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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최예린(한겨레 기자),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경기도교육청 장학사)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재해사고 현장엔 외국인근로자, 침묵하는 사회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02-09 13:46  |  128 읽음

글_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지난 1일 세종시의 한 도로에서 승합차 전복사고로 7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오전 4시 51분께 고속도로에 진입해 전북 남원의 공사현장에 가던 중 비가 내려 공사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고 세종시 연서면 숙소로 돌아오던 승합차였다. 승합차 안에는 12명이 탑승했는데 이중 10명이 중국 동포(조선족)이었고 전복사고로 숨진 근로자 7명 중에 6명이 중국 동포였다.


2019년 7월에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는데 외국인 근로자를 태우고 작업현장까지 이동하다가 취소돼 충남 홍성으로 돌아오던 승합차가 전복됐다. 강원도 삼척에 쪽파 파종하는 일이 생겼대서 충남에 거주하는 태국 국적 근로자들을 태운 승합차였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는데 목숨을 잃은 이중 2명이 외국인 근로자였다. 태국에 갓난 아이를 두고 한국에 돈을 벌러 온 30대 여성도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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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책표지


<엔리케의 여정>이라는 책은 미국 불법 이민자의 자녀들이 부모를 찾아가는 여정을 취재한 책이다. 아이들을 고국에 두고 돈을 벌기 위해, 더 낳은 삶은 자녀들에게 남겨주기 위해 미국에 불법 이주한 가정의 이야기다. 2007년 기자의 꿈을 품은 학생시절 이 책을 읽으며 이민자라는 개념을 처음 이해했던 것 같다. 고국을 떠나 이방의 나라에서 해당 국가 국민은 기피하는 일에 종사하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로 말이다. 이민자를 대하는 미국 문화에 대해서도 '왜'라는 의문을 품은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때 문제의식은 이민자를 배격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있다고 확장하지 못한 채 미국의 잘못된 문화로만 인식했다. 아주 잘 사는 미국과 그렇지 못하는 주변의 국가에서 이뤄지는 불법 이민과 이들을 무시하고 배격하는 바다 건너의 일로 여겼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것없이> 책은 2~3년 전에 찾아 읽었는데 작가 권터 발라프가 고발한 외국인 노동자 삶이 한국에도 있음을 공감하며 일독했다. 권터 발라프는 독일인이면서 외국인처럼 행세해 여러 산업현장에 위장 취업해 체험한 르포를 책에 담았다. 기본적인 보호장구, 안전모,방진마스크 같은 장비 지급도 없이 위험한 현장에 내몰리 외국인 노동자들을 직접 체험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방사능 위험 작업에 놓인 터키인 근로자가 되어보고, 이윤추구에 눈이 먼 산업현장에 혹사당하는 근로자가 되어 고발한다. 지금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겪는 현실과 가장 유사할 것이라고 느끼며 읽은 이책은 사실 30여 년 전 쓰여진 책이다. 1980년대 독일 사회의 모습이 2021년 한국의 외국인근로자를 대하는 문화와 다르지 않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최근 세종에서 발생한 승합차 전복사고로 7명이 숨지는 사고는 희생 규모에 비해 사회적 조명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다. 새벽에 일용직에 나섰다가 취소돼 돌아오는 길에 발생한 참사였는데도 말이다. 돌아가신 이들 중에 6명이 중국 동포가 아닌 대한민국 국적자이었대도 이렇게 무관심하게 지나갔을까. <엔리케의여정>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보잘것없이>가 고발한 차별과 무시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다시금 생각한다. 이러한 글쯤으로 위안 삼는 나를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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