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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21 10:56
우리 안의 파시즘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162  
우리 안의 파시즘 


글_임아연 (당진시대 편집부장) 


  지난달 한겨레는 편집장급 한 기자의 ‘덤벼라 문빠’ 발언과 한겨레21 표지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들끓던 여론이 지금은 한풀 꺾인 듯 보이지만,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대규모 한겨레 절독사태 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 역시 영부인을 지칭한 김정숙 ‘씨’ 논란으로 10만인 클럽 회원들이 상당수 빠져나가 비상대책회의까지 소집했을 정도란다. 문재인 대통령 열혈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한·경·오(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에 대해 ‘반 문재인 언론’으로, 이들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노무현 대통령을 잃었던 것처럼 그렇게 둘 수 없다는 거다. 

  언론사에 몸담고 기자로 일하면서 이 일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하나의 언론이 탄생하고, 자리를 잡고, 독자들에게 신뢰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언론사는 많지만 인지도를 쌓고, 신뢰할 만한 언론사로서 ‘브랜드 파워’를 갖는 건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요즘은 전통적인 신문·방송뿐만 아니라 SNS 등 매체 역시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언론사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언론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거엔 뉴스 소비자에 그쳤던 독자들이 적극적인 뉴스 생산자가 됐고, 적극적으로 뉴스를 퍼 나르며 빠르게 여론을 형성, 주도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와 대기업의 ‘광고 따돌림’까지 감내해야 하는 진보언론의 사정은 더욱 녹록치 않다. 

  이렇게 지난 20~30년 간 쌓아온 공든 탑이 최근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지난 세월동안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가 우리 사회에 던지 물음들과 끈질긴 보도들은 분명 이 사회를 위한 나름의 역할을 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덤벼라 문빠들아”라고 얘기했던 경솔한 발언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또한 김정숙 여사인지, 김정숙 씨인지 일관성 있게 표기했더라면 더 이상의 공분을 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경·오는 가난한 조중동”, “몽둥이가 답이다”라는 식의 일부 열혈 지지자들이 보여줬던 모습은 집단 린치에 가까웠다. 야구배트를 들고 집회현장에 나온 태극기부대가 떠올랐다. ‘우리 안의 파시즘’은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대중들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자리 하고 있고, 어느 순간엔 불현듯 떠올라 발현된다는 것을 느끼며 두려웠다. 

  이번 칼럼은 <미디어오늘>이 당시 냈던 사설을 대신하며 끝맺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언론이 해야 할 일은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를 만들고 정권의 호위무사로 나서는 게 아니라 비판과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게 언론의 본령이고 책무이다. 노무현의 좌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이에나 같은 언론으로부터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중략) ‘조중동에 맞서’ ‘우리 편이 돼 주는 언론’ 따위를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에 기대하는 것은 이 신문들을 죽이는 길이다. 언론이 늘 옳을 수는 없고 언론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연히 잘못하면 욕을 먹어야 하고 합당한 비판이라면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언론에 요구할 수 있는 건 최선의 진실을 말하라는 것,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가난한 조중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우리들의 조중동’이 되라고 강요하는 건 끔찍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