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김정미(회원)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는 15년 전 선물 받아 읽었던 책이다. 다시 읽으려고 집어 들었을 때 인상적인 장면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은 설렁설렁 훑었기 때문일까…
같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15년이 지나 읽은 지금은 다르다. ‘남쪽으로 튀어’를 읽고,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가 궁금해 그의 다른 소설들이 읽고 싶어져서 도서관에서 잔뜩 빌려왔다. 막상 일상에 치여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오쿠다 히데오를 국내에 알리게 된 ‘공중그네’는 그가 가진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배어 있어 키득키득 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처음에는 책이 주는 메세지를 찾고자, 캐릭터에 대한 분석(?)으로 편안하게 읽지 못했다. 하지만 1권 중반 이후부터 2권으로 넘어가면서는 작가의 매력에 스며들었는지 옆에 있던 아이들이 엄마 왜 웃어요? 재밌어요? 그런다. 내가 웃으면서 보는 책이 많지 않아서일까? 크게 웃는 엄마 모습에 진짜 재밌는 책인가 싶어서 둘째가 냅다 ‘남쪽으로 튀어’ 1권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1권은 도쿄를 배경으로 주인공 지로의 눈에 비친 이상한 괴짜 아버지의 모습과 자신의 집과 학교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당연했던 일상에 의문을 던지며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2권은 오키나와의 이리오모테섬으로 이사를 간 후의 이야기이다. 지로 가족은 돈이 매우 중요했던 도쿄와는 달리 모든 것을 처분하고 맨몸으로 섬에 도착해 마을 사람들의 나눔과 공유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곳을 자본과 권력에 맞서 지키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긴장하며 읽었다. 거대한 기계 앞에 선 우에하라 이치로의 모습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깊이 뿌리 내린 단단하고, 거대한 고목 같았다.
등장인물들 중 주인공 지로는 초6 남학생이 가지는 고민과 생각, 감정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선생님을 대하거나 표현하는 내용이나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끙끙 앓는 장면들은 초6 아이를 통해 정당한 권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강압적인 권력 앞에서는 저항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지로가 중1 가쓰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처음에는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고 피하려 했던 모습에서 나중에는 ‘이판사판’이지만 해보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변화를 보였던 장면이 그렇다. 또래 사이에 선생님들이 개입하는 것은 해결이 아닌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어른으로서 반성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책을 같이 읽은 둘째에게 넌지시 책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가장 먼저 나온 말이 “으~ 무서웠어요” 였다. 가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에서 자신이 지로와 지로 친구가 된 것 같아 무서웠던 것일까?
야, 제발 그만 좀 해.
가쓰가 불쑥 내뱉었다.
너희들 정말 끈질기다. 끈질겨. 초딩들이 왜이래, 진짜?
중학생이 큰소리를 치면 좀 숙여주는 맛이 있어야지.
이건 뭐, 대들고 또 대들고, 어휴.”……
야, 그까짓 만엔, 다른 애들은 대개 군소리 없이 내주더라.
그러면 나도 잘 봐줬을거라고.” (p.393)
가쓰의 말은 중학생 아이들이 가질 법한 허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부당한 사회의 모습을 중1의 시선으로 말해준다. 아마도 둘째도 부당하다고, 너무하다고 느낀 가쓰의 협박과 압박에 지로와 같은 감정선을 그리며 두려웠을 것이다. 중학생에게 맞서거나 부당한 일에 맞서는 일이 쉽지 않은 것임을 이야기하며, 강자가 약자를 대하는 방식은 여전히 변화되어야 하는 숙제라는 대화를 나누었다.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는 세금을 거부하고, 학교교육에 대해서도 부정한다. 상식이라고 불리는 세상의 제도들을 거부하는 인물이다. 국가의 필요성, 의미, 국가가 가지고 있는 기능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고, 국가를 맞서서 싸워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소위 말하는 운동권 출신의 사람들도 나이를 먹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회라는 굴레 속에서 적당히 순응해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는 다르게 자신의 신조대로 살아가는 우에하라 이치로는 -운동권 출신이라는 뒷배경이 있긴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일종의 해방감을 안겨주는 인물이었다.
혁명은 운동으로는 안 일어나. 한사람 한사람 마음속으로 일으키는 것이라고!
아버지가 부르짖었다. 점점 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집단은 어차피 집단이라고, 부르주아도 프롤레타리아도 집단이 되면 모두 다 똑같아.
권력을 탐하고 그것을 못 지켜서 안달이지!”(p. 327)
혁명은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큰 목소리의 리더와 거창한 깃발, 구호, 그리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사회가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에하라 이치로의 부르짖음은 한 사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사람, 한사람, 또 한사람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완전한 혁명의 기본이자 결과이다. 그리고 개인이 집단과 조직 속에 부패되지 않고 깨어 있는 것 자체가 혁명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지로 가족은 흩어져 살아가게 된다. 아버지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세 남매가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사회, 그 마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로의 마음속에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자신만의 뿌리가 땅속으로 내렸기 때문이리라. 지로가 내린 뿌리는 우에하라 이치로와는 또 다른 외침이 될 것 같다. 세상이 정해준 정답이 아닌 나만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나에게도 그 순간이 온다면 ‘남쪽으로 튀어’ 보겠다. ^^
‘남쪽으로 튀어’는 대전충남인권연대 인권책읽기모임 하필왈리의 2026년 첫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이다. 책모임 말미에 오키나와의 역사를 펼쳐낸 책 ‘보물섬’, 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추천받았다. 읽어보리라 다짐한다.
하필왈리의 두번째 함께 읽을 책은 ‘바다의 긴 꽃잎’이다. 실존 인물 빅토르 페이 카사도의 증언을 바탕으로 스페인 내전을 피해 칠레로 망명한 뒤에 벌어진 긴 인생의 여정을 작가의 수려한 문장으로 이야기된다. 하필왈리 멤버들과 이야기 나눌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글_김정미(회원)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는 15년 전 선물 받아 읽었던 책이다. 다시 읽으려고 집어 들었을 때 인상적인 장면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은 설렁설렁 훑었기 때문일까…
같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15년이 지나 읽은 지금은 다르다. ‘남쪽으로 튀어’를 읽고,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가 궁금해 그의 다른 소설들이 읽고 싶어져서 도서관에서 잔뜩 빌려왔다. 막상 일상에 치여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오쿠다 히데오를 국내에 알리게 된 ‘공중그네’는 그가 가진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배어 있어 키득키득 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처음에는 책이 주는 메세지를 찾고자, 캐릭터에 대한 분석(?)으로 편안하게 읽지 못했다. 하지만 1권 중반 이후부터 2권으로 넘어가면서는 작가의 매력에 스며들었는지 옆에 있던 아이들이 엄마 왜 웃어요? 재밌어요? 그런다. 내가 웃으면서 보는 책이 많지 않아서일까? 크게 웃는 엄마 모습에 진짜 재밌는 책인가 싶어서 둘째가 냅다 ‘남쪽으로 튀어’ 1권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1권은 도쿄를 배경으로 주인공 지로의 눈에 비친 이상한 괴짜 아버지의 모습과 자신의 집과 학교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당연했던 일상에 의문을 던지며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2권은 오키나와의 이리오모테섬으로 이사를 간 후의 이야기이다. 지로 가족은 돈이 매우 중요했던 도쿄와는 달리 모든 것을 처분하고 맨몸으로 섬에 도착해 마을 사람들의 나눔과 공유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곳을 자본과 권력에 맞서 지키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긴장하며 읽었다. 거대한 기계 앞에 선 우에하라 이치로의 모습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깊이 뿌리 내린 단단하고, 거대한 고목 같았다.
등장인물들 중 주인공 지로는 초6 남학생이 가지는 고민과 생각, 감정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선생님을 대하거나 표현하는 내용이나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끙끙 앓는 장면들은 초6 아이를 통해 정당한 권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강압적인 권력 앞에서는 저항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지로가 중1 가쓰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처음에는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고 피하려 했던 모습에서 나중에는 ‘이판사판’이지만 해보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변화를 보였던 장면이 그렇다. 또래 사이에 선생님들이 개입하는 것은 해결이 아닌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어른으로서 반성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책을 같이 읽은 둘째에게 넌지시 책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가장 먼저 나온 말이 “으~ 무서웠어요” 였다. 가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에서 자신이 지로와 지로 친구가 된 것 같아 무서웠던 것일까?
가쓰의 말은 중학생 아이들이 가질 법한 허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부당한 사회의 모습을 중1의 시선으로 말해준다. 아마도 둘째도 부당하다고, 너무하다고 느낀 가쓰의 협박과 압박에 지로와 같은 감정선을 그리며 두려웠을 것이다. 중학생에게 맞서거나 부당한 일에 맞서는 일이 쉽지 않은 것임을 이야기하며, 강자가 약자를 대하는 방식은 여전히 변화되어야 하는 숙제라는 대화를 나누었다.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 이치로는 세금을 거부하고, 학교교육에 대해서도 부정한다. 상식이라고 불리는 세상의 제도들을 거부하는 인물이다. 국가의 필요성, 의미, 국가가 가지고 있는 기능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고, 국가를 맞서서 싸워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소위 말하는 운동권 출신의 사람들도 나이를 먹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회라는 굴레 속에서 적당히 순응해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는 다르게 자신의 신조대로 살아가는 우에하라 이치로는 -운동권 출신이라는 뒷배경이 있긴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일종의 해방감을 안겨주는 인물이었다.
혁명은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큰 목소리의 리더와 거창한 깃발, 구호, 그리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사회가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에하라 이치로의 부르짖음은 한 사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사람, 한사람, 또 한사람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완전한 혁명의 기본이자 결과이다. 그리고 개인이 집단과 조직 속에 부패되지 않고 깨어 있는 것 자체가 혁명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지로 가족은 흩어져 살아가게 된다. 아버지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세 남매가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사회, 그 마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로의 마음속에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자신만의 뿌리가 땅속으로 내렸기 때문이리라. 지로가 내린 뿌리는 우에하라 이치로와는 또 다른 외침이 될 것 같다. 세상이 정해준 정답이 아닌 나만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나에게도 그 순간이 온다면 ‘남쪽으로 튀어’ 보겠다. ^^
‘남쪽으로 튀어’는 대전충남인권연대 인권책읽기모임 하필왈리의 2026년 첫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이다. 책모임 말미에 오키나와의 역사를 펼쳐낸 책 ‘보물섬’, 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추천받았다. 읽어보리라 다짐한다.
하필왈리의 두번째 함께 읽을 책은 ‘바다의 긴 꽃잎’이다. 실존 인물 빅토르 페이 카사도의 증언을 바탕으로 스페인 내전을 피해 칠레로 망명한 뒤에 벌어진 긴 인생의 여정을 작가의 수려한 문장으로 이야기된다. 하필왈리 멤버들과 이야기 나눌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