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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일 패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07-28 21:45  |  596 읽음

글_안선영(경기도교육청 장학사)


내가 수학교사가 된 것은 수학을 잘해서가 아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을 좋아했고, 선생님과 한 교무실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되고 싶어서였다. 수학 점수가 좋은 몇몇은 대놓고 편애를 받았고, 편애를 받는 그 몇몇은 늘 좋은 점수를 유지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의 편애가 매우 부당했음을 알겠으나 당시에는 그것이 노력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시험이 끝나면 70점(정확히 70점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수학 점수가 높은 소수의 몇 명) 이상인 학생들을 교실 앞으로 불러 틀린 개수만큼 엉덩이를 때렸다. 내신성적이 상대평가라 적당히 9등급에 분포를 시키는 것이 중요했지 개별 학생들의 점수가 몇 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체로 시험이 어려웠고, 수학 과목 반 평균이 매우 낮았으니 엉덩이를 맞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칠판 잡아!”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무섭지도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반면 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들은 매를 맞지 않는 것이 기쁜 일만은 아닌 묘한 방법의 편애였다.


5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이 ‘가구소득 하위 80%’로 확정 발표됐다. 선별 기준표를 보니 난 저 80% 안에 든다. 지원금을 준다는데 기쁘기보다 왜 수학 시간에 매 안 맞고 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들 생각이 나는 걸까? 


1차 지원금을 받을 때는 ‘공무원이라 따박따박 월급 받은 사람이 무슨 재난을 당했다고 지원금을 받나’라는 생각에 받은 돈의 반은 시민단체 후원금으로, 반은 동네 경제 살리는 데 기분 좋게 사용했다. 두 번째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자마자 가까운 지인들과 흥청망청 우리나라 좋은 나라를 외치며 소비했다. 그런데 이번엔 지원금 대상이 된 것이 마치 의문의 일 패를 당한 기분이다. 


선별 기준을 정한 사람 중 대부분은 재난지원금을 못(안?) 받는 20%일 것이다. 그래서 80%의 불쾌함이 이해도 공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저 20%는 이미 돈의 편애를 충분히 받았고 그 편애는 노력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하겠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방과 후 자유수강권이라는 제도가 있다. 다른 친구들은 다 부모가 주는 돈으로 수업을 듣는데 나라에서 대 주는 수강권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들킬까 조바심 나는 마음이 느껴진다. 누가 내게 이번에 지원금 받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하지?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나이대가 공개되었고 이제 재산까지 공개될 판이다. 이쯤 되면 일 패 정도가 아니라 약자를 가려내고 있는 코로나에게 완패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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