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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4 17:21
‘나로 살기’와 ‘내 맘대로 살기’의 경계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586  
‘나로 살기’와 ‘내 맘대로 살기’의 경계

글_안선영(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

  우스갯소리로 결정 장애라는 말을 하곤 한다. 오죽하면 중식당에서 ‘짬짜면’이라는 메뉴를 만들었을까? 잘못 된 판단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결정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일 것이다. 게다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손해 보지 않고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결정을 유보하지만 사실 우리는 매 순간 판단하고 결정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참 어려운 일이다.

  급훈을 학생들과 상의하지 않고 담임 마음대로 정했던 몰지각한 나의 교사 시절 우리교실 급훈은 몇 년간 “내 삶의 주인은 나! 당당한 주인으로!”였다.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아주 작은 일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부모와 교사에게 의존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이기도 했다. 급훈을 이렇게 걸어 놓고 때로는 학생들이 쭈뼛거리며 자기생각을 이야기 하지 못한다고 타박, 조금 고집을 부리는 학생이 있으면 학급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제 주장만 하며 멋대로 행동한다고 타박을 했었다. 내 잣대로 학생들의 행동을 판단하니 학생들이 담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새 학기 교육과정 편성을 위한 전체 교사 워크숍에서 우리학교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 단어로 적어서 칠판에 붙이는 작업을 했다. ‘발랄’이라는 단어가 긍정의 칠판과 부정의 칠판에 동시에 붙었다. 같은 장면에 대해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 교사가 있는 반면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있었던 것이다. 교사들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같은 학생들이 다르게 해석되는 현상이 나타날 때 학생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까? 

 입장이 바뀌어 상급자의 생각이 늘 신경 쓰이는 상황이 되었다. 시의 적절하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일이 참 어렵다. 업무는 물론이고 정당하게 부여된 권리 앞에서 조차 망설이는 나를 보며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과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의 경계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분위기(관행)에 맞추려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고, 주어진 권한을 누리려니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평이 신경 쓰인다. 

 어느새 결정은 권력을 가진 사람의 특권이 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또는 권력 앞에서 어쩔 수 없어서 참았던 것이 미투 운동으로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나 하나 참아서 평화로울 수 있다면, 혹은 내 생각을 얘기해서 시끄러워질까봐 참고 또 참았을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 역시 삶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라고 급훈을 걸어 놓고 막상 학생들이 판단하는 것을 두렵게 만들었던 권력자였음을 반성한다. 

 누군가가 당신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대답을 망설이고 있다면 그 사람이 주변머리가 없거나 결정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라 당신의 권위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든 자존감 있는 ‘나’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