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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0 09:54
최저임금 인상과 진보정당의 자세
 글쓴이 : 인권연대
조회 : 351  
최저임금 인상과 진보정당의 자세

김종서(양심과인권-나무 공동대표, 배재대 교수)

  2018년 최저임금이 논란 끝에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되었다. ‘만원행동’을 비롯한 많은 노동자, 시민, 단체들이 “지금 당장 시급 1만원”을 외쳤지만 이 절박한 요구는 충족되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출범 2개월도 되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시급 1만원 달성(3년간 매년 15.7% 인상)이라는 공약을 상회하는 결과를 끌어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 촛불항쟁에 의하여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던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성과였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9일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측 위원들은 155원 인상이라는 조롱조의 안을 내놓았다. 게다가 다음날인 6월 30일에는 중소상공인들까지 극언을 해가며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반발을 표하고 나섰다. 사용자 측에 대해서야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중소상공인 3대 정책현안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반대를 위하여 소상공인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내뱉어진 말은 상상도 하기 힘든 것이었다.

  "소상공인들이 한날 한시에 2명씩 직원을 해고하자. 한 번에 20만명을 해고해서 우리가 고용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보여주자.“

  이 발언은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갑질, 건물주들의 지나친 임대료 요구, 카드회사들의 과도한 수수료 등 대기업을 비롯한 슈퍼(갑)들의 횡포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야기한 근본원인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의 근원이 높은 (최저)임금 때문인 듯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위 (갑)을 향해서 쏟아부어야 할 비판의 칼날을 최저임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해야 할 노동자들에게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뒤에서 미소짓고 있는 것은 저 수많은 슈퍼(갑)들이고, 그들의 자본과 힘을 배경으로 한 언론은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서 터무니없는 논리들을 신이 나서 유포하고 있다. 

  사실 중소상공인들의 저 말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1000만 노동자가 총파업을 해서 노동자가 얼마나 한국의 국가경제에 기여하는지를 보여준다면?', '만국의 노동자가 총파업하여 노동자가 얼마나 세계경제에 기여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담은 논평은 정의당을 포함한 어떤 정치세력에 의해서도 나오지 않았고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고 나서도 기대했던 대응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9급공무원 월급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신문기사의 탈을 쓰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중앙일보, “9급 공무원 봉급보다 많아진 내년 최저임금”, 2017.7.16.자 등). 너무나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반박기사를 찾기 힘들어 페이스북에 몇 자 올렸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날 저녁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에서 비슷한 보도를 전했다. 그 이야기를 한번 정리해 보자.

  이들 기사에 따르면 2017년 9급 공무원 1호봉의 봉급(최저임금법에 의하여 최저임금으로 산입되는 금액에 한함)은 1,395,880(본봉)+125,000(직급보조비)=1,520,880원(시급기준 7276원)이라면서, 최저임금 월환산액(1,573,370원=7,530원*209시간)보다 적다고 한다. 이 말만 들으면 소득만 기준으로 하면 9급공무원을 하는 것보다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그러면 이들 보도가 허위보도일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보도는 사실을 매우 교묘한 방식으로 왜곡시키고 있다. ‘수당과 상여금을 제외한 9급 공무원 월 기본임금의 수준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고 해야 할 것을 ‘최저임금이 9급 공무원 봉급보다 많다’고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통상 봉급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1달 일한 대가로 받는 평균 월 소득을 떠올리게 마련이라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논법이다.

  그렇다면 실제 9급공무원의 월 소득은 얼마나 될까? 군복무경력 등 다른 경력이 없어 9급 공무원 최저호봉인 1호봉을 적용받을 경우, 상여금은 물론 근무기간 등 개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각종 수당(가족수당, 특수지근무수당, 정근수당 등)을 제외한 기본급과 고정지급액만을 기준으로 1년간 지급액을 보면 다음과 같다(근거: ‘공무원보수규정’ 및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2017 공무원 보수등의 업무지침’[인사혁신처 예규 제35호] 기준).

  1) 본봉: 1,395,800*12월=16,749,600원
  2) 직급보조비: 125,000*12월=1,500,000원
  3) 시간외수당(정액분): 81,170*12월=974,040원
  4) 정액급식비: 130,000*12월=1,560,000원
  5) 명절휴가비: 1,395,800*60%*2회=1,674,960원

  이 다섯 가지만 합하더라도 연봉 22,458,600원, 월급 1,871,550원이고 이를 최저임금 월 기준시간인 209시간으로 계산하면 시급 8954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해서 보면, 2018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은 2017년 9급 공무원 1호봉의 월 최저급여 대비 84% 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상여금, 정근수당, 가족수당 등 개인별 수당 등을 뺀 것만 해도 이 정도이니, 공무원 봉급이 최저임금보다 적다는 위의 기사가 얼마나 심한 왜곡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 보도가 허위보도는 아니다. 왜냐하면 최저임금법시행규칙은 최저임금 계산시에 산입되는 것과 산입되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있고, 이에 따르면 급식비나 가족수당, 상여금・정근수당・명절휴가비 등과 연차휴가수당・연장근로수당 등은 최저임금 계산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의 다섯가지 항목 중 4)-5)는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단 3) 시간외수당도 일반적으로는 포함되지 않지만, 매월 ‘직급별기준액*10시간’으로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정액분은 포함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최저임금법이 전체 급여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이처럼 복잡하게 정해 놓은 것은 최저수준의 안정적 소득만은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일반적으로 사업장들에서 연장근로수당 등의 산정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수준을 낮추기 위하여 기본급보다는 수당 중심으로 형성된 복잡한 급여체계가 운영되는 사정을 고려하여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그리하여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정기적인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취지는 외면한 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으로 계산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월 급여가 마치 9급 공무원 1호봉이 실제 받는 월 평균 소득보다 더 많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기 위한 매우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마치 최저임금이 오르면 치킨집 사장님들이 전부 치킨집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전업이라도 할 것 같은 기사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기레기’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언론 적폐가 심한 것이야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언론들이 이런 왜곡까지 버젓이 자행하는 것은 최대 광고주들의 요구 또는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최저임금 인상을 방어하고 시급 1만원을 앞당기는 것은 노동계는 물론 깨어 있는 시민들의 의식과 요구를 대변해야 할 정치집단, 특히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당들의 당연한 책무이다. 이들 정당의 시의적절하면서도 매우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점에서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2018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정해졌던 7월 16일 정의당이 내놓은 논평은 솔직히 매우 실망스러웠다. 내가 보기에 논평의 핵심은 “올해 서울시와 경기도가 정한 생활임금이 각각 8197원 7910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에 결정된 7530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정의당 논평의 문제는 단 한 마디의 긍정도 표현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년과 다른 16.4%라는 큰 인상률을 나타냈지만”이라는 구절이 있었지만, 바로 이어진 “생계조차 꾸리기 힘든 저임금 노동자들의 염원인 시간당 만원이라는 벽을 넘지는 못했다”는 구절에 의해 아무런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논평 말미에 “이번 인상을 시작으로 빠른 시간 내 만원으로의 인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논평의 기조는 정부의 의지를 꺾어버리기에 충분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시급 7530원이라는 수준과 16.4%라는 인상폭은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공약은 물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대선에서 내세운 공약(문재인 후보와 동일)보다 한 걸음 앞서간 것이었던 만큼,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한 마디 칭찬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시급 1만원”은 아니었기에 아쉬움은 남지만, ‘아쉽게도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이 정도면…’ 정도의 논평을 할 수는 없었을까? 특히 앞서 보았듯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하여 강한 저항이 예상되었던 사정을 고려하면 이런 아쉬움은 더욱 크다. 

  15년 만에 최대 폭인 16.4% 인상으로 이룬 시급 7530원의 최저임금은 작은 것이지만 성과임에 분명하다. 그 성과는 노동자위원들의 뼈를 깎는 고민으로 성취한 것이지만, 상당 부분 새 정부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작지만 알찬 성과를 지키고 더 강화해 나가는 것은 비단 문재인 정부만의 과제는 아니다. 진보정당이라면 어떻게든 이 작은 성과에 대해서마저 생채기를 내려는 행태들을 잠시라도 손 놓고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정의당이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마저 무시해 버린 것은 정의당의 선명성을 내세우려다 작은 성과마저 무력화시켜버리는 소탐대실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이러한 태도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노동자위원들의 노력마저 평가절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투표 끝에 노동자위원 안이 채택되었는데도 노동자위원들이 기뻐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더욱 그렇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는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