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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밀실에서 공공을 팔아?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2-02-09 21:51  |  294 읽음

글_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2021년 11월 대전시의 모공무원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명칭에 넥슨의 이름을 넣지 않으면 100억을 돌려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어보자, 대전시가 2019년 2월에 넥슨재단으로부터 100억을 건립기금으로 기부받기로 한 뒤, 10월에 상호실시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여기에 기업명칭사용이 들어가 있어서 법률자문을 받아보니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하지 않으면 100억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 넥슨재단의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일부 언론보도 등에 넥슨 병원명칭이 사용되어 대전시에 수차례 질의했지만 그렇게 결정한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들어왔다. 심지어 2020년 12월 기공식에서도 대전시는 넥슨 병원명칭을 숨겼다. 병원명칭이 논란이 되자 11월 30일 허태정 대전시장은 면담자리에서 기업의 기부에 고마운 마음으로 진행한 것이고 상호실시협약의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밝혔다. 그런데 병원 명칭사용만이 아니라 운영개입까지 허태정 시장이 직접 약속을 했다는 구체적인 얘기가 돌며 논란이 커졌다. 2022년 1월 10일 이동한 대전시보건복지국장은 기자브리핑을 통해 2019년 대전시가 넥슨재단과 체결한 협약에 넥슨명칭사용, 병원장 임명시 넥슨재단과의 협의, 넥슨재단의 운영위원회 참여, 20억 이상 사업비 증감 시 넥슨재단과 협의 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사)토닥토닥은 대전시와 넥슨재단의 협약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으나 대전시는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란 이유로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현재 대전시는 넥슨재단과 기존 협약을 유지하며 재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2022년 신년브리핑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100억을 기부한 넥슨재단의 선의를 기리기 위해 명칭을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협약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예로 충남대 정심화홀을 들었다.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재산을 충남대학교에 기부한 이복순 여사(법명 정심화)의 큰 뜻을 기리기 위해 충남대 정심화홀이라 한 것처럼 넥슨재단의 선의에 명칭사용을 약속한 것을 문제로 생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들은 병원 총건립비 447억 중 100억 기부를 의미있게 기억하며 병원 건물의 일부를 넥슨관이라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넥슨의 건립비를 고려해도 전체의 1/4 정도인데 병원명칭사용은 비상식적이다. 시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공공을 빼고 넥슨을 넣은 것이다. 거기다 대전시가 공공병원의 책임을 민간에 의지하며 운영개입을 약속한 것은 스스로 공공성을 훼손한 것이다. 


대전시의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명칭사용 약속과  충남대 정심화홀은 전혀 다른 예이다. 만약 충남대가 명칭을 충남정심화대학교로 바꾸었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충남대 정심화홀은 충남대 명칭을 바꾼 것이 아니라 전체 건물 중 일부에 명명한 것이다. 충남대학교는 단순히 이름이 아니라 정체성이기에 큰 뜻이 있는 기부를 기리자고 정체성을 바꾸진 않는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공공은 국가가 책임지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시민이 주인인 병원이라는 의미이고 정체성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건립되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민간에서는 수익이 되지 않아 기피했고 국가는 모른 척했기에 장애어린이들에겐 치료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나서라고 대전의 장애어린이가족들과 시민들이 이끌어낸 '공공'인 것이다. 

  

그래도 넥슨의 기부가 너무 의미가 커서 명칭을 바꾸려고 했다면 최소한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주인인 시민의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충남대가 정심화할머니의 기부를 기리고자 대학명칭을 충남정심화대학교로 바꾸려고 했다면 충남대학교의 구성원들과 졸업생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절차는 최소한 진행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전시는 시민과 대전시의회에 숨기고 밀실협약으로 병원명칭을 변경하려 했다. 한편 넥슨의 기부의 선의여부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기부를 할 때 어떤 곳에 어떻게 쓰여지길 지정하긴 하지만, 기부를 조건으로 병원명칭사용, 병원장선임, 운영위원 참여, 타기업 등의 기부에 관여 등까지 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이것은 기부라기보다는 투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정심화할머니 유족이 충남대 이름을 바꿔달라고, 총장선임에 관여하고 운영에 참여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기부이기 때문이다. 


대전시와 넥슨재단의 기부협약을 상식적으로 정리하면, 대전시가 밀실에서 투자금을 받으며 공공의 이름과 운영개입을 넘긴 것이다. 그래도 병원명칭에 넥슨을 넣고 운영개입허용하면 넥슨이 운영적자 같은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현재 서울에 있는 민간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운영적자 문제로 공공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은 공공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대전시는 대한민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미래를 밀실에서 팔아버리는 일을 진행한 것이다. 지금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대전시는 넥슨재단과의 협약을 파기하고, 필요하다면 투명하게 기부를 받아야 한다. 허태정 대전시장의 결단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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