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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20 06:13
위드유(With You)를 주저하는 당신에게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1,110  
# 위드유(With You)를 주저하는 당신에게 

글_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 미투(Me, too)운동이 세상을 뒤집은 지 몇 달이 지났다. 아니다. 이 말은 틀렸다. 사실 매우 오래전부터 여성들은 Me, too라고 이야기해 왔다. 다만 누구도 들으려하지 않았을 뿐. 새로운 세상을 기약하는 남북정상회담과 준엄한 민심을 확인했다는 지방선거도 지났고, 월드컵도 시작됐다. 바빠도 이렇게 바쁠 수가 있나 싶은 요즘이다. 미투운동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의 관심 밖이 된 듯하다. 여기에 이제 그 정도 했으니 그만하란다. 폭로전에 지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리고 선량한 남성들까지 매도되는 게 억울하단다. 모든 남성은 가해자가 아닌데 가해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이정도 했으니 그만해야할까? 폭로전에 지친 사람들도 있고, 미투를 빙자한 꽃뱀도 생길 수 있으니 그만해야 할까? 이 역시 아니다. 여성들은 이제 겨우 말하기 시작했다.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듯 여성이 잠재적 피해자가 되는 사회여서는 안된다. 

나 역시 오랫동안 괴롭혀온 불쾌한 기억이 있다. 그는 조교였고, 새내기인 나에겐 교수 다음의 권력이었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행동했다. 교수들의 이름을 나열하여 어제 A교수와 술을 먹었는데, 누구 얘기가 나왔다는 등으로 그는 종종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 나는 자유를 만난 듯 내 생각을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녔을 때였다. 그런 나의 모습이 동기들과 달라보였나 보다. 혹은 튀는 새내기가 있다는 선배들의 말에 기를 죽여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학과 뒷풀이 자리에서 그는 대뜸 내가 마음에 든다며 그날 밤을 같이 보낼 수 있냐고 물었다. ‘싫다’는 나의 답변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그건 상관없고, 나는 오늘 너랑 같이 있을거다”라며 키득거렸다. 나는 “선배는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오늘 별로 선배와 함께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순간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나는 분위기 파악을 못해 즐거운 술자리를 깨는 사람이 돼 있었다. 더 이상 그 자리를 지킬 자신이 없었다. 숟가락을 놓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다음날 여자선배 둘이 나를 찾았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 이해하라며 ‘니가 예뻐서 그런 거다’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더해주었다. 가만히 듣고있던 나는 “아, 그 분이 원래 그러신가요? 어쩌죠.. 저도 원래 이런데.. ” 그렇게 끝났다. 

이후 나는 수업 이외의 학과생활은 하지 않았다. 십수년 전의 일인데도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이 나다니.. 많은 여성들이 이런 기억들, 아니 이보다 훨씬 말하기 쉽지 않은 기억들을 서너개쯤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십수년 째 이 불편한 기억을 술안주삼아 얘기한다. 웃으며 얘기하지만, 결코 웃기지 않는 이야기...아마도 그렇게 말하면서 위안받고 치료받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가끔 그의 소식을 듣는다. 그는 현재 대학생들의 취창업교육과 기업조직교육을 담당하는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단다. 나는 그가 진심으로 불편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를 포함해 아무 생각없이 던졌던 말을 농담이라며 뭉갰던 사람들이 진심으로 잠 못이루는 밤을 보냈으면 한다.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했던 남성 활동가들조차 여성 동지들과 말을 섞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말을 하고 다닌 거냐고.. 여성 동지들과 말을 섞지 않겠다라는 말 속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자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애석하게도 그 남성 활동가의 잘못이 아니다.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잘못됐지만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지 모르고 살아온 세대들이 있고, 이 사회가 변하는 걸 미처 따라잡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이제 무서워서 여자들과 말도 섞지 않겠다’ 라는 으름장이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떨까. 그동안 아무 의도없이 했던 말인데 그게 상처가 됐다면 미안하다고, 앞으로 조심하겠지만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런 실수 가 있다면 말해달라고 하면 된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도덕적 우월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억울함,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 온 나를 ‘감히 네 따위가’라는 분노, 그리고 혹시나 본인도 미투로 걸리는 게 아닐까하는 두려움 때문이라면 더더욱 여성들과 허심탄회하게 고백해야 한다. 
# With You 가 주저되는가? 그렇다면 # Me, though (그렇다면 나는)부터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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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 이후 여러 해시태그 운동이 뒤를 이었다. # With you 는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 I did it 은 일부 남성들이 나서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자는 운동이다. ‘나도 그랬다’는 의미의 #I did it 문구를 달고 자신이 저질렀던 성추행을 고백하고 반성하자는 움직임이다. # Me First 는 성추행 피해자의 고백에 그치지 말고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운동이다. #How I Will Change 는 사회에 퍼져있는 성추행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자는 운동이다.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남성 중심의 성희롱이 만연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찾아보자는 것이다. 호주 작가 벤자민 로우의 트윗으로 시작됐다. 우리들(특히 남성들)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얘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Me, too 운동으로 시작된 다양한 해시태그 운동은 더 활발히 계속돼야 할 것이다 (참고: 이투데이 ‘미투’가 불러 일으킨 ‘#운동’ http://www.etoday.co.kr/issue/newsview.php?idxno=1599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