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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만사는

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박은영(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이채민(충남여성가족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경기도교육청 장학사)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밖으로 시선을 돌릴 때 보이는 것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07-14 09:52  |  586 읽음

글_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지난달 대전NGO센터에서 특별한 수업을 들었다. 이때 강좌가 남달랐다고 말하는 것은 국내 또는 대전과 충남에 매여 있는 두 눈을 국외로 확장하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대전시인권센터와 대전충남인권연대가 마련한 '인권의 눈으로 세계를 보다' 기획강좌에 참석해 손으로 메모하며 머리로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지역신문 종사자로 지낸 지 14년, 금강권역을 벗어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까막눈인 채 지냈다. 얕은 개울가에서 눈에 보이는 돌멩이를 들춰 그 아래에 어떤 생태계 있는지 호기심 있게 바라보면서도 손이 닿지 않을 거리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무심할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일처럼 말이다. 


네 번의 강좌는 내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러나 무척이나 중요한 분쟁 지역에 대한 학습이었으며 미국 중심의 국제 시각이 정당하냐는 질문을 던져주었다. 먼저,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설명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사 시간에는 외람되게도 2001년 그의 책을 처음 접했던 대학생 때를 떠올렸다. 민간 여객기를 몰아 미국 무역센터 빌딩에 출동시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충격적 사건에서 그는 책을 통해 중동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때 '조 사코'라는 만화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작가가 그린 팔레스타인 그림책도 내가 중동 세계관을 갖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지난달 24일 이희수 석좌교수의 대전 강연은 내게 특별했고 울먹이는 듯한 그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부끄러운 고백을 한다면,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두 영토가 완전히 단절돼 같은 국민도 서로 왕래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제야 인지했다. 특히, 가자지구는 높이 10m 분리장벽에 막혀 7개 게이트를 통해서만 이스라엘에 오갈 수 있다는 것도 이 교수의 설명에서 알았다. 지중해에 붙어 있음에도 분리장벽에 막혀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거대한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르지 않게 여겨졌다. 식수와 전기도 이스라엘로부터 제한적으로 공급받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수출로 경제를 책임지던 감귤농장도 대부분 파괴돼 지금은 완전한 식민지 상태로 전락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묻는다. 홀로코스트 등의 역사적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또 분쟁과 갈등에서 국제사회가 요구할 수 있는 기준과 가치가 있는가 말이다.


지난 1일 '들리지 않는 목소리의 세계사'를 주제로 강연장에 선 구정은 전 경향신문 기자는 내가 잊고 있던 문장을 가슴 깊이 새겨주었다. 30년 기자 생활 중 절반은 국제부에 종사하며 세계를 주목해온 그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풀어낸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라는 책을 냈다. 그의 강연을 통해 시리아 시인 '나자르 카바니(1923~1998)'의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테러가 사람들을 독재자의 폭정에서 구해줄 수만 있다면, 인간의 잔인함에서 인간을 구해주고 레몬과 올리브나무, 레바논 남쪽의 새들과 골란고원의 웃음을 돌려줄 수 있다면/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아메리카와 이스라엘이 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나눠 쥐고 있는 한 도살자들이 이 새로운 세계를 손에 쥐고 있는 한, 내 모든 시와 내 모든 말과 내 모든 이를 걸고 나는 테러리즘의 편이다'라는 시를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석유회사로부터 원주민을 보호하고자 환경운동을 벌인 '켄 사로 위와(1941~1995)', 광산 기업이 들어와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호수에 오염을 고발해 물과 땅을 지킨 원주민 여성 '마시마 아쿠냐'의 이야기도 귀에 들어왔다. 구정은 전 기자는 "약자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고 의식하지 않으면 금방 잊더라"라고 지나가듯 말을 던졌는데 나는 이를 수첩에 가장 굵은 글씨로 받아 적었다. 그리고 그는 "복잡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지금 가장 아픈 사람에 연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고, 내가 그동안 잊고 있던 한 문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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