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종교단체·동성애 반대 단체들
“잘못된 가치관 가르친다” 인권조례 폐지 요구
특정 의원에게 “낙선시키겠다” 위협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넘어 모든 지역민의 인간으로서 권리를 강조한 충남지역 인권조례가 일부 종교인과 단체의 반대 운동으로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아산기독교연합회, 아산 동성애반대 인권위원회 등 단체들은 27일 아산시의회에서 시의원들과 만나 “‘아산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4월 부여군에서 시작해 공주시, 서천군 등 인권조례가 있는 충남 15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충남 인권조례 반대운동은 지난 1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동성애는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사회문제화하면 안된다”고 말한 뒤 본격화했다. 충남기독교총연합회와 충남성시화운동본부 등은 지난 2월10일 안 지사를 항의 방문해 “동성애를 조장하는 인권조례를 폐지하라”고 요구했고, 지난 4월6일 ‘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 폐지를 청구했다. 이들은 청구 이유에서 “충남 인권조례와 관련된 도민 인권선언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도 차별하지 말 것을 선언한다. 이는 인간의 기본 질서를 무시하는 것이고, 인권조례는 이런 잘못된 가치관을 가르쳐 공공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는 11월9일까지 전체 도민의 100분의 1(1만7032명)이 조례 폐지에 동의하면 도의회는 폐지안을 논의해야 한다.

시·군 의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 인권센터 설립을 뼈대로 한 아산시 인권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안장헌 아산시의원은 “특정 의원을 지목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선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일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지방자치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남도에 권고한 바 있다. 한지훈 충남도 인권증진팀 주무관은 “국가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인권조례가 정치적인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조례를 폐지하려면 법적 흠결 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인권조례에서는 그런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동성애 자체를 문제로 볼 수도 없지만, 충남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인권조례가 제정된 뒤 동성애가 범람했다고 입증된 사례도 없다. 도와 도의회는 막연한 가능성에 기초한 일부 종교인들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상식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