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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기후 위기’, 제대로 한 번 공부해볼까!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2-06-01 22:35  |  213 읽음

글_ 좌세준(변호사)

                                                          

 5월 마지막 주말은 몹시 더웠다. 토요일과 일요일, 지방에 다녀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만난 더위는 한여름 날씨 못지않았다.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조효제 교수의 책 《탄소사회의 종말》과 《에코사이드》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인류가 19세기 말부터 기온을 측정한 이래 가장 더웠던 18년이 21세기에 모두 몰려 있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역사상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7년”이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2021년은 전국 연평균 기온이 13.3도로 1973년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았다”는, ‘지구 가열화 현상’을 지적하는 대목.


 솔직히 말하면, 최근까지도 ‘기후 위기’는 내게 잘 다가오지 않는 문제였다. 이상고온과 폭염, 집중호우, 미세먼지, 대형 산불 등은 늘 접하면서도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세상사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이런 내가 ‘기후위기’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려는 것은 뚜렷한 목표나 어떤 소명의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바로 지금’의 문제가 되어버린 ‘기후위기’가 나의 무덤덤함에 경종을 울린 탓일 게다. 


 우선 여기 저기 물어서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책은 일단 사놓으면 읽게 된다. 아래 소개하는 책들은 다루고 있는 주제와 관점이 다르고, 각자 장단점이 있겠으나 일단 나의 공부 목록에 올려놓은 것들이다. 정독하려면 족히 1년은 걸릴 것 같다. 경험상 어떤 책을 읽다가 그 책이 소개하고 있는 더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가능하다. 공부 목록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른 이들은 이미 통독하고 섭렵한 책들이겠으나 아직 내게는 미지의 영역을 다루고 있는 책들이라 공부 순서를 정하기 위해 찬찬히 정리해본다.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필리프 스콰르조니)은 ‘만화’라는 편안함 때문에 맨 처음 읽어보려는 책이다. 2014년에 출간된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This Changes Everything》는 ‘기후 운동의 바이블’로 평가받는데, 2015년 다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때마침 6월 2일에 개막하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 (SIEFF)’에서 상영된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같은 저자의 《미래가 불타고 있다》는 “클라인이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 10년 동안 써온 장문의 기사와 논평, 대중 강연 원고”를 모은 책이다. 16개의 글 중에 관심이 가는 부분만 골라 읽을 수도 있을 듯싶다. 내 눈길을 끄는 것은 ‘과격해진 교황청?’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대한 클라인의 생각을 담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종교의 역할은 어디까지이고 얼마나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대기과학자 조천호가 쓴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예측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저자의 강연을 함께 보면서 읽어보려 한다. 《한 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톰 리빗카낵)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세 가지 마음가짐’과 ‘열 가지 행동’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지구, 얼마다 더 버틸 수 있는가》(일 예거), 《에너지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헤르만 요제프 바그너), 《기후변화, 돌이킬 수 없는가》(모집 라티프)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지속가능성 시리즈로 펴낸 책이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응과 전략은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까? 《2050, 거주불능지구》(데이비드 월러스 웰스)는 “2050년에 지구가 거주 불능하게 된다고? 정말이야?”, “이거 좀 과장된 것 아냐?”라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읽고 토론해볼 만한 책이다. 


 기후위기가 결국은 인류 공동체 전체가 함께 극복해야 할 문제라면 ‘개인’의 행동을 넘어 정치 공동체인 ‘국가’의 선택과 결정, 국제 정치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앤서니 기든스의 《기후변화의 정치학》, 놈 촘스키·로버트 폴린의 《기후 위기와 글로벌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 시대의 국가와 ‘세계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묻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후보자들의 기후·환경 공약이 변죽을 울리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다음 대선쯤이면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후보는 결코 당선의 벽을 넘지 못하지 않을까?


 ‘기후위기’는 딱딱한 주제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낳았다. 일명 ‘클리피(Cli-Fi, Climate Fiction)’로 불리는 기후 위기를 테마로 한 소설이 등장했다. 핀란드 작가 엠미 이타란타의 《물의 기억》, 김기창의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노출되면 죽음에 이르는 먼지 '더스트'로 멸종한 미래 인류를 다룬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은 앞서 살펴본 책들과 앞뒤로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아울러 기후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지나치게 허황되지 않은 기후 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책들을 사 모으면서 드는 생각은 기후위기와 관련한 공부야말로 공부를 위한 공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 공부는 곧 ‘실천’과 ‘행동’을 위한 준비여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 하는 공부보다 함께 하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이런 생각들이다. 1년쯤 후 기후위기와 관련한 나의 생각은 어디쯤 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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