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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만사는

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최예린(한겨레 기자),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 안선영(경기도교육청 장학사)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오늘도 죽어가고 있다. 또 그 곳에서....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0-08-05 11:17  |  330 읽음

글_오임술(민주노총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청년노동자는 군을 제대하고 학비를 보태고자 택배 분류 아르바이트를 선택했고 결국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사고 예방이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감전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폭염 속에서 웃통을 벗고 열심히 일한 이유로 죽어야 했던 청년노동자의 나이는 23살이었다. 2018년 8월초 대전 CJ대한통운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사고 발생 2년만인 7월14일 대전지법 형사 11단독 서재국 판사는 안전관리자에게 금고 10월 법정 구속, 총괄책임자는 벌금 1천500만원, 협력업체 대표는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 CJ대한통운과 협력업체도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사고 당시는 정부의 산재사망 절반 줄이기 핵심목표 추진 중이었다. 또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상반기 산업재해 사망율이 118% 높아지자 ‘산재사망사고 예방 100일’ 대책 시행을 대대적으로 언론 홍보 활동을 전개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하지만 CJ대한통운에서의 잇따른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상, 하차량 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후진하는 트레일러 차량에 치여 숨졌는데 감전사고 이후 실시된 특별근로감독은 물류센터 실내에서만 진행되었고 실외의 감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4월29일 38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 대해 소설가 김훈 선생님은 “우리는 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넘어진 자리에서 거듭 넘어지는가. 우리는 왜 빤히 보이는 길을 가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도루묵이 되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우리는 왜 이런가.” 일갈했다.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는 2008년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와 거의 비슷한 사고였다. 2008년 사고 때 40명이 죽고 2천만 원의 솜방망이 벌금이 부과되었다. 그리고 지난 7월 24일 용인 냉동창고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714건 산업재해 판결을 분석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 분석연구, 노동부)한 결과 산안법 위반의 재범률은 약 97%로, 일반 범죄 재범률 43%의 2배를 훨씬 넘었다. 2017년 처리된 산안법 위반사건 1만3187건 중 정식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613건(4.64%)에 불과했다. 사업주 등 책임자가 구속 수사를 받은 사건은 1건(0.007%)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 사건의 82.9%가 벌금 약식명령 청구로 종결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하청, 일용직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과 국가기관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모든 시설은 원청의 것이고 원청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태안화력 김용균노동자의 사망사고의 원인은 작업지시를 너무나 충실하게 수행하고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전력산업의 원,하청 구조에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안전조치의 책임은 원청과 발주자(처)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업 살인이 발생해도 안전관리자와 하청의 총괄 담당자만 처벌받고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만 부과된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원청사업주와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처벌해야 사전 예방 조치가 강화된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사업하다가 일하다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 산재 사고가 아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제반 안전대책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유독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관대한 처벌과 관대한 인식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김용균노동자의 죽음에서도 회사측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서 죽었다고 했고, 최근 파쇄기에 끼여 숨진 김재순 청년노동자에게도 어김없이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한다. 두달만에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삼표시멘트, 현대중공업의 잇따른 산재사망사고, 현대제철의 사망사고, 또 다른 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하루 7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사망하는 재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300여명의 아까운 목숨을 빼앗아 갔지만 산업재해는 한해 2,400명의 생명을 앗아 가고 있다. 어떤 것이 재난 상황인가? 끼이고, 떨어지고, 부딪혀서 죽어간 장소에서 함께 일한 노동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남겨진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다. 피땀 흘린 노동력의 댓가로 집 한채 구입하기 힘든 세상에서 노동자들은 더이상 죽지 않기 위해 작업환경 개선과 위험으로부터의 회피와 작업 중지권을 요구한다. 살기 위해서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정규직화를 요구한다. 법과 제도로 뒷 받침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 할 권리를 주장하고 특별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한다. 


고온/고열 작업장에서 작업 중지로 온열질환자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노동 현장이 얼마나 될까! 법과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예방 조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고 정부는 노동조합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노동3권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시험으로만 나오면 안 된다. 헌법의 가치가 무시되고 노동권이 무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적 합의 소리가 들린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는 속담이 생각난다. 악수하는 사이라고 다 좋은 관계는 아니다. 노동자 시민의 힘으로 특별법을 제정하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입법청원운동이 8월말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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