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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묻는다!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 당신은 어떤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2-01-06 09:57  |  520 읽음

글_ 좌세준(변호사)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두 달 후 3월 9일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고 곧바로 이어서 6월 1일에는 제8회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정치’는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좋은 정치’는 어떤 것인가?, ‘좋은 정치가’는 어떤 덕목과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 정치학이나 정치철학에서 다루는 묵직한 주제들이라 깊이 들어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권의 책에서 답을 찾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는 있을 듯하다. 막스 베버(Max Weber)의 《소명으로서의 정치 Politik als Beruf》라는 책이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제목의 번역본도 있는데, 최장집 교수의 해설과 박상훈의 번역이 함께 실려 있는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후마니타스)가 가독성 면에서 가장 나은 것 같다. 지난 학기 대학에서 교양 과목 강의를 하면서 위 번역본을 학생들과 함께 읽었다. 요즘 ‘표심’ 공략의 대상이 되고 있는 20대들은 정치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을지, 강의실에서 직접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터인데 온라인 강의라 책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가 출간된 1919년의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패전과 ‘11월 혁명’으로 “권력, 폭력, 갈등이 빚어내는 정치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독일 현대사의 격변기였다. 베버는 공화제보다 군주제 유지에 관심을 보였던 보수주의자였지만, 11월 혁명을 지켜보면서 당시 독일이 직면하고 있던 딜레마, 즉 “과거(독일제국)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새로이 수립될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공화국에 대해 희망을 걸 수도 없는” 현실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위 책은 막스 베버가 당시 독일의 진보적 학생단체의 초청에 응하여 한 강의 내용을 담고 있다. 100년을 격한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서 위 책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바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현실과, ‘정치가’의 면면을 진단하고 관찰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대목을 짚어본다. 


 베버는 한 사람의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소로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가에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다음 세 가지 자질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적 판단이 그것이다.” 

   

“단지 열정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는―그것이 아무리 순수한 것이라 하더라도―정치가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 ‘대의(大義)’에 대해 헌신하는 또 다른 형태로서, 대의에 대한 책임성이 행동을 이끄는 결정적인 길잡이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균형적 판단이다. 정치가가 가져야 할 매우 중요한 심리적 자질로서 균형적 판단은 내적 집중력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자, 달리 말하면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거리감의 상실’은 그것 자체로서 어느 정치가에게나 치명적인 죄과 가운데 하나이며, 미래의 지식인들이 거리감을 잘 연마하지 못한 채 정치를 할 경우 이들은 정치적 무능력자로 비판받을 것이다. 

   

“매일 그리고 매 순간 정치가는 자신의 내부로부터 스스로 위협하는 사소하고도 지극히 인간적인 적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데. 그것은 바로 허영심이다. 허영심은 대의에 대한 그 모든 헌신과 자기 자신에 대한 그 모든 거리감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치명적인 적이다. 

 허영심은 매우 널리 퍼져 있어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속성이며, 아마 어느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과 학자들의 세계에서 허영심은 일종의 직업병이다. 그러나 학자들의 경우 그들의 허영심이 제 아무리 그에게 호감을 갖지 못하게 한다 해도 대개의 경우 그 때문에 지식의 추구를 못하게 하지는 않기에 상대적으로 폐해가 적다. 정치가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베버가 제시하고 있는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은 현실 정치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주 인용된다. 한국에서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내 인생의 책’으로 꼽고 즐겨 인용하는 이유도 바로 위와 같은 대목 때문일 것이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당신은 위 3가지 덕목 중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수치가 곧바로 자신의 정치적 자질을 증명해주는 것이라 착각하는 후보자, 오직 나만이 대한민국을 구할 ‘대의’를 갖고 있다는 ‘불모의 흥분상태’에 빠져 현실과의 거리감을 상실한 후보자가 있다면 정치가의 치명적인 적 ‘허영심’을 경계하라는 베버의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베버가 말하는 ‘소명(召命, Beruf)’이라는 개념은 ‘하늘의 부르심’이라는 종교적 의미가 담긴 ‘직업’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베버는 “정치가 경박한 지적 유희가 아니라 진정한 인간 행위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자기 통제력’, ‘현실과의 거리감’을 잃지 않는 냉철한 정치가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어느 날 갑자기 정치를 한다며 “나 여기 있소”하고 등장하지만 ‘정치적 아마추어’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사라진 사례를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보아 왔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아무나 해서도 안 된다.


 베버는 다음과 같은 말로 강의를 마무리한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적 판단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구멍을 뚫는 작업이다. 만약 이 세상에서 불가능한 것을 이루고자 몇 번이고 되풀이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은 전적으로 옳고 모든 역사적 경험에 의해 증명된 사실이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확신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어떤 정치가를 선택할 것인가? 막스 베버가 말하는 자질을 갖춘 후보자,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진 정치가는 누구인가? 매와 같은 눈으로 가려보고 선택할 유권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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