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대전충남인권연대로고
대전충남인권연대소개 인권피해신고접수 인권교육안내 미디어 자료실 후원자원봉사안내 참여마당
 

全人權은 김종서(배재대교수) 좌세준(변호사) 장수명(한국교원대 교수)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박노영(충남대 명예교수) 양해림(충남대교수) 강수돌(고려대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기자) 안선영(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작성일 : 18-03-29 10:56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을 보고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638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을 보고


김종서(배재대 공무원법학과 교수)


1. 개헌안 발의의 정당성

문재인 대통령이 수차에 걸쳐 약속했던 헌법개정안 발의를 실행에 옮겼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이 개헌안 발의는 국회의 개헌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 하에서, 그리고 이른바 적폐청산을 위한 입법요구들이 거의 좌절되어 왔던 조건 하에서는, 2016-2017년 뜨거웠던 촛불항쟁의 염원을 조금이라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발의를 지지한다. 

아마도 대통령은 이 헌법개정안을 통하여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던진 것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은 이 개헌안을 내놓으면서 국회가 여야합의개헌안을 내놓는다면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철회될 것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다 내놓았으니 이제 국회가 합의된 의견으로 나의 제안을 넘어서 보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그 직접적 타겟은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다. 내가 보기에 대통령이 국회에 던진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은 총강과 기본적 인권 등, 권력구조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분에서 보인 강력한 개혁 의지이다. 반면, 촛불시민들이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던 그런 나라를 만든 장본인인 자유한국당 등 구 여권세력이, 살아있는 권력을 무너뜨린 촛불시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정치권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개혁 요구를 거부할 명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들이 거부 또는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권력구조 부분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대통령은 구 여권세력들에게 이 명분을 던져주면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무조건 항복하라고 요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진행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전문에 촛불항쟁을 삽입하지 않은 것도, 권력구조 개편은 촛불항쟁을 완성시키는 2차개헌의 내용임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헌안 발표를, 앞서 제기한 비난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3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한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고 어느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총강과 기본적 인권 등으로 먼저 개헌안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확보한 다음, 논란의 핵심에 있는 권력구조 부분을 발표함으로써 이에 대한 국회의 대답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의도는 이미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자유한국당 등 국회가 답할 차례다.

2. 아쉬움: 개헌안 발의 과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점에서 아쉬움은 있다.

첫째, 절차의 문제이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위한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베트남에 이어 아랍에미레이트를 순방하고 있던 3월 26일에 개최되었고, 대통령은 전자결재를 통하여 이를 재가하였다. 3월 26일 국무회의는 6월 13일 지방선거일에 헌법개정안 확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불가피한 일정이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헌법자문단의 헌법개정안 보고가 3월 13일에 있었고 3월 20일부터 3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헌법개정안이 발표되었음에 비추어볼 때, 과연 1주일 전인 3월 19일에는 국무회의를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대통령의 중대한 권한 행사가 전자결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습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가 전자결재에 의하여 이루어졌던 광경을 떠올리는 것이어서 매우 당혹스러웠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이런 의문의 연장선상에 헌법개정안 발표 형식의 문제가 있다. 민정수석에 의하여 3월 20일부터 3일간 3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표된 헌법개정안은 그 내용에 못지않게 그 방식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헌법을 포함한 법규범은 전체가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기에, 하나의 헌법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체가 동시에 드러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문이나 총강에서 선언된 원칙이 본문의 어느 규정에 의하여 무력화될 수도 있고, 기본적 인권의 충실한 보호 규정이 권력구조의 어느 한 규정에 의하여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발표가 헌법개정안의 공고절차에 위반된다는 어떤 헌법학자의 주장은 참으로 터무니없다. 공고절차의 적용대상은 발의가 완료된 헌법개정안이기 때문이다. 아직 발의 전의 발표는 최종발의안을 확정하기 위한 의견수렴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가 이런 방식을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3일에 걸쳐서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을 통해서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거두었음도 사실이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가며 헌법개정안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발표 형식이 내용의 중요성을 덮어버리는 지경이 되면 곤란하다. 모든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어떤 나라를 만들까?” 궁금해 하면서, “이게 나라다.”라고 외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 순간에, 국민들 앞에 던져진 개헌안은 상당 부분이 베일 속에 감춰진 매우 불확실한 것이었기에, 발표형식의 문제는 크건작건 개헌안 발의의 대의에 흠집을 냈음이 분명하다.

셋째, 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기까지 과연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충분한 수렴과정과 숙의과정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헌법개정안의 내용에 촛불항쟁에서 외쳐졌던 많은 요구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헌법자문단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했으며 그러한 노력이 많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분명하게 인식되었는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 이러한 과정의 생략 또는 축소화는 촛불항쟁의 정신을 매우 협소하게 만들고 많은 촛불시민들을 헌법개정 과정에서 소외시키는, 과거 수차례 반복되었던 잘못된 개헌과정의 오류를 또 다시 되풀이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이러한 과정상의 잘못은 내용상의 부족함이나 오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3. 의문: 개헌안의 내용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개헌안 발의가 매우 시의적절하고 형식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나 매우 신선한 것이었음을 인정하지만, 내용상 몇 가지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나는 권력구조 부분,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 부분이 국회에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첫째, 촛불시민들의 여러 요구 중 최소한이라 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도입이 아주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촛불시민들이 바라보기에 “이게 나라야”라고 할 수 있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또는 바람이 주권자의 직접적 주권행사였다. 그러나 개헌안에서 이 조건은 충족되지 못했고 국민발안과 국민소환은 도입되었지만 직접민주주의적 제도로서의 국민투표는 도입되지 않았다. 그 결과 국민발안은 국회의 심의 표결에 좌우되는 청원적 성격의 것으로 격하되었고 국민소환은 전적으로 법률에 맡겨지게 되었으며, 국민투표 부의는 여전히 대통령의 권한으로만 남게 되었다. 더구나 이나마의 국민발안조차도 헌법개정안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둘째, 촛불항쟁에서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던 청소년들의 핵심요구인 선거연령 하향조정이 매우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정부는 문구를 정비하여 18세 미만의 경우에도 법률로 선거권을 인정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고 밝혔고 전 세계적으로 18세가 가장 보편적 선거연령이긴 하지만, 촛불항쟁의 결과로 탄생하는 헌법이라면 오히려 새로운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선거연령 하향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셋째,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헌안은 이것을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본다는 느낌을 준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제한하는 조치로서는 예산법률주의, 사면권 제한, 국가원수 용어 삭제 말고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극복할 가장 기본적인 요청들, 즉 국무위원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직에 대한 국회동의권의 확대나 정부의 법률안제출권 폐지도 이루어지 못했다. 여전히 국회에 비하여 상당한 권력적 우위가 대통령에게 용인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헌법의 규정을 대통령 일반에 대해서 마련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이라는 특정된 대통령을 전제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야 할 고충을 짐작할 수 있지만, 좀 더 원칙에 충실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점은 법원과 사법부의 구성과 권한 등에서도 엿보인다.

넷째,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서 3부구성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여당 대표격인 대통령에게 과다한 정치적 대표권을 인정하는 것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법원에게 근거 없는 대표성을 인정한 것이다, 국가원수 조항을 삭제하면서도 대통령의 과도한 대표권을 인정하는 것은 모순적이며, 대법원장의 권한이 대법관회의로 바뀌었을 뿐인데 여전히 3명의 지명권을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사법부에 부여하는 것은 이번 개헌안의 심각한 결함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대법관 임명이 대법관선출위원회의 추천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이 유지된 것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섯째, 기본적 인권의 주체로서 국민을 사람으로 변경했으나, 그것이 일부 조항에 한정됨으로써 인권의 이원화가 여전히 존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좀 더 과감한 전환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소급입법으로 참정권을 제한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는 과연 국민만이 누려야 할 권리일까? 거주이전과 직업의 자유, 통신비밀불가침과 알권리와 재산권,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교육을 받을 권리, 안전하게 살 권리는 과연 국적보유자에게만 한정되어야 하는 인권일까? 세계인권선언이나 국제인권규약들의 인권조항 규정 방식을 따르기만 해도 될텐데, 인권의 주체로 사람을 상정하면서도 굳이 일부 권리에 대해 그 주체성을 ‘국민’이라고 제한하는 것이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여섯째, 유신헌법 또는 군사독재의 잔재가 상당 부분 이번에도 청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무원의 노동3권이 보장되고 군인 경찰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의 차별이 폐지되는 등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지만, 유신헌법에 의하여 폐지되었던 국민의 헌법개정안 발의권은 이번에도 살아나지 못했고 국회의 회기일수 제한이나 탄핵소추 요건 강화 및 차별화 등은 여전히 존치되었으며, 박정희가 법률로 만들고 전두환이 헌법으로 끌어올렸던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규정조차 폐지하지 못했다. 헌법 수준에서도 적폐는 청산되지 못한 셈이다.

4. 기대: 2단계 개헌

이상 3월 26일 국회에 발의된 헌법개정안을 그 정당성과 절차상의 아쉬움, 내용상의 의문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 개헌안의 발의를 환영하고 대체적인 내용에 동의한다. 다만 한 가지 기대가 있다. 새 헌법이 진정한 촛불혁명의 산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도 제왕적 대법원장도 등장할 수 없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 권력남용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권력구조 설계가 포함된 2단계 개헌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말대로 촛불이 탄생시킨 이 정부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