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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감기 잦은 9살 외손녀 보며 날리는 석면때문일까 걱정태산(한겨레신문 9/24)

작성자인권연대 작성일14-10-10 16:12  |  3,190 읽음

[현장] 청양 강정리 석면광산 터 노부부
“어서 오세요.” 석면광산 터에서 10년 넘게 가동중인 건설폐기물 처리장 문제를 심각하게 얘기하던 김길수(69) 할머니의 얼굴이 갑자기 코스모스처럼 환하게 피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외손녀 남아무개(9) 양이 학교에서 막 돌아오는 참이다. 김 할머니와 남편 한상필(77) 노인회장은 남양을 생후 여섯달 때부터 돌봤다. 같은 학년 7명 가운데 늘 1등을 할 만큼 똘똘한 외손녀가 한없이 예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유독 감기를 자주 앓는 게 바람에 날리는 석면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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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한상필 노인회장의 집. 집 앞 고추밭 바로 옆 폐기물 처리장에서 토지 경계로 세워둔 가림막이 흉물스럽게 가로막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22일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한 회장의 집안은 비봉면에서 5대째 살고 있다. 지금의 집터도 50년이 넘는다. 마을 최고의 명당자리였지만 공장과 맞닿은 탓에 지금은 날마다 소음·먼지에 시달리는 처지다.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공장 위 언덕 초소에서 감시하니까 그나마 낫지만, 전에는 날마다 공장에서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어요.” 김 할머니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 회장은 기침이 심해 밤잠을 설치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김 할머니 또한 목소리에서 쌕쌕 소리가 날 만큼 기관지가 좋지 않다. 빨래는 애초부터 마당에 널 생각을 못 하고, 비닐온실에 겨우 말리는 형편이다. 마당 장독은 반나절만 지나도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다. 부부는 바깥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물로 입을 헹궈내는 게 습관이 됐다. 입속이 까끌까끌하면 1급 발암물질이라는 석면이 불현듯 떠오르는 탓이다.


집 바로 옆에 폐기물 처리장
장독엔 반나절만 지나도 먼지 수북
빨래는 아예 널 생각 못하고
기침 때문에 밤잠도 편히 못잔다
마을엔 폐암·폐질환 수두룩
직선거리 1㎞ 초등학교
어린 외손녀 생각하면 한숨만
“우리 사는게 사는게 아니야”


두 노부부는 어린 외손녀만 생각하면 한숨이 더 커진다. “아이가 그러더라고. 저 사람들(폐기물 처리장) 때문에 나도 귀먹겠다고. 그런 말 들으면 우리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외손녀가 다니는 가남초등학교 또한 폐기물 처리장에서 직선거리로 1㎞가 안 된다. 2011년 환경부에서 이곳 석면광산을 조사한 결과, 김을 매거나 마당을 쓸 때 실내공기질 권고치의 4배가 넘는 석면(트레몰라이트)이 검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을 자체 조사에서도 석면질환이 의심되는 폐암으로 숨진 주민이 35명에 이르고, 지난 4월 순천향대 건강검진 결과 17명이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년 전 석면폐증 2급 진단을 받았던 이기태(80) 할아버지는 며칠 전 증상이 악화돼 입원 치료 중이다. 한 회장은 “청양군에서 석면이 위험하다는 말을 주민들한테 오늘날까지 한마디도 안 했다. 주민들 다 죽으라고 고사 지낸 셈이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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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한상필 노인회장 집의 빨래들. 지척에 있는 폐기물 처리장에서 나오는 먼지 때문에 비닐온실 안에 말리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대도시 위주의 경제논리만 있다는 점에서 강정리는 경남 밀양의 복사판이다.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반인권적인 사업장이 그동안 버젓이 운영돼 온 것은 해당 기업의 직접 책임은 물론 충남도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공개될 충남도민인권선언 9조(환경에 관한 권리)에는 충남도가 오염원을 철저히 관리하고 도민들이 건강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할 책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주교 대전교구 청양성당은 25일 석면 피해로 고통받는 강정리 주민들을 위로하고 폐기물 처리장의 폐쇄를 염원하는 일일주점을 연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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