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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충남여성가족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경기도교육청 장학사)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법지금별차' 못 읽는 이유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2-03-09 20:06  |  351 읽음

글_임병안(중도일보)


지난 2월 15일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1층에서 '평등길1110' 다큐멘터리 상영회에 다녀오고도 기사를 내지 않았다. 업무를 마치고 개인적으로 다녀온 것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차별금지법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조금 더 사실에 부합한 이유일 것이다. 차별금지법을 고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을 하였다. 


문: '평등길1110' 상영회는 어떻게 찾아갔나?

답: 대전충남인권연대 회원이어서 상영회 개최 소식을 문자로 받아보았고, 다큐멘터리를 여러 명이 함께 보는 것을 재미있어합니다. 업무상 자주 접하는 기자회견이나 토론회는 정보를 획득하기에 편리하지만 다루는 주제가 협소하고, 내 생각은 무엇인지 돌아볼 여지가 없거든요. 반대로, 다큐는 사안을 감성적으로 우선 받아들인 뒤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고, 내 생각과 대조하거나 버무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즐겨봐요. 차별금지법이 무엇인지 찾아서 공부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내가 한 발짝 내디딜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해 찾아갔어요. 


문: 그래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답: 차별금지법 관련 다큐를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1층에서 상영한다는 것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곳에 대전시가 마련한 독립영화 상영관이 있어서 그랬다지만, 장소에서 느껴지는 상징성이 대단했거든요. 버스를 내리니 역시나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단체에 집회가 있었어요. 성전환으로 여성이 된 복서가 남성 같은 힘으로 상대 여성 선수를 심하게 공격해 큰 부상이 초래됐다는 사진 피켓부터 '동성애 조장법'이라는 현수막 등이죠. 다큐 상영회는 실내에서 이뤄져 시민들은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는데 버스가 다니는 큰길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비난하는 선전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을 모면서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죠. 


문: 평소에도 차별금지법에 관심이 많았나요?

답: 관심이 있다고 말할 수 없죠. 딱히 찾아보거나 누구를 만나 의견을 교환한 일이 없었으니까요. 어떤 일이 있는지 알고 있는 정도로 지냈다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대전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두고 옥신각신했으나 결국 무산됐고, 지난해 말 민주시민교육조례를 제정했다는 정도. 중고등학교 6년간 생활기록부 장래 희망란에 모두 '군인'이라고 적고 최전방 전차 조종수로 근무하며 참모총장상까지 받은 고 변희수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했던 것을 모를 순 없죠.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대전지방법원은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서둘러 진행해 국방부가 강제전역 사유로 든 심신장애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고하고 여성으로 평가했어야 한다고 판결했죠.


문: 글쎄, 말씀을 들어보면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해보다 성에 대해서만 파악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답: 네 맞아요. 제가 이날 다큐 상영회를 찾기 전까지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에 관한 내용만 있는 것으로 알았어요. 차별금지법이 논란이 되는 게 대부분 동성애를 조장하거나 이에 반대하는 의견조차 낼 수 없도록 하는 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니까요. 제가 이번에 다큐상영과 토론을 보면서 차별금지법이 예상외로 넓은 범위에서 차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특히, 교육이라는 게 입법을 반대하는 이들의 말처럼 동성애를 권장하는 게 성적 정체성을 이해하고 자아존중까지 평균 8년씩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시켜 조금이라도 어려워하는 기간을 줄여보자는 의도라는 것을 알았죠.


문: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답: 차별이라는 것을 제가 평소에 인지하지 못하며 지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별, 무슨 차별?' 이런 식의 생각이 저에게 팽배했던 것이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다문화가정의 한국인 남편의 폭력은 그 남성의 문제이며, 시험을 치른 것과 그렇지 않은 차이라고 보았던 것이죠. 시내버스에 휠체어 승객이 탑승하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 실질적 차별이 사라지지 않은 때문이고, 다문화 여성에게만 유독 감내할 것을 강요하는 차별문화가 있기 때문인데도 말이죠. 같은 직장에서 연차가 낮은 남성보다 여성의 월급이 더 적음을 토로하는 아내가 있음에도 차별이라는 단어는 제 입에서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특히, 동성애에서는 학교에서 교육이 이를 권장하는 사안이 아니고 성적 정체성이 궁금할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이해를 넓히는 차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다큐 상영 후 토론하는 자리에서 동성애 자녀를 둔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성적 정체성을 인지한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괴물처럼 여기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전혀 없었다는 게 차별이다"라고 말씀하셨죠.   


문: 그럼에도 마음에 걸린 게 무엇이죠?

답: 사회에 여러 갈등을 차별의 문제라고 규정해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게 지나친 제약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학력이나 지위에서 나오는 차이를 오히려 강조해 경제성장에 동원하던 국가 기제가 지금까지 존재하거든요. 차이를 오히려 권장하던 때에서 차이를 차별로 선회하면서 대중의 인식변화보다 법률안이 급진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는 것이고요. 어떤 교사가 컴퓨터를 조작하지 못해 원격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의 어머니에게 "혼자 있으면 그럴 수 있어요"라고 말을 한 것이 "집에 혼자 있으면 그럴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버지와 형제 없이 자라는 아이는 그렇다"고 인식되어 차별의 문제로 비화되는 일도 자주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평등에 관한 법률안'이나 '차별금지법안'처럼 여러 형태의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던데, 입법 목적에서 설명하는 '모든 영역에서 있어서 차별을 금지'라는 단어가 당연하면서도, 징벌이 가해지는 법률에서의 문구로는 두렵게도 읽혔습니다.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을 상대방이 차별 아님을 입증하도록 하는 부분 역시 현실에서 부합할까 고민되었어요.


문: 차별을 누리는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생각은 아닌가요?

답: 소설 '1982년생 김지영'과 같은 시대에 태어난 직장생활 15년차 직장인입니다. 차별을 배격하면서 그러한 금지법 찬성에 선뜻 손을 들지 못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고 다름의 일종일 것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결과와 함께 무엇이 차별이고 그 문제가 어디서 우리를 어떻게 옥죄는지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에도 역량을 모아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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