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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08 22:56
동성애가 뉴스인가요?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595  
동성애가 뉴스인가요?

중도일보 임병안 차장


한적한 금요일 오후였습니다. 저는 긴장된 마음을 억누르며 좁은 계단으로 상가건물 2층에 들어갔습니다. 똑똑 두드릴 것도 없이 카운터처럼 생긴 창문으로 한 남성이 나를 보더니 "알고 오셨죠"라고 묻습니다. 
3년 전 대전의 한 동성애자 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후속 취재하기 위해 해당 시설을 찾아간 적 있습니다. 사회부 기자로서의 의무감, 호기심 그리고 색다른 것을 취재해보고 싶다는 과시욕까지 있었음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수소문해서 찾아간 시설 앞에서 저는 발길을 되돌리기를 몇 차례 반복했습니다. 
"나는 왜 이곳을 찾아왔나" "내가 이 사건에 대해 더 파악하는 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아냐 됐어, 집에 가자"라는 생각으로 걸음을 되돌렸습니다. 

그러다 다시금 "똑같은 사고가 재발할 여지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세상에 알려야 할 무엇인가가 그 안에 있을 수 있잖아"라는 생각으로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 입장했습니다.

첫인상은 작은 목욕탕의 탈의실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옷을 보관할 옷장이 있고 몸을 씻을 샤워장이 보이며, TV와 소파 그리고 내실이 있었습니다. 
퇴근시간 무렵이어서인지 손님은 저 하나뿐이었고 TV 앞에 앉아 우두커니 한동안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상상했습니다. 이 안에서 동성애자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이곳을 찾게 된 이유였던 살인사건이 어떻게 발생했을지에 대해서도 말이죠. 
최소한 시설에서 술을 판매하거나 자학적 도구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저를 정말로 두렵게 한 것은 "나는 나를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말입니다. 
 본능이라는 것을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해서도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을까. 아무도 오지 않은 시설에서 운영자는 나에게 낮은 목소리로 이것저것 물어왔습니다. 
언제부터 동성애였는지, 어떻게 생활해왔는지 등이었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말로 둘러대며 내가 취재를 위해 찾아왔으며 현재까지 이성애자라는 것을 차마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0분이 더 흐르고 저는 조용히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허무한 취재를 마무리하고 이것은 기사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살인사건은 안타깝게도 어디에서나 발생하지 동성애자 시설에서 유독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옳고 그름이 아니라 차이와 다름의 사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짧은 시간이었지만, 과연 나는 이성애자가 맞는가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이번 취재에서 내가 이성애자가 아니라고 느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자신에게 던진 질문은 더 나아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은 내가 판단해서 결정지을 수 있는 사안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동성애는 뉴스가 아니고 부정할 것을 강요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