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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21 18:23
방송작가의 노동인권을 생각하며...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577  
방송작가의 노동인권을 생각하며...

-조연미(대전MBC 구성작가) 

대전충남인권연대의 기고를 요청받은 후 첫 지면이다. 일정을 넉넉하게 써 보내겠다는 야무진 포부와 재미있게 써야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가고, 무슨 얘기를 써야 할지 생각하다 한 세월을다 보냈다. 마감이 꽁무니에 다가와야 자판에 손을 대는 버릇, 나의 적폐다. 

여하튼 첫 글을 무엇부터 써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나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11월 11일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이하 별칭 : 방송작가유니온)이 출범했다. 그동안 관행처럼 넘겨졌던, 방송작가들에 대한 처우 문제를 방송작가들의 힘으로 직접 풀어보고자 힘을 모은 것이다. 

여기서 잠깐, 퀴즈 하나를 내보겠다. 아주 쉽다. O/X퀴즈다. 
“방송국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외주 PD와 리포터, 방송작가가 바닷가에 촬영을 가다 교통 사고가 났다. 이들은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글의 주제를 파악한, 눈치가 빠싹하신 분들은 아실 거다. 정답은 X다. 외주PD, 리포터, 방송작가는 방송사를 위해 일하지만, 방송사에 속하지 않은 소위 ‘프리랜서’ 신분이기 때문에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

조금 극단적인 예이긴 했다.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 뒤에는 수많은 비정규 방송 스태프들의 피땀 어린 노동이 숨어있다. 그중 방송작가는 프로그램의 기획, 취재, 구성 등을 맡는다. 프로그램에 종속돼 있으면서도, 계약서 한 장 쓰지 않고 일하고 있다. 4대 보험은 언감생심, 각종 열악한 노동 현실에 처해있다. 

최근 들어 방송계 갑질 이야기가 뉴스에 종종 나온다. 상품권 페이 이야기, 드라마 현장에서 스태프의 낙상 사고, 유명한 시사프로그램의 PD 갑질 이야기를 보며 놀란 지인들이 ‘정말 그러냐?’고 묻는다. ‘유구냉무’(=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음)이다. 

서울의 유명한 프로그램들이 이럴진대, 지역은 말해 무엇하랴. 방송작가유니온이 올 2월 2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지역방송작가 노동실태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어떤 방식의 계약을 맺고 일하십니까?’에 59.2%가 구두계약, 36.1%가 노동조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시작한다고 답했다. ‘지역작가로 생활하며, 생계의 걱정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43.5%가 매우 그렇다, 40.8%가 대체로 그렇다는 대답이다. 이쯤 되면 지역작가들의 노동인권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필자도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설마’ 했던 심각성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됐다. 

아마도 많은 회원께서도 ‘무한도전’을 보며 주말을 즐기고, ‘인간극장’을 보며 희로애락을 느끼고, 자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니하니’를 보실 수도 있겠다. 잘 만들어진 다큐 한편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에서 희로애락을 전해주는 방송프로그램이, 누군가의 열악한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현실. 이제는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한류에도 진출하고, 평창 올림픽도 세계적으로 중계하는 2018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