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시의회 '현수막 틀어막기' 조례, 상위법 위반 날치기 논란(오마이뉴스, 24.12.27.)

관리자
2025-03-14

논산시가 개정된 현수막철거조례 근거로 현수막 강제 철거에 나서면서 양촌지킴회와 시민대책위가 반발하고 있다.

▲논산시가 개정된 현수막철거조례 근거로 현수막 강제 철거에 나서면서 양촌지킴회와 시민대책위가 반발하고 있다. ⓒ 시민대책위


논산시(시장 백성현, 국민의힘)가 상위법 위반과 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을 받고 있는 '현수막 철거 조례'를 근거로 시정 비판 현수막 철거에 나섰다. 앞서 논산시의회(의장 조용훈)는 최근 현수막 철거 조례를 긴급안건으로 상정해 속전속결로 의결했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조례를 날치기 입법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주민단체는 상위법 위반은 물론 시정 비판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조례라면서 개정안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논산시는 지난 13일 '장기간 설치된 집회 현수막 관련 조례 일부개정으로 법적 근간 마련'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관내 곳곳에 난립한 불법 현수막 철거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면서 '불법 현수막 강제 철거 또는 위반한 자에 대해 과태료 부과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요지다.


시민단체도 모르게 긴급안건으로 상정·통과된 현수막 철거 조례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의외의 보도자료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관련 조례가 개정된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장진호 논산시의원 등 8명은 지난 11월 25일 '옥외광고물등조례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 조례안은 '현수막을 실제 행사 또는 집회 등이 열리는 기간에만 표시·설치'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또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도 신설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제거하거나 그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시의원들은 '시민들의 통행 안전 위협과 도시미관 침해'를 집회 현수막 철거 이유로 들었다.

논산시는 논산시의회가 해당 조례 개정안에 대해 지난 11월 21일 사전검토를 의뢰하자 바로 당일 '문제없다'라고 회신했다.

논산시, 사건검토 의뢰 당일 '문제없다' 회신

논산시의회 장진호 의원 등 8명은 지난달 25일 '옥외광고물등조례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조례 개정안이었지만 이 조례안은 발의된 지 10일 만에 논산시의회 상임위(5일)를 거쳐 다음날인 6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논산시의회 장진호 의원 등 8명은 지난달 25일 '옥외광고물등조례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조례 개정안이었지만 이 조례안은 발의된 지 10일 만에 논산시의회 상임위(5일)를 거쳐 다음날인 6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 심규상



주민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조례 개정안이었지만 해당 조례안은 발의된 지 열흘 만에 논산시의회 상임위(5일)를 거쳐 다음날인 12월 6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에 앞서 주민 의견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본회의를 앞두고 조례 개정안이 갑자기 '긴급안건'으로 상정돼 관련 시민단체도 개정 조례안이 상정된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논산시의회는 개정안 상정을 알리는 입법예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논산시의회는 또 6일 본회의 안건으로 관련 조례안을 다뤘지만, 조례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논산시의회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새로 업무를 맡아 시의회 홈페이지를 통한 입법예고와 본회의 안건 공지를 미처 하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닷새간 입법예고를 해 절차상 하자는 없다"라고 말했다.


시민대책위 "기습 안건 상정 통한 날치기 입법"

비인도적대량살상무기생산업체논산입주반대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주민의 집회와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현수막 철거에 관한 조례를 긴급안건으로 상정해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도 문제지만, 시의회나 집행부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관련 단체의 의견마저 전혀 듣지 않았다"라며 "사실상 기습 안건 상정을 통한 날치기 입법"이라고 규정했다.

시민단체는 논산시의회가 현수막 철거 조례를 기습 처리한 배경으로 백성현 논산시장과 시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다.

양촌지킴회(폭탄공장반대양촌면주민대책위)와 비인도적대량살상무기생산업체논산입주반대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 등은 백 시장의 확산탄 생산공장 건설 추진에 맞서 이를 비판하는 현수막과 집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큰사진보기논산시가 개정된 현수막철거조례 근거로 현수막 강제 철거에 나서면서 양촌지킴회와 시민대책위가 반발하고 있다.

▲논산시가 개정된 현수막철거조례 근거로 현수막 강제 철거에 나서면서 양촌지킴회와 시민대책위가 반발하고 있다. ⓒ 시민대책위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시의회가 백 시장과 논산시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막기 위해 시민 의견 수렴 없이 현수막 철거 조례를 기습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집행부를 비판 견제하는 의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저버린 행위"라고 꼬집었다.

실제 조례 통과 이후 논산시가 개정된 조례를 근거로 현수막 철거에 나서면서 양촌지킴회와 시민대책위가 연일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개정된 조례의 쟁점은 상위법 위반 여부와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다.


'집회 기간에만 현수막 게시'? 상위법엔 "집회목적 현수막 30일 이내 게시 가능"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과 노동운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 30일 이내로 길거리 등에 부착할 수 있게'(제8조 적용 배제) 하고 있다. 하지만 논산시가 이번에 개정한 조례에는 '집회 등이 열리는 기간에만 표시·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신설한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은 특정 개인은 물론 단체까지 포함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서울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해 비방하거나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조례 규정보다도 포괄적이다.


특정 개인, 단체 비방 안 돼?... 과거 판례·사례 보니 "상위법 위반"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조례대로라면 논산시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주민들이 논산시장은 물론 시정을 비판하는 내용까지 비방으로 판단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사례도 있다. 지난 2022년 한 지자체장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시민단체가 게시하려 하자 해당 지자체가 이를 불허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정부·지자체 등 공적 기관의 업무 수행에 관한 사항은 일상적인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라며 "현수막 게시 불허를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최근 사례도 있다. 지난 10월 서울 송파구청·서대문구청은 진보당이 길거리에 게시한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김건희를 즉각 수사하라" 정당 현수막을 '서울시 조례 규정 위반'(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해 비방하거나 모욕해선 안 된다)이라며 철거했는데, 재판부는 상위법 위반이라면서 제동을 걸었다.

당시 재판부는 "하위 법령인 조례로 정당 현수막과 관련한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라며 "옥외광고물법이 정한 것보다 엄격하게 규정하는 조례 규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7월에는 대법원이 정당 현수막 개수를 제한하고 전용 게시대에만 걸도록 강제한 지자체 조례들이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양촌지킴회 "조례안 발의 의원 공개 사과하고 조례 폐지하라"


논산시 현수막철거조레안에는 '현수막을 ‘실제 행사 또는 집회 등이 열리는 기간에만 표시·설치’하도록 하고,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상위법 위반과 표현의 자루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논산시 현수막철거조레안에는 '현수막을 ‘실제 행사 또는 집회 등이 열리는 기간에만 표시·설치’하도록 하고,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상위법 위반과 표현의 자루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심규상



양촌지킴회 관계자는 "논산시·논산시의회가 상위법 위반이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큰 조례임을 잘 알면서도 주민들의 비판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날치기 통과해 주민 입을 막는 데만 급급하다"라며 "조례안 상정에 앞장선 의원들은 공개 사과하고 조례안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현수막 철거 조례 개정안은 장진호 시의원(국민의힘)이 대표로 발의하고 김남충(국민의힘), 홍태의(국민의힘), 김종욱(더불어민주당), 이상구(국민의힘), 이태모(국민의힘), 윤금숙(더불어민주당), 허명숙(국민의힘) 시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이중 김남충(부의장) 의원과 이상구 의원(운영위 부위원장)은 확산탄 생산공장이 들어서 논산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양촌 지역구(가선거구/ 강경, 연무, 채운,연산, 벌곡, 양촌, 가야곡, 은진)의 시의원이다. 논산시의회 조용훈 의장의 지역구도 같은 가선거구다.

이 때문에 양촌지킴이 등 주민단체로부터 소속 지역구 시의원들마저 지역 주민들이 아닌 논산시장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