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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만사는

손주영(북디자이너), 추명구(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오임술(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이채민(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임병안(중도일보 기자)님과 같은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권현안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한국말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05-15 23:06  |  493 읽음
글_손주영(북디자이너)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말들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만큼이나 버스 승하차 단말기에서 많이 듣는다. 단말기에서 나오는 이 인사말이 나를 대신해서 버스 기사에게 내가 안녕하시고 감사하다는 것인지, 승차한 버스 회사에서 나에게 고객 만족 차원에서 오늘도 이용해주셔서 안녕하시고 감사하다는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어 언제나 갸우뚱한다. 웬만하면 저런 말은 내 입으로 내가 하고 싶다. 나는 꼬박꼬박 버스 기사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나에게 한국말은 내가 맡는 공기나 내 속눈썹 내 입술 같다. 들이 마시고 내쉬며 항상 나도 어딘가 붙어 있어 시야에 어른거리고 함께한다. 입는 옷, 매일 비비고 자는 베개만큼 혹은 그보다 더 사실적인 것들이다. 말도 물건과 같아서 어떤 말들은 쓰면 쓸 수록 닳는다. 새로운 것은 항상 낡은 것이 되고 버려지고 새로 만들어지며 때로 재활용된다. 이런 말들 중에서 써도 써도 닳지 않는 말이 있다면 바로 이런 말이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이런 말들을 단말기를 통해서 듣다니. 그 정도의 친절도 단말기를 통해서 대신하고 싶다는 것인가. 효율성, 편의성, 별 생각 없음 등등의 분석을 해보다가 암울하니까 나는 그냥 웃기다는 결론을 내린다.


실전 한국말

1)오백 = 맥주 
남편의 친구 중 영국 웨일즈에서 온 친구가 있는데 (근거있는 편견을 적용해서 말하자면) 영국 출신답게 엄청난 주당이다. 그런 그는 한국에서 생활한지 거의 일년 동안 <맥주>가 한국말로 <오백>인 줄 알았다고 한다. 술집이든 음식점에서든 사람들은 <오백>을 달라고 외치니까. 

2)잠시만요 = 잠시만 실례할게요, 잠시만 지나갈게요, 잠시만 죄송합니다, 잠시만 비켜주세요 등등
지하철에서의 일이다. 지하철에 사람이 꽤 많았는데 뒤에 있던 사람이 <잠시만요>를 외치고 남편의 팔을 치고 후다닥 뛰어  나갔다. 남편은 짜증을 내며 나에게  <잠시만요>가 대체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잠시만 자기를 치고 가겠다는 거냐고. 
나는 <잠시만요>는 <잠시만 실례할게요>의 줄임말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어디까지나 상식적인 가정이다.) 외국인들이 배우는 한국말 교과서에 만원 버스와 만원 지하철에서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갈 때 거기에 <잠시만요>라는 표현이 있을까. 물론 없을 것이다. 나는 궁금하다. 왜 <잠시만 실례할게요>에서 <실례할게요>가 아닌 <잠시만>이 남았을까. 나는 이제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며 <실례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3)저기요 = 저기요, 주문 받아주세요, 여기 주문할께요 -> 여기 주문이요 -> 여기요 -> 저기요
지하철의 <잠시만요>에 대응될 만한 다른 사례를 찾아보니 식당에서 주문할 때 쓰는 말 <저기요>가 있다 <이모님>, <사장님> 같은 말도 있지만 요즘의 대세는 <저기요>가 아닐까 싶다. 남편에 말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배우는 한국어 교재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분명 <주문하겠습니다.> 같은 표현이 있다고 한다.    대체 이 <저기요>는 무슨 말인가. <저기>는 분명 사전에서 먼 곳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저기>는 사물이나, 장소이고 인물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저기요>는 잘 모르는 사람을 조심스럽게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저기요, 주문 받아주세요>가 <저기요>로 생략되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고 <여기 주문할께요>가 <여기요>로 줄여졌다가  <저기요>로 변형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럼 여기서도 왜 <주문할게요>가 아닌 <저기요>가 살아 남았을까. 실용한국어 교과서에도 용례가 등장할 것 같지도 않은 말들을 우리는 왜 실생활에서 쓰고 있을까. 그냥 우리는 국어를 잘 못하는 것 아닌가. 해야할 중요한 말은 생략하고 두루뭉실한 호칭, 어색한 말들만 한다. 어색한 관계들만 맺으면서. 역시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실전 영어 1

며칠 전 남편과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일어난 일이다. 남편과 한참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물론 영어로)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진다. 내가 헛것을 들은 것은 아닌가 싶어 무시하려다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옆 좌석에 앉은 커플로 보이는 (한국인) 남녀가 어느 순간 부터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포이거나 유학생이라 영어가 자연스럽게 나온 상황이 아니었다. 한참 한국말로 얘기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영어로 떠듬떠듬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남자 쪽에서 중간 중간 중국어도 섞어 얘기하기 시작했다. 점심 먹다가 갑자기 왜? 그 자리에 우리가 없어도 그들이 영어로 대화했을까? 
이때부터 내 점심식사가 무척 괴로워진다. 말 하나 하는 것에도 신경이 쓰인다. 우리가 말하는 동안 옆 테이블은 조용히 경청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듣기평가를 하는 것인지, 내가 얼마나 문법적으로 정확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실 이런 일은 너무 자주 일어난다. 
바에서 남편과 얘기를 하다 보면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중 꼭 한 명씩 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있어서 유창한 발음의 영어 몇 마디와 함께, 어떻게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지 강의를 하기 시작한다. 카페에서 남편과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영어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생긴다. 그리곤 내가 남편과 얘기하면 주위가 조용해진다. (나의 착각일까.)
나는 당연히 당혹스럽다. 불편한데 너무도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배려심이 없거나 수치심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해보다가 또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에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기에 나는 또 웃긴 일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건 영어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영어학습을 뺀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문제이다. 한국 사회의 여러 병폐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 피부로 와닿는 것은 (행위와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논리적 생각의 결핍, 에티켓의 부족, 배려의 부족, 즉 커뮤니케이션과 소양의 문제가 있다. 그 거친 표현들의 배경에는 역시 피상적인 우리의 언어 생활이 있는 것은 아닌가. 역시나 우리는 국어를 잘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실전 영어 2 

1)육회Six Times
이건 그냥 우스갯소리라고 하기에도 너무 웃긴 얘기다. 서울 명동 영어 메뉴판에 육회는 (여섯번을 의미하는) Six Times로 곰탕은 Bear Tang으로 전복은 (국가 전복을 의미하는) Overthrown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 유명해서 한번 쯤 들어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덧붙일 말이 없다.

2)영동YoungDong 
이건 그냥 우스갯소리이다. 영동호텔은 서울 강남 논현동의 한 호텔의 이름이다. 남편은 이 호텔 스펠링을 보고 웃었다. 불운한 조합이라는 것이다. dong은 남성 성기의 슬랭 중 하나라고, 영의 스펠링이 꼭  ‘young’일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었다. 나도 킬킬 거리고 웃었다. 래퍼 Young Thug과 같이 래퍼들이 앞에  Young을 많이 붙이니까 래퍼이름으로 어떨까, 실없는 얘기를 하면서. 

3)후라이드치킨Korean Soul Food
이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에서 한국 치킨을 파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벌써 끝난 지도 모르겠다. 채널을 돌리다 잠깐 본 이 프로그램에서 또 하나의 불운한 조합을 발견했다. 이들의 점포에 써 있는 Korean Soul Food라는 상호명이다. 소울푸드는 사실 미국 흑인들의 음식을 말하고 그 대표적인 음식이 후라이드 치킨이기 때문이다.(https://en.wikipedia.org/wiki/Soul_food) 당연히 소울푸드라는 말에는 흑인에 대한 선입견도 함께 존재한다. 이런 선입견을 거부하면서도 받아들이며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이중 삼중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현재 흑인들이 처한 상황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았을까? 치킨을 먹는 한 무리의 백인들을 보며 (출연진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보는 내가 조마조마해진다.   

나는 나의 몸의 일부이지만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국말, 어색한 한국말, 얄팍하고 빈약한 한국말을 애도한다. 이웃과 서툰 한국말, 스스로에게 당혹스러운 한국말, 배려가 없는 한국말. 
우리의 국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은 뭔가. 지금 단계에서 조금 자조적인 반성도 필요한 것 아닌가. 생략하지 않은 문장을 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적어도 인사 정도는 하루에도 여러번 하면서 말이다. 

오늘 하루도 안녕하세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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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나에겐 이런 표정 어울리나요
약간은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숨을 쉬고 노래하다가도 문득 나
왜 이렇게 됐나 왜 이렇게 됐나 생각해

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

춤을 추고 땀을 흘리다가도
왜이러고 있나 왜이러고 있나 생각해
눈을 보며 말을 하다가도 새삼 나
말을 할 줄 아네 무슨 말을 하나

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

나에겐 이런 표정 어울리나요
약간은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숨을 쉬고 노래하다가도 문득 나
왜이렇게 됐나 왜 이러고 있나 생각해

눈을 보며 말을 하다가도 새삼 나
말을 할 줄 아네 무슨 말을 하나

한국말을 할줄아네 나
한국말을 하고 있네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
나냐너녀노뇨누뉴느니
라랴러려로료루류르리
파퍄퍼펴포표푸퓨프피
하햐허혀호효후휴흐히

나에겐 이런 표정 어울리나요
약간은 어색 한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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