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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최예린(한겨레 기자),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경기도교육청 장학사)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세 번째 시작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02-24 11:02  |  87 읽음

글_안선영(경기도 장학사)


곧 3월이다. 저마다 3월의 의미가 다르겠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3월은 ‘출발’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3월을 세 번째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왜 세 번째냐면 새해 복을 더블로 주고받는 대한민국인지라 양력 1월 1일과 음력 1월 1일에 이미 두 번 한해의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작이 작심삼일일지언정 새로운 결심을 하는 심리적 시작이었다면 세 번째 시작은 작심삼일일 수 없는 실제 몸을 움직이고 실천하는 시작이다. 


새 학기! 담임을 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즈음이면 우리 반 학생들의 명렬표를 보며 이름을 외웠었다. 처음 만나는 날 아침 출석부를 보지 않고 이름을 부르면 학생들은 ‘우와~’라는 감탄사로 답을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맞추고, 잘해보자는 기운을 전달하며 시작! 학생들은 낯선 친구, 낯선 교사와의 적당한 긴장과 기 싸움으로 시작! 어찌됐든 교실은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팽팽한 에너지가 넘친다.  


부모들은 새로 사거나 깨끗이 손질한 교복을 준비하고, 아침밥을 서두르며 늦지 않게 등교시키려고 바쁘다. 달력으로 새 교과서를 싸고 공책과 연필을 준비하던 만큼은 아니어도 이것저것 개학준비에 분주할 것이다. 특히 초중고 입학생을 둔 부모는 여기에 걱정과 설렘이 더할 테고...  


학교가 문을 열고 닫고가 얼마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절실하게 보여줬던 코로나-19. 등교 길에 제 몸보다 큰 가방과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학교에 가는 어린 아이들, 삼삼오오 재잘거리며 등교하는 중고등학생들의 모습에서 빛이 난다는 것을 올 3월에는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좀 더 참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세 번째 시작을 못하는 사람이 있음에 주목하자. 학교는 졸업했고 취업은 하지 못한 청년들. 취업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집안에 갇혀 있는 청춘들이 생각보다 많다. 코로나로 힘들다지만 그래도 학생들은‘학교에 못가서 힘들지?’라는 위로라도 받지만 ‘젊은 놈이 뭐라도 해야지 집안에만 있냐!’는 비난을 감수하며 몸과 정신의 고통을 삭히고 있는 사람들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절제해야 할 이유도 없으니 생활리듬 자체가 무너져 버린다. 그렇게 점점 더 흐트러진다. 자녀의 나이에 맞춰 부모의 관심도 따라가는지 자녀가 청년이 된 지금에서야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는 청춘들이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코로나가 더 많은 젊은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어 주변엔 온통 동굴 속에 숨은 청년들로 가득한 듯하다. 


개구리와 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나 몸을 움직이는 3월! 몸을 움직이고 싶어도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어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참여할 공간, 나설 기회를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요즘 젊은이들은 편한 것만 찾으려고 해서 큰일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모두 함께 세 번째 시작을 맞을 수 있도록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러나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자. 그리고 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 잠시만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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