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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04 11:29
핵과 시민과학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73  
핵과 시민과학

글_박현주(시민참여연구센터 사무국장)


  1955년 7월 15일, 노벨상 수상경력이 있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 18명이 독일의 콘스탄체 호수 마이나우 섬에 모여 선언문을 발표한다. 일명 ‘마이나우 선언’이었다. 이 선언문에서 과학자들은 핵무기 개발 반대는 물론, 핵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핵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핵억지력’ 논리도 반박하였다. 

  핵은 산업화와 전쟁을 통해 승승장구하던 현대과학기술에 처음으로 의심을 품게 하였다. 또한 ‘핵무기의 평화로운 사용’이라는 미명아래 지어진 ‘핵발전소’는 일본에서 여러 명의 시민과학자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시민과학자로 살다’란 자서전을 남긴 다카기 진자부로는 대학교수이자 엘리트 공학자라는 기득권을 버리고 평생 반핵운동을 하는 시민과학자로 살아갔다. 

  핵폭탄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탓이었을까, 일본에는 진자부로의 뒤를 따르는 과학자들이 많다. 탈핵 신념 때문에 교수로 임용되지 못하고 환갑이 넘어서도 조교 생활을 하는 원자력공학자가 있을 정도다. 이들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멸감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시민의 편에 서있는 과학기술일 것이다. 즉 시민과학이다. 

  대전시민은 권위적인 전문가주의에 도취된 원자력연구원 과학자들 때문에 괴롭다. 전문가는 있어도 시민과학자는 없는 까닭일까? 대전뿐 아니라, 경주, 영광, 부산, 울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경주 나아리 주민들은 월성원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삼중수소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부산 고리와 신고리원전의 세계최고 밀집도에 대하여 전문가들이 나서서 우려해주었더라면, 밀양의 할매들이 12년간 눈물 흘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영광의 한빛원전 원자로 헤드가 깨졌음을 밝혀낸 것은 발전소 주변 농부들이 끈질기게 제3자 검증을 요구하고 검증에 참여한 덕분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살균제의 원료가 된 독성 화학물질에 대하여 피나게 공부하여 소송을 준비해야만 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엔 선박 공학자나 항법 전문가가 언론과 예술계에서 여럿 나왔다. 대전 유성의 주부들은 핵재처리실험과 사용후핵연료에 관련된 어려운 전문용어를 일상적으로 쓴다. 

  우리나라에서 시민과학이란, 시민이 자신의 전공이나 직업과는 무관하게 과학기술을 직접 공부하여 전문가 역할을 대신하는 것인가? 한국인의 뛰어난 학습능력이 감탄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다. 단 몇 명이라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완전히 시민 편이 되어 줄 과학자를 기다리는 것이 빠를지, 스스로 한국형 시민과학자가 되는 것이 빠를지 생각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