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全人權은

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악의 평범성과 사고의 자유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10-13 23:12  |  114 읽음

글_장원순(공주교육대학교)


이탈리아 마피아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빈센 조’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이 드라마는 종영을 했는데, 다음과 같은 대사와 함께 끝이 났다. “악은 견고하고 광활하다” 이 말은 나에게 한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의 부제가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였기 때문이었다.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찾아서 아우슈비츠와 같은 수용소로 보내는 일을 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보내는 유대인들이 어떠한 운명을 맞이할지 알고 있었다.   

수많은 유대인들을 죽게 했던 인물이라면 그는 분명 무서운 악마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아렌트에 따르면 그는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 그는 아주 정상적이었으며 평범했다. 그렇다면 아주 정상적이고 평범한 그가 어떻게 그러한 일들을 할 수 있었을까? 아렌트는 그 원인을 ‘사유의 부재’, ‘생각에서의 무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그의 말은 언제나 동일했고 똑같은 단어로 표현되었다. 그의 말을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하는데 무능력(inability to speak)은 그의 생각하는데 무능력함(inability to think),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이 더 분명해진다(아렌트, 2021: 106).”


아렌트에 따르면 그의 사유의 무능력은 크게 두 가지와 관련되어 있다. 첫째는 언어와 관련되어 있다. 그녀에 따르면 그는 계속 상투어와 진부한 표현들을 사용했다. 그녀에 따르면 아이히만의 정신은 그런 문장들로 넘치도록 채워있었으며, 이들은 그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현실을 나타내지 못하는 언어들은 그가 마주한 추악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볼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진부하고 상투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할수록 그에게 모든 일은 하나의 통상적이고 진부한 일이 되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 조차도.  


그의 사유의 무능력과 관련된 두 번째 요인은 그의 사유의 범위와 관련되어 있다. 그의 삶의 주된 관심은 높은 직위에 오르는 것, 즉 승진하는 일이었다. 그는 승진을 위하여 그의 일을 의무감을 가지고 매우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에게 그가 하는 일은 그의 승진을 위한 하나의 과제이었을 뿐이었다. 그에게 그의 일이 갖는 역사적 의미나 정치적 의미는 그의 관심밖에 있었으며, 그로 인해 그는 그것을 알 수도 없었다. 그는 그냥 하루 하루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열심히 살아가는 한명의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한나 아렌트가 볼 때 악은 평범하다. 아이히만처럼 진부한 표현과 상투어를 사용하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를 외면하고, 그/그녀가 하는 일의 역사적 의미, 정치적 의미, 윤리적 의미,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남들도 하니까, 월급을 받기 위해서, 좋은 집을 사기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놀러가기 위해서 자신의 일을 단지 하나의 과제로, 업무로 하는 수행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여전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권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어떠한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우리는 악의 평범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냥 단지 사고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아이히만도 사고는 했기 때문이다. 앞의 논의에 따르면 진정한 의미의 사고의 자유를 위해서 우리는 상투어와 진부한 표현을 넘어 언어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역사와 정치와 사회와 정의라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진부한 표현과 상투어 그리고 매일의 고만 고만 일들에 갇혀 사고한다면, 그러한 사고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고의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 아렌트(저), 김선욱(역)(2021).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서울: 한길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