도시잖아요. 오사카에 가면은 도시 형태가 대전하고 똑같아요.기차역에서 시장을 건너 다리를 건너 관공서들이 있는... 오사카의 모습이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한국적이고 옛날 거(전통)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일본 거였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럼 한국에 대해 좀 알자, 나는 대한민국을 좋아하고 더 알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한국 관련 학과를 막 뒤졌는데, 한국학이 있는 곳이 너무 멀리 있더라구요 오슬로대학 같은 곳에~ 크크크
차선책으로 한국어교육과 커리큘럼을 보니까 비교문화 같은 게 있어서 무작정 신청했죠. 한국어교육 자격증이 있는지도 몰랐고 한국어교육을 하겠다는 생각도 사실 안했어요.
쭉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저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 걸까?’라는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밟아 온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역사가 좋았어요.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나 그게 궁금해서 알고 싶었고, 재밌는 잡지 읽듯이 마야, 잉카 문명 관련 글들을 뒤지고,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등등 관련 글들을 읽었어요.
고대사에 관심이 많아요. 사실 공부하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고고학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사학과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말리셔서 못갔어요. 그런데 계속 궁금했고, 잊어 버릴 수 가 없어서 간헐적으로 책으로 봤어요. 그러다가 진짜 발굴을 하러 갔어요. 문화재 유물 발굴 현장 등을 다녔고, 수장고에서 유물, 파편들을 보는 재미에 즐겁게 일했어요. 시간만 나면 논문도 보고요.
6년을 그렇게 지냈는데 원도 한도 없더라구요.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사람의 생활, 사람의 의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문화는 왜 달라졌는지를 알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한국어교육과에 다니면서 비교문화 강의를 듣고 좀 정리가 됐어요.^^
요즘 다문화 감수성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다문화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뚝딱 생기는 게 아니고 저와 같은 세대한테는 사실 진짜 어려운 거예요. 저는 다문화 감수성이라는 용어도 적합한가 싶어요.
내 이웃과 내가 어떻게 하면 잘 스.며.들.어.서. 잘 살 수 있는지 그게 중요해요.
“내가 김치전을 만들었는데 먹어볼래? 우리는 비오는 날 김치전 같은 음식을 잘해 먹어. 네가 살았던 동네에서는 뭐 해 먹어? 가지고 와봐. 한번 먹어보고 싶다.”
이렇게 먹으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거죠. 원래 공동체 문화는 그런거잖아요~ 스며드는 것.
이번에 인권·시민교육 전공으로 대학원에 가게 된 이유도 사실 내가 인권교육을 하겠다는 게 아니예요. 그런 생각은 전혀 없고 ‘머릿속에 뒤죽박죽 엉킨 생각을 정리를 해야겠다.’ ‘공부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겠다.’라는 생각이예요.
몇 년 전에 서울로 대학원을 간다고 했을 때 누가 그랬어요. 대학원에 가는 비용으로 책을 사서 보면 더 빠르고 습득이 더 잘 될 거라고...(웃음) 공감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혼자 책보는 것보다는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계속 다니고 있네요~

사진제공_탁은정 회원
책은 평소에도 많이 보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 아니예요. 노화가 와서 요즘은 책을 멀리하고 있어요. 그리고 중국 드라마를 봐야해요. (웃음)
제가 중국 드라마에 빠진 건 사실 ‘천성장가’라는 드라마를 보고나서 부터인데, 원래는 100회짜리예요. 근데 중국에서는 인기가 없었어요. 그 드라마의 매력은 ‘중국스럽다’는 거예요. 작품 안에 역사적인 서사도 좋지만, 배경이나 세트장, 소품들에 굉장히 진심이예요.
중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이 만든 카페에 가서 종종 가서 드라마 리뷰를 보는데 그곳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게 되요. 그들이 쓰는 언어가 사회를 반영하고 있거든요. 외국 젊은층들의 언어는 굉장히 젊어요.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들이 그들의 언어를 모르면 한국어를 가르치기가 힘들거라고 생각해요.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그들은 한국어를 다시 배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예요.
인권도 접근 방법이 달라지고 표현하는 방법과 풀어가는 방법이 이제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의 언어가 바뀌고 있거든요.
최근에 저 자신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는데, 저는 소위 말하는 보수적이고 굉장히 선이 정확하고 선을 넘어오는 것과 넘어가는 것을 되게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어떤 사건에 대해서 상황에 대해서 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고요. 분석적이라기보다는 머릿속에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남들은 그런 저를 호기심이 많다라고 말하지만, 제가 생각해 보니 머릿속에 정리를 해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아요. 생각이 너무 많은 거죠.그리고, ‘내가 뭘 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어떤 걸 하기 위해서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시뮬레이션해 보고요. 특히, 아들들 방을 만들 때 많이 공간을 어떻게 배치를 하고 저기다는 뭐를 하고.. 그런 생각을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거예요.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이색을 할까? 저색을 할까? 여기에 놓을까? 저기에 놓을까? 고민하고 시뮬레이션이 끝나면 행동으로 옮겨요. 전략과 전술 아시죠? 전략을 딱 세우고, 그때그때 바꾸는 전술처럼요. 여행갈 때도 그렇게 계획을 많이 해요.
맞아요~ 여행을 많이 다니시죠? 몽골에 다녀오셨을 때 최신식 게르에 대해 말씀하셨던 적이 있어요.
- 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계획하고 실제로 가죠~ 몽골의 유목민들이 짓는 게르는 레고를 조립하는 것과 같아요. 바로 만들고 바로 부실 수 있는, 현장에서 뚝딱뚝딱!!!
제가 자주하는 말이 있는데 “나는 학교 다닐 때 필수 과목이 테트리스여야 돼”라는 거예요~ (웃음) 테트리스는 정말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뚝딱 짓고, 뚝딱 없애고 이동하는 유목민의 삶이 뭐랄까... 현명하고 합리적이다, 자연환경에 최적화된 적응의 형태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 우선 첫 학기를 맞이하는 인권·시민교육 수업을 잘 듣고, 학교를 잘 다니는거구요~
다른 하나는 같이 한국어교육 공부했던 분들이랑 비영리활동을 하는 단체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생각했거든요. 한국어교육을 매개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행가자! ^^

사진제공_탁은정 회원
‘인권’에 대해서 한마디 해 주신다면?
- 인권이요? 사람 사는 이야기!요.
저는 그 말 되게 좋아해요. 홍익인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우리나라를 있게 한 말 같아요. 전 세계에도 그런 사상이나 이념을 가진 나라 별로 없잖아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너무 멋있는 말 같아요. 그리고 인권적인 말이기도 해요.
저는 외국인들을 만나면 항상 그 얘기를 해요. “홍익인간이란 말 뭔 말인지 알아?”
저의 레파토리 중에 하나예요.(웃음)
*늘 '왜'라고 묻고, 생각하면서 삶을 풍성하게 가꿔 오신 탁은정 회원님을 만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공부의 시작이 끊임없는 질문의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탁은정 회원님의 새롭지만 연결되어있는 그 여정을 응원합니다.
대전충남인권연대 회원이시고, 대전충남인권연대 회원상을 받으셨어요. 그리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과 경험이 풍부하시고, 특히 여행을 좋아하시는 탁은정 회원을 만났습니다.
사진_ⓒ김정미
소개해 주세요.
- 안녕하세요^^ 대전충남인권연대 회원 탁은정입니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시고 공부하시느라 바빠 보이셨어요~ 근황을 이야기해 주세요.
- 한국어교육과를 올 2월에 졸업했어요. 한국어교육을 전공했고, 이민·다문화도 복수전공했어요~ 올해 3월부터는 인권·시민교육 전공으로 공주교육대학교 대학원을 다닌답니다. ^^ 또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고, 한국어교육을 매개로 다른 나라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만나는 버디 활동도 하고 있어요~
버디라는 말이 뭔가요? - buddy는 동료, 단짝이라는 뜻인데 ‘친구’와 비슷한 말이예요. 한국어교육학과에서는 주 1회 온라인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예요~ 학기가 끝나고 사례발표를 하는데 다들 제가 이상하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온라인으로 만나는 친구들과 서로 이름을 불러가며 정말 친구처럼 이야기 나눴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처럼 하신 분들은 없더라구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친구처럼 수다를 떨었거든요.
저는 버디가 만남을 주도해서 끌고 가거나 뭘 가르치려는 것보다는 그 친구들과 열심히 수다 떨고 싶었어요. 그 친구들은 현지 대학에서 비즈니스 한국어과 공부를 하고 있어요. 2년 정도 학교에 다니고 교환학생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1년 정도 공부를 하고 돌아가요. 한국어교육을 매개로 다른 나라 분들을 만나는 것은 결국 서로 의사소통이고 그 의사소통의 과정은 서로의 정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국가들 중에서 태국분들이 저와 정서적으로 잘 맞는 것 같다고 느껴서 버디 활동을 한다면 태국분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싶어요. 사실 졸업 이후에도 버디 활동을 하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교수님께 받았는데 솔직하게 말씀드렸죠. 태국 친구들과 계속 만나고 싶다고요.(웃음)
사진제공_탁은정 회원
한국어 교육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여러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있지만 이슬람 지역 친구들은 특히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제가 이슬람 정서를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더 확대될 것 같아요.
사실 한국어교육과에 가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넷000에서 드라마를 보는데 중국인의 정서가 이해가 안가는 거예요. 다양한 많은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보는데 중국 드라마는 잘 이해가 안가서 갸우뚱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내용을 상상하고, 예측하는 재미가 있는데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는 그게 안됐어요. ‘저들은 왜 저렇게 생각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와 가깝고 우리나라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중국인데 말이예요.
그리고 중국 드라마 속에서 한국어와 비슷한 말들이 등장해요. 한자문화권이라는 그런거죠. 내가 알아듣는 말인데 이상하게 공감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의문이 생겼어요,
대전충남인권연대에서 한국사 공부모임을 한 적이 있잖아요. 그때 참여하면서 생각이 좀 바뀐 게 있었는데 ‘내가 너무 서구화된 사고방식과 교육에 익숙했구나’하는 거였어요. 글로벌 시대라는데 ‘나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글로벌한 걸까?’하고 생각했어요. 결론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글로벌하다’였어요.(웃음)
지금은 한류열풍이라고 하는데 곧 거품은 꺼질거에요. 그러면 엑기스만 남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왜곡된 교육을 받으며 살았는데 엑기스가 뭔지 파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처음에 일본을 갔을 때는 코피 흘리면서 열심히 다녔는데 일본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리고 두 번째 갔을 때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상차림이 일본의 한 식당에 그대로 나온 거예요. 그때 느낀 게 아버지는 일제시대를 사신 분이셔서 아버지의 어린 시절에 경험한 것들이 아버지의 삶 속에 녹아 있었구나라는 거였어요. 우리가 한국적이라고 생각했고 전통이라고 생각했던 게 어딘가에서 유입되었고, 변화되어 정착했다는 거죠. 다시 말하면 ‘순수한(?) 우리 것은 없다.’는 거였어요.
대전은 일제에 의한 계획도시잖아요. 오사카에 가면은 도시 형태가 대전하고 똑같아요.기차역에서 시장을 건너 다리를 건너 관공서들이 있는... 오사카의 모습이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한국적이고 옛날 거(전통)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일본 거였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럼 한국에 대해 좀 알자, 나는 대한민국을 좋아하고 더 알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한국 관련 학과를 막 뒤졌는데, 한국학이 있는 곳이 너무 멀리 있더라구요 오슬로대학 같은 곳에~ 크크크
차선책으로 한국어교육과 커리큘럼을 보니까 비교문화 같은 게 있어서 무작정 신청했죠. 한국어교육 자격증이 있는지도 몰랐고 한국어교육을 하겠다는 생각도 사실 안했어요.
쭉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저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 걸까?’라는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밟아 온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역사가 좋았어요.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나 그게 궁금해서 알고 싶었고, 재밌는 잡지 읽듯이 마야, 잉카 문명 관련 글들을 뒤지고,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등등 관련 글들을 읽었어요.
고대사에 관심이 많아요. 사실 공부하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고고학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사학과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말리셔서 못갔어요. 그런데 계속 궁금했고, 잊어 버릴 수 가 없어서 간헐적으로 책으로 봤어요. 그러다가 진짜 발굴을 하러 갔어요. 문화재 유물 발굴 현장 등을 다녔고, 수장고에서 유물, 파편들을 보는 재미에 즐겁게 일했어요. 시간만 나면 논문도 보고요.
6년을 그렇게 지냈는데 원도 한도 없더라구요.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사람의 생활, 사람의 의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문화는 왜 달라졌는지를 알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한국어교육과에 다니면서 비교문화 강의를 듣고 좀 정리가 됐어요.^^
요즘 다문화 감수성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다문화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뚝딱 생기는 게 아니고 저와 같은 세대한테는 사실 진짜 어려운 거예요. 저는 다문화 감수성이라는 용어도 적합한가 싶어요.
내 이웃과 내가 어떻게 하면 잘 스.며.들.어.서. 잘 살 수 있는지 그게 중요해요.
“내가 김치전을 만들었는데 먹어볼래? 우리는 비오는 날 김치전 같은 음식을 잘해 먹어. 네가 살았던 동네에서는 뭐 해 먹어? 가지고 와봐. 한번 먹어보고 싶다.”
이렇게 먹으면서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거죠. 원래 공동체 문화는 그런거잖아요~ 스며드는 것.
이번에 인권·시민교육 전공으로 대학원에 가게 된 이유도 사실 내가 인권교육을 하겠다는 게 아니예요. 그런 생각은 전혀 없고 ‘머릿속에 뒤죽박죽 엉킨 생각을 정리를 해야겠다.’ ‘공부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겠다.’라는 생각이예요.
몇 년 전에 서울로 대학원을 간다고 했을 때 누가 그랬어요. 대학원에 가는 비용으로 책을 사서 보면 더 빠르고 습득이 더 잘 될 거라고...(웃음) 공감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혼자 책보는 것보다는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계속 다니고 있네요~
사진제공_탁은정 회원
책은 평소에도 많이 보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 아니예요. 노화가 와서 요즘은 책을 멀리하고 있어요. 그리고 중국 드라마를 봐야해요. (웃음)
제가 중국 드라마에 빠진 건 사실 ‘천성장가’라는 드라마를 보고나서 부터인데, 원래는 100회짜리예요. 근데 중국에서는 인기가 없었어요. 그 드라마의 매력은 ‘중국스럽다’는 거예요. 작품 안에 역사적인 서사도 좋지만, 배경이나 세트장, 소품들에 굉장히 진심이예요.
중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이 만든 카페에 가서 종종 가서 드라마 리뷰를 보는데 그곳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게 되요. 그들이 쓰는 언어가 사회를 반영하고 있거든요. 외국 젊은층들의 언어는 굉장히 젊어요.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들이 그들의 언어를 모르면 한국어를 가르치기가 힘들거라고 생각해요.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그들은 한국어를 다시 배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예요.
인권도 접근 방법이 달라지고 표현하는 방법과 풀어가는 방법이 이제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의 언어가 바뀌고 있거든요.
최근에 저 자신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는데, 저는 소위 말하는 보수적이고 굉장히 선이 정확하고 선을 넘어오는 것과 넘어가는 것을 되게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어떤 사건에 대해서 상황에 대해서 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고요. 분석적이라기보다는 머릿속에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남들은 그런 저를 호기심이 많다라고 말하지만, 제가 생각해 보니 머릿속에 정리를 해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아요. 생각이 너무 많은 거죠.그리고, ‘내가 뭘 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어떤 걸 하기 위해서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시뮬레이션해 보고요. 특히, 아들들 방을 만들 때 많이 공간을 어떻게 배치를 하고 저기다는 뭐를 하고.. 그런 생각을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거예요.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이색을 할까? 저색을 할까? 여기에 놓을까? 저기에 놓을까? 고민하고 시뮬레이션이 끝나면 행동으로 옮겨요. 전략과 전술 아시죠? 전략을 딱 세우고, 그때그때 바꾸는 전술처럼요. 여행갈 때도 그렇게 계획을 많이 해요.
맞아요~ 여행을 많이 다니시죠? 몽골에 다녀오셨을 때 최신식 게르에 대해 말씀하셨던 적이 있어요.
- 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계획하고 실제로 가죠~ 몽골의 유목민들이 짓는 게르는 레고를 조립하는 것과 같아요. 바로 만들고 바로 부실 수 있는, 현장에서 뚝딱뚝딱!!!
제가 자주하는 말이 있는데 “나는 학교 다닐 때 필수 과목이 테트리스여야 돼”라는 거예요~ (웃음) 테트리스는 정말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뚝딱 짓고, 뚝딱 없애고 이동하는 유목민의 삶이 뭐랄까... 현명하고 합리적이다, 자연환경에 최적화된 적응의 형태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 우선 첫 학기를 맞이하는 인권·시민교육 수업을 잘 듣고, 학교를 잘 다니는거구요~
다른 하나는 같이 한국어교육 공부했던 분들이랑 비영리활동을 하는 단체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생각했거든요. 한국어교육을 매개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행가자! ^^
사진제공_탁은정 회원
‘인권’에 대해서 한마디 해 주신다면?
- 인권이요? 사람 사는 이야기!요.
저는 그 말 되게 좋아해요. 홍익인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우리나라를 있게 한 말 같아요. 전 세계에도 그런 사상이나 이념을 가진 나라 별로 없잖아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너무 멋있는 말 같아요. 그리고 인권적인 말이기도 해요.
저는 외국인들을 만나면 항상 그 얘기를 해요. “홍익인간이란 말 뭔 말인지 알아?”
저의 레파토리 중에 하나예요.(웃음)
*늘 '왜'라고 묻고, 생각하면서 삶을 풍성하게 가꿔 오신 탁은정 회원님을 만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공부의 시작이 끊임없는 질문의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탁은정 회원님의 새롭지만 연결되어있는 그 여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